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반도문제 미국주도 견제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중국은 미-북한 관계의 진전을 환영하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형태의 한반도 정세 급변에 대해선 경계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중국은 당분간 북한과 긴밀 관계를 과시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국제사회에 어필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은 23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과 관련 "조선-미국 관계개선의 진전을 환영한다. 이 흐름을 지속해 최종적으론 조선-미국 관계정상화를 실현하기를 희망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올브라이트 장관간 회담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유익한 모든 움직임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중국 기본 입장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미-북한 관계의 급속한 개선을 무조건적으로 환영하는 것만은 아니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측이 상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난민의 대량 유출에 의한 한반도 정세 혼란과 미국 주도하에 주한미군이 유지된 채로 남북한이 통일되는 것- 이 두가지를 꼽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지역안보의 초점이 되고 한편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이 유고슬로비아를 공습한 지난해, 중국은 '한반도 정세의 악화 나아가선 미국의 북한 공중폭격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였다는 게 중국당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러나 올해 6월 남북한 정상회담이 실현된 이후 전개되는 한반도 정세의 추이에서 중국은 오히려 '미국 주도에 의한 통일'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중국이 지지하는 통일방식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영향력이 배제된 형태의 남북한간 '자주 평화 통일'인 것이다. 츠하오톈(遲浩田) 국방부장이 올브라이트 장관에 한발 앞서 북한을 방문, 한국전 참전 50주년 기념식(10월25일)을 통해 북한과 '피로 맺어진 우의'를 확인했다. 관영 매체들은 현재 한국전쟁 특집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있기도 하다. 이는 중-북한간 긴밀관계를 과시할 뿐만 아니라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는 사실을 재차 일깨워 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8일 서울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과 주룽지(朱鎔基) 총리간 회담서 주 총리가 한반도 평화 메카니즘의 구축을 위한 남북한과 중,미의 4자회담 재개에 적극자세를 보인 일도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 외교당국은 지금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방북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중국은 장 주석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존재을 다시 한번 부각시킬 전망이다.

▶ 2000/10/24 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