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對中자세 유연노선 전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올 신년사를 통해 그동안의 대결자세에서 양안의 공존을 강조하는 유연 입장으로 선회해 주목된다. 신년사에서 천 총통은 중-대 관계에 대해 "직항문제와 이에 관련한 경제-무역문제를 협의하고 추진하는데서 시작해 함께 (통일이라는) 장기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3통(양안간 직접적인 통항 통상 통신)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실현되지 않은 항공기의 직항편 운항 등을 놓고 천 총통이 지난해 11월 출범한 중국 새지도부에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음을 처음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천 총통은 2004년 3월 실시되는 차기 총통선거를 염두에 두고 유연한 對中자세로 전환했다는 사실을 자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천 총통의 신년사는 중국이 대만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1)독립을 선언하지 않고 (2)국명을 변경하지 않으며 (3)리덩후이 전총통이 제기한 '2국론'을 헌법에 명기치 않고 (4)통일 아니면 독립인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는다는 '4불(不) 정책'을 일방적으로 바꾸지 않겠다고 거듭 확인했다. 또한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상호교류의 틀'을 설치하자고 중국측에 제안, 금세기 전반 20년간 경제를 중심으로 양안 관계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욕을 나타냈다. 천 총통은 2000년 5월 취임연설에서 '4불정책'을 천명했으나 작년 8월에는 중국과 대만의 현상을 별개의 국가로 간주하는 '1변1국'론을 내놓고 독립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가능성까지 언급, 양안 관계를 냉각시켰다. 이런 상황하에서 중국측은 3통의 전면 해금을 촉구했지만 천 총통은 직항편의 개설이 안전보장의 위협은 물론 중국과 일체화를 가속시킬 것이란 우려에서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러나 대륙에 대한 의존도를 증대해온 대만 경제계를 중심으로 천 총통의 강경 정책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민진당 정부의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했다. 일찍부터 차기 총통선거 승리에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현재 양안간 왕래는 홍콩 등을 경유하고 있다.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직항편 운항은 그간 경제계가 강력히 요구해온 것인 점에서 신년사에 나타난 對中 유연입장은 2년 앞으로 다가온 총통선거를 크게 의식한 심모원려이다. 다만 중국측과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가려면 전제조건 등을 둘러싼 우려곡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당 등 대만 야당과 공조하는 식으로 천수이볜 정부를 흔들어온 중국 당국이 금후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 2003/01/02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