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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 鄭成功, 그리고 고구려(1)
최근 봇물 터진 듯 쏟아지고 있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관련 기사를 보면서 문득 대만의 뤼수롄(呂秀蓮) 부총통의 정성공(鄭成功) 발언이 생각났다.
뤼슈렌 부총통은 지난해 11월 9일 타이난(台南)시에서 열린 정성공 관련 기념행사에 참석, 정성공의 정신을 이어받아 대만을 해양국가로 만들자는 해양입국론을 주장했다.
뤼슈롄 부총통의 이 해양입국론은 대륙과 분리된 ‘해양국가’ 대만을 상정하고 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녀의 발언의 몇몇 대목을 살펴보자.
“서쪽으로 대륙만 바라보지 말고 동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아야 한다.
“정성공은 중국 역사상 보기 드문 해양정신의 소유자이다. 그가 ‘중국과 작별하고 대만을 선택하여(選擇台灣 告別中國)’ 군대를 이끌고 대만에 온 것은 역사적 의의가 있는 일이었다.
“명나라의 유신(遺臣)으로 반청복명을 추구한 정성공은 충성심, 효성, 그리고 정의감에 투철한 인물이었으나 대륙에서 뜻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갖고 있었기에 대만에 온 것이다.
“정성공과 함께 대만에 온 군대와 민중들은 대륙을 수복할 수 없다는 것과 대만이 중국 본토에 비해 살기 좋다는 사실을 깨닫고 대만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본토수복의 영웅이 해양입국의 상징으로 탈바꿈
국민당 정권 하에서 남송(南宋)의 악비(岳飛)와 함께 ‘대륙반공(大陸反攻)‘의 상징적 인물로 추앙받아 온 인물이 뤼슈롄의 새로운 역사해석에 의해 ’대만 공화국‘의 상징으로 환골탈태하고 있는 것이다.
정성공에 대한 뤼슈롄은 이러한 역사해석은 각자가 처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역사가 얼마든지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정성공이 어떠한 인물인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역사 속의 정성공은 무척 흥미를 자아내는 인물이다.
38년 동안의 길지 않은 생애가 극적인 사건으로 점철되었으며 특히 절정기에 찾아 온 그의 갑작스런 죽음은 영화가 한창 흥미진진한 중반에 끝난 것과 같은 인상마저 준다.
정성공은 중국인이자 국제인이었다.
그는 대만 해협에서 무역업과 해적 행위를 겸업하여 큰 돈을 모은 정지룡(鄭芝龍)을 아버지로 하여 일본 나가사키(長崎)의 히라도(平戶)에서 태어났다. 모친은 다가와시치자에몽(田川七左衛門)의 딸인 일본여자였다.
콕싱카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알려진 국제인
그는 콕싱카(Koxinga 또는 Coxinga)로 서양에 알려진, 서양식 이름을 갖고 있는 몇 안되는 중국의 역사적 인물 중의 한사람이다. 서양에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은 대만에 세력을 구축하고 있던 네델란드 인을 무력을 동원, 내쫓았기 때문이다.
대만의 안핑(安平 : 지금의 타이난 台南부근)에 네델란드인 요새를 2만여 군대를 동원 9개월 간 포위 공격을 한 끝에 항복을 받아냈다. 그리고 자기들의 사물만 가지고 대만을 떠나도록 했다.
네델란드 식민주의자들의 이 참혹한 패배가 정성공의 이름을 유럽사회에 널리 알려지게된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그는 필리핀의 스페인 식민세력마저 구축할 계획이었으니 당시 동양에 또아리를 틀기 시작하덩 서양의 식민주의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었다.
정성공은 명나라는 물론 청나라로부터도 충신으로 기림을 받았다. 이 대목은 고려조의 충신으로 조선조에서도 추앙을 받은 정몽주(鄭夢周)를 연상시킨다.
그는 명나라 멸망 후 명의 회복을 기도하던 명황실에 의해 황족의 성(姓)인 주(朱)씨 성을 하사받을 정도로 명에 충성을 다하였다. 이 때문에 그는 ‘국성야(國姓爺)’로 불리웠는데 이것이 그가 서양에 콕싱카로 알려진 까닭이다.
청나라는 '반도(叛徒)의 수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충절(忠節)이라는 시호를 내렸고 대만을 정벌한 뒤에 그 곳에 사당을 세우기까지 했다.
그는 양안 정권 모두로부터 존중받고 있는 역사적 인물 중의 한 사람이다. 국민당 정권 당시에는 대륙수복의 상징으로, 공산정권에 의해서는 반식민의 영웅으로 각각 추앙되었다.
민진당 정권하에 서도 해양입국의 상징으로 탈바꿈된 채 존중되려하고 있는 것이다.
뤼슈롄의 해석은 정성공이 이룩한 업적의 한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국민당 정권과 공산당 정권이 자신에게 필요한 대목만을 취하여 기리는 것과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를 대륙에서 분리된 대만 공화국의 상징으로 추앙한다는 것은 분명 역사왜곡이다. 그것은 장제스(蔣介石)을 대만공화국의 시조로 만들려는 것만큼이나 억지이다.
정성공의 일생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624년에 태어난 정성공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다 7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선조가 살던 푸젠(福建)성으로 오게 된다. 아버지가 명나라 조정으로부터 수군을 지휘하는 관직을 제수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정성공은 난징(南京)의 태학에 입학했고 이는 명의 충신으로서의 그의 일생을 결정했다.
1644년 명이 멸망한 뒤 아버지와 함께 당왕(唐王) 융무제(隆武帝)를 옹립하고 복명(復明)활동의 전면에 나선다. 1650년 아버지로부터 해상권을 이어받아 진먼(金門), 샤먼(廈門) 두 곳을 근거지로 무역을 하여 군비에 충당하는 한편 자주 본토의 연안을 공략, 본토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한 때 난징의 관문까지 다달아
세불리를 절감하고 청에 투항한 아버지가 멸망한 명에 미련을 두지 말라는 호소도, 높은 관작을 주겠다는 청의 제의도 물리쳤다. 급기야 1658년에는 청의 주력이 중국 남부지역으로 가 있는 틈을 타 10만 명의 군대를 이끌고 양쯔강 유역에 대한 원정을 감행했다.
난징 가까이에까지 이를 정도로 혁혁한 전공을 세우며 승승장구했으나 1659년 난징 공략을 앞둔 전투에서 작전실패로 참패를 당하고 샤먼으로 철수해야 했다.
이 사건은 청 조정에 충격을 주어 1661년 연안 5개성(省)의 주민을 내륙으로 옮기는 천계령(遷界令)을 내리는 계기로 작용했다.
마치 나폴레옹이 영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대륙봉쇄령을 내린 것처럼 연안의 성 주민을 내륙으로 이주시켜 정성공의 근거지를 고사시키려는 계획이었다. 그처럼 연안 일대에서의 정성공의 세력은 막강했다.
정성공이 1661년 4월 감행한 대만 공략은 새로운 후방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었다. 그는 필리핀까지로 근거지를 확대하려는 웅대한 계획을 세웠으나 1662년 그가 38살의 한창 나이에 급사하는 바람에 그 구상은 실현에 옮겨지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정경(鄭經) 역시 정성공 사후 20여 년 동안 대만을 근거지로 하여 반청활동을 계속했다. 정씨 왕국이 청의 수군에 의해 함락된 것은 정경이 사망한 지 2년 뒤인 1683년이었다.
이처럼 정성공 3대는 멸망할 때까지 반청복명의 자세를 버리지 않았다. 정성공이 대만을 개척하였다하여 개산성왕(開山聖王)으로도 불리우고 있지만 그의 대만 개척은 어디까지나 반청활동의 근거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이지 ‘독립 해상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가 아니였다.
정성공 재해석은 민진당 정부의 국책사업
돌출발언을 자주하는 뤼슈롄 부총통이지만 이 역사해석만큼은 그녀의 독창적인 작품이 아니듯 싶다. 뤼슈롄의 발언이 있기 3개월 여 전인 7월 26일 대만 언론들은 대만 정부가 정성공을 주인공으로 한 대형 영화제작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시쿤(游錫坤) 행정원장은 신문국에 정성공을 주제로 한 국제적인 영화를 제작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유시쿤의 지시는 통일 캠페인의 일환으로 중국 정부가 진시황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영웅’을 지원한 것을 의식한 것이다. 중국정부는 350억 원에 달하는 영웅의 제작비 중 절반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연걸(李連杰)이 분한, 영화 영웅 속의 자객(無名)은 천하의 통일을 위해 스스로 진시황의 암살을 포기한 인물로 그려졌다. 역사 속의 실제 인물 형가(荊軻)를 전혀 새롭게 해석하여 형상화였다. 하지만 역사적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분명 왜곡이다.
뤼슈롄의 발언은 영화 속의 정성공이 영화 영웅의 무명마냥 왜곡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서로 으르렁대는 중국과 대만이지만 현재의 입장에서 역사를 재해석하고 재조립하려 한다는 점에서 둘은 똑같다.
대만의 집권 민진당이 대만공화국을 위해 정성공의 새로운 해석이 필요했다면 중국 정부가 막대한 돈을 들여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 시키려 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차이나워처 계속>
▶[동북공정] 鄭成功 그리고 고구려(2) 2004/01/16 23:27
▶[동북공정] 鄭成功 그리고 고구려 (3) 2004/01/30 13:26
▶[동북공정] 鄭成功과 그리고 고구려 (4 · 끝) 2004/02/13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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