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서기 인대주임 겸임 일당통치 강화 최근 중국의 지방 수뇌부 인사개편 과정에서 성당서기가 인민대표대회(인대) 주임직을 겸임하도록 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단행된 성-직할시-자치구 지도부 교체에서 반수 이상 당서기가 인대 주임에 취임했다. 이는 종전 당서기 성장 인대주임 정협주석의 4인으로 구성된 지방 수뇌부 체제에 중대 변화가 생겼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성당서기의 인대 주임 겸임 현상에 대해 '안정이 모든 것에 앞선다'(穩定壓倒一切)는 당중앙의 원칙에 따라 지방에 대한 통제를 강화, 일당통치의 지속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는 3월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앞두고 전국에선 인대가 열려 성장과 인대 주임 등을 선출하고 있다. 이미 성지도부의 개선을 마친 18개 지역이 당서기를 인대 주임으로 임명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허베이성의 바이커밍(白克明), 네이멍구 추보(儲波), 지린성 왕윈쿤(王雲坤), 헤이룽장성 쉬유팡(徐有芳), 푸젠성 쑹더푸(宋德福), 허난성 리커창(李克强), 후베이성 위정성(兪正聲), 후난성 양정우(楊正午), 광시자치구 차오보춘(曹伯純), 충칭시 황전둥(黃鎭東) 쓰촨성 장쉐중(張學忠), 구이저우성 첸윈루(錢運錄), 산시(陝西)성 리젠궈(李建國), 간쑤성 쑹자오쑤(宋照肅), 칭하이성 쑤룽(蘇榮), 닝샤 자치구 천젠궈(陳建國), 윈난성 바이언페이(白恩培), 장시성 멍젠주(孟建柱)) 등이다. 아직 인대 주임이 경질되지 않은 텐진시의 장리창(張立昌) 서기와 하이난성의 왕즈산(王岐山) 서기도 조만간 성인대에서 인대 주임에 선출될 것으로 내정돼 당서기의 인대 겸직은 한층 확대될 전망이다. 과거 성당서기가 인대 주임을 겸임하는 경우 대체로 당서기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예고하는 인사로 받아 들여졌다. 하지만 지난 98년 1월 당시 구이저우성의 류팡런(劉方仁) 서기가 인대 주임에 취임하면서 종전 관행에 변화가 시작됐음을 엿보이게 했다. 이후 겸직 발령이 줄을 이었고 16차 당대회가 끝난 뒤부터는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성당서기가 인대 주임을 함께 맡는 주된 목적은 갈수록 영향력이 확대되는 인대를 통해 행정과 법원, 검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데 있다. 또한 민의 기구인 인대를 앞세워 당의 정책을 관철하는 한편 최근 눈에 띠게 독자적인 목소리를 높이는 인대의 '일탈행동'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근래 들어 인대 대표들은 비록 당중앙에 정면 도전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당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시하는 사례가 점차 느는 추세이다. 더욱이 중요 정책과 인사안에 대한 표결권을 갖고 있는 대표들이 각종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지도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가령 얼마전 있은 후난성 웨양(岳陽)시 인대의 시장 선거에선 사상 처음 당이 미는 현직 시장이 낙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중앙이 개입해 겨우 재선거를 통해 당선시켰지만 유사한 사건이 다른 지역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당국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난 99년 4월 개최된 전인대에서도 국무원에 의해 상정된 '공로법'(公路法)개정안이 부결되는 초유의 사태도 일어났으며 한쥐빈(韓杼濱) 인민검찰원장 선거 경우 인대사상 최저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고 지도부는 16차 당대회후 지방 수뇌부의 개편을 기회로 당 우위의 체제를 한층 공고히 하기 시작했다. 우선 성당위의 2인자인 상무 부서기로 하여금 성장을 겸직하도록 인사를 실시해 성장이 당서기의 밑에 위치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음 조치가 바로 당서기가 인대 주임을 겸임하게 해 당이 입법기구 위에 군림한다는 점을 각인시킨 것이다. 이러한 지도부의 정책에 대해선 16차 당대회에서 천명된 '시대와 함께 전진한다'는 정신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더욱이 지방 당위원회의 독주는 이들의 권력 부패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것을 한층 어렵게 하는 점에서 현재 전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를 부채질해 인민의 거센 저항을 초래할 위험성이 없지 않다.

▶ 2003/01/21 2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