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대 홍콩 직선제 완전도입 봉쇄 파문 내달 2-6일 베이징에서 소집되는 전인대 상무위 8차회의는 홍콩의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의 선출방법을 정한 기본법 부속문서에 대한 유권해석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파가 요구하는 '2007년 행정장관의 직선, 2008년 입법회 의원 전원의 직선'를 불가능하도록 하는 유권해석을 내릴 것이 거의 틀림없어 적잖은 정치 파문이 점쳐진다. 관영 신화통신은 26일 전인대 상무위 의제로서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의 선거제로를 규정한 기본법 부속문서의 해석안이 상정됐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둥젠화(董建華) 행정장관과 도널드 창(曾蔭權) 정무사장도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전인대 상무위가 홍콩의 정치개혁 문제에 관한 기본법의 해석을 실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기자회견에서 기본법 해석에 대해 중앙정부가 이 같이 결정한 뒤 특구정부에 통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완전히 중앙 주도로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문제의 기본법 부속문서는 2007년 이래 행정장관과 입법회 의원의 선출방법에 관해 절차상 엄격한 제약을 가하고 있지만 변경도 가능한 것으로 해석돼 왔다. 민주당파는 이를 근거로 2007년 행정장관 선거에 주민이 직접 참여토록 하고 그 다음해 입법회 의원 선거에선 전체 의석을 직접선거를 뽑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번 전인대 상무위 회의에선 이런 기대를 봉쇄하는 유권해석이 나올 것으로 확실시 돼, 벌써부터 민주당파를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이 우려되고 있다. 홍콩 기본법 158조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가 해석권을 갖는다. 지난 99년 6월 중국적 홍콩 영주권자가 본토에서 출생시킨 자녀의 홍콩 거주권 문제를 둘러싸고 전인대 상무위가 유권해석권을 행사한 바 있다. 앞서 99년 1월 홍콩 종심법원(대법원)은 거주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전인대 상무위는 이를 사실상 번복하는 해석을 실시했다. 때문에 당시 '1국2체제와 홍콩 자치권, 독자적인 사법권의 붕괴로 이어 질 것'이란 논란이 홍콩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번 경우 전인대 상무위는 홍콩 정부의 요청을 받아 기본법 해석을 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재차 파란이 예상된다. 둥 행정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주민의 불안감을 유발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인대 상무위가 스스로 기본법 해석에 나선 것은 좋은 소식이다. 해석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창 정무사장도 둥 장관이 좌장을 맡은 정치제도검토특별위의 존재가 기본법의 해석 여하에 따라선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을 묻은 질문에 대해 "30일 베이징에 대표를 파견해 보고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또한 헨리 탕(唐英年) 재정사장은 27일 "전인대 상무위에 의한 기본법 해석이 외국 투자가의 홍콩에 대한 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건항동맹(民建聯)과 자유당 등 친중파 정당은 일찍부터 전인대 상무위의 기본법 해석을 지지 혹은 존중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양썬(楊森) 주석은 26일 "주민에 의한 정치개혁 논의 자체를 봉쇄하려는 중앙정부의 자세는 너무 고압적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28일에는 반대시위까지 주도했다. 1월1일 1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최한 민간인권전선도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인대 상무위의 기본법 해석을 '홍콩의 자치에 대한 포악한 간섭'이라고 신랄히 비판하고 내달 1일 항의 촛불시위를 전개할 계획을 발표했다. 전인대 상무위의 기본법 해석이 지금 새삼 대두된 배경에는 오는 9월12일 실시되는 제3회 입법회 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개혁 논의에 일정한 선을 그어야 한다는 중국측의 판단이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대만 총통선거와 연관성을 지적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일의 총통선거 이후 대만의 정국혼란이 거듭 대서특필되는 상황에서 '홍콩 주민의 직선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돼 이번에 보다 강력한 자세로 나와도 주민의 반발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고 중앙정부가 생각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 2004/03/29 1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