중국 탈북자처리 사실관계보다 인도문제 우선 중국 정부가 22일 일본과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탈북자 5명을 전격 출국시킨 배경에는 사실 관계를 둘러싼 일본과의 다툼이 조기에 결착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 차에 일본측이 5명의 신병 인도를 더이상 고집하지 않겠다고 천명하자 인도 문제라는 국제적인 부담을 우선적으로 털어내는 식으로 사태의 진정화를 꾀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사건발생 초기부터 일본측에 냉정한 대응을 요구하면서 강제 연행된 탈북자들에 대해선 '국제법 국내법 인도주의에 기초해 처리하겠다'고 언명, 제3국행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실제로 같은 시기 선양 주재 미국 총영사관과 베이징의 캐나다 대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경우 조기 출국시켰다. 이에 비해 일본 총영사관에 들어갔던 5명의 출국이 늦어진 이유는 중국측으로선 무단으로 연행한 점에 더해 이들의 3국행을 일본과 협상의 종착점으로 하고 싶은 의도가 있었던 탓이다. 무장경찰이 일본측의 동의를 얻었는지를 놓고 중-일의 조사 보고서가 정면으로 상충되는 상황에서 탈북자의 출국은 중국에 있어선 귀중한 외교카드가 아닐 수 없다. 주중 일본대사의 망명 희망자 축출 발언이 사실이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본내 여론의 동향이 중국 비판에서 자국 외무성 비판으로 변화하자 협상은 중국측에 유리하게 전개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일본측의 조사 보고가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자신의 조사를 받아 들이라는 강경 자세로 나왔다. 하지만 사건 발생 2주일을 지나면서 미국 상원에 탈북자의 즉각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되는 등 더이상 사태를 장기화할 경우 중국에 겨눠질 국제적인 비난이 높아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빈조약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일본측이 철회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차선책으로 탈북자의 출국을 허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 최고지도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관련 발언을 한 최고위급 인사인 첸지천(錢其琛) 부총리도 "하이레벨에서 협의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선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작년 4월 하이난다오 미-중 군용기 충돌사건 당시엔 장 주석까지 직접 나서 미국에 사과를 요구했고 관영 매체들도 연일 보도 공세를 가했다. 반면 이번 사건은 기본적으로 실무급의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조용한 해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인도문제에 대한 속다르고 겉다른 일본 외교의 미숙한 대응으로 파장이 확대되자 탈북자의 출국을 늦출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중국의 일방적인 탈북자 출국 조치로 인해 사과 요구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내세운 일본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외교적 망신을 당한채 완패한 셈이다.

▶ 2002/05/22 2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