朱鎔基총리 일본 방문에 부친다 주룽지(朱鎔基) 총리가 12일부터 6일간 일정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한다. 이번 방일은 72세의 주총리로선 6번째이나 총리 취임이후는 첫 번째이고 98년 11월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방문이래 3년만에 이뤄지는 중국 최고지도자 나들이다. 지난 3년간 양국관계는 그렇게 큰 기복은 없었다지만 방위지침 관련법안, 엔차관 등을 둘러싸고 인식 차를 보였는가 하면 영토영해 문제, 역사문제 등으로 상호 격렬한 응전이 오고 가면서 오히려 이제껏 쌓아온 우호 관계가 한발짝 후퇴한 감이 없지 않다. 더욱이 일본의 방위력을 증강시키라고 주장하는 일부 언론에 대해 중국측이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고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강행하거나 군함을 일본 근해에 항해시킴에 따라 일본측의 우려와 불신감을 지속적으로 사온 것도 부인 못할 사실이다. 이런 시기에 방일을 통해 상호이해와 상호신뢰 증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게 아마도 주총리의 이번 최대 방문 목적일 듯 싶다. 때문에 주룽지 총리가 어떤 발언을 할지는 일본 매스컴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 총리는 방일 기간중 전국에 생중계되는 TV 토론회에도 나설 예정이다. 중국 지도자로선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그가 진심으로 일본 국민에 다가서는 것을 중시하는 제스춰라고 전향적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의 인기는 실무정신에 투철하고 가식 없는 인덕(人德)에서 나오는 것이다. 상하이 시장 재임때도, 90년대 들어 중앙 정부에 복귀해 부총리, 총리에 취임해서도 주 총리는 한결같이 언행일치(言行一致)를 실행에 옮기면서 관료주의적 악습을 배제하고 수많은 실적을 남겼다. 이는 세계 정치 무대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돼 매력있는 정치가로서 널리 인정받아 왔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며칠간의 공식 방문으로 중-일간 많은 현안을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 총리 같은 최고 지도자의 내일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양국관계에 플러스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 앞으로 온 독자 메일 가운데 이런 내용이 있었다.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대화는 전부 저차원적이고 위선적인 것이다. 센카쿠(尖閣) 열도 근해에서 중국측이 해양조사선을 통한 지질조사를 중단한 이유는 일본에게서 ODA 차관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원칙과는 다른 차원에서 현실적인 타협을 하면서 타성적인 관계를 양적으로 깊게할 게 아니라 질적으로 관계를 심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어 사용은 다소 거칠지만 같은 견해를 가진 일본인이 결코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사람들의 불신감을 불식하기 위해서도 친근한 얼굴로 속내를 진솔하게 털어 놓는 주룽지 총리의 모습을 보고 싶다. <원빈(文彬) 일본거주 중국칼럼니스트>

▶ 2000/10/11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