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총통 국민투표 발언 파문 확산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중국과 대만의 현상을 '1변1국'이라고 발언하면서 대만의 진로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가능성에 언급,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발언이 대만독립 경향을 노골화한 것으로 간주하는 중국은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대만 당국은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한데 지나지 않는다고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교착상태에 있던 양안 대화의 재개는 불투명해졌다. 천 총통은 3일 대만독립단체의 연례 총회에 참석해 "대만은 제2의 홍콩이나 마카오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만과 대안의 중국은 별개의 국가이다"라고 강조하는 한편 "대만에 장래를 선택하기 위해 국민투표의 입법화를 진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중국측은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리덩후이의 '2국론'(중국과 대만은 특수한 국가대 국가 관계)을 계승한 것으로 조국분열의 책동을 재연하고 있다'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또한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도 7일 익명의 중국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군사적 준비의 필요성'을 제기, 무력행사의 가능성을 시사하기까지 했다. 이에 천 총통은 "1변1국은 중-대의 주권이 대등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밝힌 것일뿐"이라고 한발 뒤로 물러섰고 유시쿤(游錫坤) 행정원장은 방미길에 도중 기착지인 뉴욕에서 "국민투표를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중국측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사실 천 총통의 발언은 '대만의 현상을 변경하려면 국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한 여당 민진당의 '대만전도결의문' 내용에 근거를 둔 것이다. 당강령에 '대만공화국의 건설을 지향한다'고 규정한 민진당이지만 지난번 총통 선거를 의식해 독립색을 약간 희석시킨 '결의문'을 지난 99년 채택하고 정권을 잡은 뒤인 작년 9월에는 '결의문을 당강령에 우선한다'고 결정했다. 때문에 이번 발언은 지난달 21일 당주석에 취임한 천 총통이 지금까지 피해온 민진당의 주장을 처음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총통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천 총통의 발언 배경에는 중국이 올 가을 제16차 당대회를 앞두고 있는데다가 장쩌민(江澤民) 총서기가 10월 미국 방문을 예정하고 있는 만큼 대만에 대해 바로 강격자세를 보일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내외의 반응은 대만 당국의 예상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만측은 4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륙위 주임위원을 서둘러 방미시켜 미국측에 '對中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해명하는 수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만 현지의 각종 여론조사에선 60% 이상이 국민투표에 찬성하고 있어 천 총통은 현행노선에 대한 자신감을 깊게하고 있다. 다만 이로써 교착 상태의 중-대 대화의 재개는 한층 멀어지게 됐고 민진당과 공산당의 교류 실현 가능성도 사실상 물건너 간 셈이 됐다.

▶ 2002/08/08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