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문제 5개국협의 열쇠쥔 중국 프놈펜에서 17일 열린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이 미-중-북한간 3자협의에 한국과 일본이 참여하는데 원칙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 북한의 향방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5개국이 참여하는 다국간 협의의 실현을 위해선 북한을 유일하게 설득할 수 있는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게 그간의 정설이다.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참여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이 가세할 경우 남북관계의 개선과 납치문제 등의 포괄적인 해결도 불가피한 만큼 북한이 순순히 동의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아 5개국협의가 이뤄지려면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번 외무장관 회담에서 중국의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한-일 양국의 참여에 적극적인 자세를 표시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북한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에도 배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북한의 궁극적인 노림수는 미-북한간 직접대화를 통한 김정일 체제의 보장을 얻는 것이다. 원래 핵 문제를 배제하고 경제협력만을 추구하는 한국에 더해 납치사건의 조기 해결이라는 과제를 안은 일본이 참여할 경우 북한은 불리한 입장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의식해 리 외교부장은 회담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과 미국이 찬성한다면 한-일의 참가에 동의한다"고 한발 물러서 무엇보다 미-중-북한의 3자협의를 우선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윤영관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3자협의에 한-일 양국이 가담하기 위해선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재차 촉구했다. 한국도 4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3자협의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다국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참가할 의향을 보여 왔다. 하지만 북한은 베이징 3자협의와 관련 중국측이 개최 장소를 제공한데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미-북한간 회담이라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16일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일 3개국 정책조정회의에 대해서도 북한은 '국제적인 포위망을 구축, 도발적인 봉쇄 책동을 더욱 강화하는 시도가 공식적으로 표출된 불순한 모의'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처럼 핵문제의 해결을 겨냥한 국제적인 포위망에 강한 경계감을 감추지 못하는 북한을 중국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가 5개국 협의 실현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2003/06/17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