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3조 입법문제 9일 표결에 관심 쏠려 반체제 화둥에 대한 단속 강화를 주내용으로 하는 국가안전법 제정과 관련해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이 대규모 반대시위로 표출된 여론에 굴복, 법안을 대폭 수정함에 따라 '23조 입법'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둥 행정장관은 5일 입법회에 심의중인 법안 가운데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위협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부분들을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일 50만명의 시민이 참여한 반대시위를 수용해 양보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민주파 단체들은 이 같은 양보 내용이 불충분하다고 반발하는 한편 9월 법안에 대한 입법회 표결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당일 5만명을 동원해 입법회 건물을 포위한 뒤 표결 자체를 원천 봉쇄할 예정이다. 때문에 1국2체제 아래서 중국화를 추진해온 홍콩에서 이를 둘러싼 혼란과 대립이 지속될 전망이다. 둥 장관은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법안 수정으로 시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해 50만 시위의 민의를 반영한 사실을 강조했다. 수정을 밝힌 조항은 모두 3곳으로 우선 파룬궁(法輪功) 등에 대한 통제 강화를 겨냥해 '중국에서 금지된 단체의 홍콩내 하부조직을 불법화한다'는 부분의 삭제를 약속했다. 또한 '긴급시 경찰이 법원의 영장 없이도 수색을 할 수 있다'는 조항도 공권력의 남용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에 따라 삭제를 결정했다. 현지 언론들이 비판해온 '국가기밀의 불법적인 공개를 금지한다'는 부분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단서를 달어 보도의 자유가 훼손되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에 대해 야당 민주당의 양썬(楊森) 주석은 성명을 통해 "둥 장관이 시민의 의견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홍콩기자협회 장빙링(張炳玲) 주석도 러디오 방송과 회견에서 "선동반란에 해당하는 간행물의 처리 등 우리의 의문에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가안전법안은 오는 9일 입법회에서 심의를 재개한 뒤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 60명의 입법의원 가운데 반대는 민주당 소속 등 23명, 찬성은 친중파인 민주건항연맹(民建聯) 소속 등 22명이다.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시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경제계의 여당 자유당(8석)의 톈베이쥔(田北俊) 주석은 입법회 심의를 연말까지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둥 장관이 법안의 일부 수정을 표명하고 표결 강행을 선언함에 따라 자유당이 입법회 투표에서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때문에 입법회에서 법안이 가결될 공산이 커지면서 민주파 단체의 반대시위가 격화될 우려를 낳고 있어 사태 추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2003/07/06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