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戴河회의 장쩌민 유임문제 중점논의
중국 지도자들이 올해도 보하이(渤海)에 면한 허베이성 피서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는 가을 제16차 당대회에서 지도부의 대폭 개편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내외의 주목을 끌고 있다.
초점은 지난 13년간 중국의 최고 포스트에 군림해온 장쩌민(江澤民) 당총서기겸 국가주석이 예정대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에 순조롭게 권력을 이양할지 여부이다.
매년 7월20일 쯤부터 베이다이허에선 국내외 중대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정부와 당의 회의가 단속적으로 계속된다.
올해도 이미 전인대의 리펑(李鵬) 상무위원장이 현지에 도착했고 월 말까지는 장 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를 비롯한 다른 최고 지도자들도 속속 얼굴을 내밀 전망이다.
금년 회의에 어떤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5년에 한번 개최되는 당대회 직전에 개최되는 점에서 지도부 인사에 관한 컨센서스의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5년전 제15차 당대회 폐막후 장 주석은 최고지도부인 정치상무위원에 '70세 정년제'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관례에 따르면 현재의 7인 상무위원 가운데 장 주석(75) 리펑 위원장(73) 주 총리(73) 웨이젠싱(尉建行 71) 중앙기율위 서기 등 4명이 은퇴 연령을 넘기게 된다.
리난칭(李嵐淸) 부총리도 69세로 거의 정년에 임박했으며 연령적으로 후진타오 부주석(59)와 리루이환(李瑞環 67) 정협주석 만이 유임할 수 있는 처지이다.
헌법의 3선금지 규정에 의거해 장 주석은 내년 3월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아울러 당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을 겸임해온 장 주석이 완전 은퇴해 후 부주석에 3개의 최고 직위를 넘겨주는 것이 순리라는게 그간의 내외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당내에서 장 주석의 총서기 유임을 건의하는 목소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명분은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처하고 국가 안정을 위해선 장기간 무리없이 국정을 주도해온 장 주석이 단계적으로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장 주석은 이번에는 우선 국가주석직을 후 부주석에 물려주는데 그쳐야 한다는 부분 은퇴론이 제기되면서 그의 유임설이 무성해졌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등 과거의 지도자들도 죽어서야 최고 권력을 손에서 놓았다. 총서기의 권좌에 앉은지 13년인 장 주석은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권위를 구축했다.
따라서 자신이 스스로 사퇴한다고 밝히지 않는한 주위에서 그를 밀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베이징 외교가와 홍콩 언론들은 장 주석이 총서기직을 양도한다 해도 중앙군사위 주석만은 내놓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마오쩌둥의 '총구에서 정권이 나온다'는 중국 정치의 철칙이 여전히 유효한 탓이다.
이에 대해 세대 교체와 인사 시스템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움직임도 젊은 간부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들은 '누가 최고 지도자에 올라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중국의 발전과 안정을 가속화하는 관건'이라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당-정 간부의 임명 기준을 정한 새로운 인사규정이 공표됐다. 경쟁 원리의 도입과 선발 기준의 명확화, 정년제의 적용 등을 채택했다. 중앙 부서와 지방 정부의 간부는 이미 이러한 규정에 맞춰 세대 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일부 당원로를 주축으로 하는 장 주석의 반대 세력도 그의 반은퇴에 대해 역풍을 걸고 있다. 일단 전번 당대회에서 실시한 정년제의 관례를 위반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실 장 주석의 후 부주석에 대한 권력이양 문제 이외에도 물러나는 인물들을 대신하는 신임 정치상무위원의 인선도 관심거리이다. 사회의 다원화가 진척되고 있는 중국에서 정치상무위원은 당내 다양한 이익집단의 대표로서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새 상무위원 후보로는 주 총리의 후계자로 유력한 원자바오(溫家寶 59) 부총리를 비롯해 장 주석의 최측근 쩡칭훙(曾慶紅 63) 당조직부장, 우방궈(吳邦國 61) 부총리, 뤄간(羅幹 67) 국무위원, 리창춘(李長春 58) 광둥성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당초 9월 하순에 개막될 예정이던 당대회는 10월로 연기된다는 전망이 우세해 지고 있다. 9월 중순 리펑 위원장이 동남아 순방에 나서고 9월 말에는 주 총리가 유럽 등의 외유 일정을 잡고 있다.
현재로선 10월 중순 아니면 그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은데 개최 시기도 인사 개편의 향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점에서 실제 인사안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