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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주목을 끄는 류야저우(劉亞洲)
류야저우(劉亞洲)가 또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한중수교의 밀사, 양안 밀사로 1990년대 전반기 중화권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군인 작가 류야저우가 얀안관계에 대한 중국 군사위 주석 장쩌민(江澤民)의 강경입장을 '대독'하면서 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류야저우는 최근 1949년 10월에 있었던 인민해방군 진먼도(金門島) 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진먼전역검토(金門戰役檢討)’라는 책을 펴냈다.
베이징(北京)의 천안문에서 마오쩌둥(毛澤東)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을 선포한 바로 그 달에 있은 이 회심의 상륙작전에서 인민해방군은 참패했다. 이 패전으로 인민해방군은 ‘대만 해방’을 뒤로 미루어야 했고 이는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류야저우는 장쩌민이 양안간 전쟁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해방군은 진먼 전역을 교훈삼아 앞으로 있게 될 대만 해방전쟁에서 승리를 획득하여야 한다고 밝혔다고 적고 있다. 장쩌민판 ‘전쟁 불가피론’ 인 셈이다.
장쩌민은 이러한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대만의 군 최고 통수권자인 천수이볜에게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
장쩌민의 ‘입’ 역할을 한 류야저우는 신분은 군인이지만 책을 여러 권 펴낸 작가이다.
그는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을 배합한 중국 특유의 문학형식인 ‘기실문학(記實文學)’의 방식으로 글을 써왔다. ‘기실문학’은 일종의 도큐멘터리이나 그의 작품은 소설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상상력이 돋보이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한중 수교이전에 동아일보사에서 번역 출간한 ‘천안문 광장’은 마오쩌둥(毛澤東), 장칭(江靑), 왕훙원(王洪文) 등 중국의 최고 지도자의 이면 심리를 곁에서 본 것처럼 생생하게 또 활달한 필치로 그려냈다.
류야저우의 현재 직책은 공군 부정치위원이다. 올해 1월 초 청두(成都)군구 공군 정치위원에서 공군참모차장 급의 부정치위원으로 승진했다. 그는 이 인사를 단행한 군사위 주석 장쩌민과 각별한 꽌시(關係)를 갖고 있다.
항일전쟁 당시 장쩌민의 양부 장상칭(江上靑)의 전우였던 전 국가주석 리셴녠(李先念)이 류야저우의 장인이다. 그는 리 전 주석의 셋째사위이다.
장쩌민 역시 리셴녠 밑에서 일한 적이 있으며 한 때 리셴녠의 사위로 잘못 알려질 정도로 양가의 관계는 깊다. 류야저우는 이런 인연으로 인해 일찌감치 장쩌민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었으며 올해 초 인사는 그 사실을 입증해주는 것이었다.
또한 이번에 장쩌민의 대변인의 역할을 함으로써 군부내의 장쩌민의 최측근으로서의 자신의 위상을 드러냈다.
류야저우는 한중 수교 전 밀사’ 역할을 했으며 1992년에도 대만을 방문, 대만의 고위층 인사들과 비밀협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2년 8월 21일 홍콩 경제일보는 한중수교협상의 배경을 분석하면서 ‘해방군 소속 군관’이며 중국 펜 클럽회원 작가인 류야저우가 그동안 수차례 서울을 극비 방문하면서 양국 최고위층 사이의 밀사 역할을 수행, 수교협상을 급진전 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고 보도했었다.
경제일보에 따르면 류야저우는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노태우 대통령을 직접 만났으며 이밖에도 한국 고위당국자와 10대 재벌의 총수 급 인사들과도 긴밀한 접촉을 가져왔다.
류가 밀사가 된 것은 군인이면서도 작가라는 이중적 신분 때문이었다. 그가 처음 서울을 방문한 것은 1988년 중국 펜 클럽 대표단을 인솔, 당시 서울에서 개최된 제50회 국제 펜 클럽대회에 참석하면서였다.
당시 류는 단장의 신분이면서도 펜 클럽 회의에는 거의 참석하지 않고 주로 한국정부 고위관리들을 만나는 것으로 대부분 일정을 보냈다.
류야저우는 귀국 후 당의 외교문제 영도소조 주임이자 국무원총리인 리펑(李鵬)에게 한국의 ‘북방외교’에 중국이 긍정적으로 대처할 것을 건의하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를 받아본 리펑은 즉각 류야저우를 직접 접견, 그의 건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청취했는데 류야저우는 이 때 대북한 관계를 걱정하는 리펑에게 한국과 수교를 조기에 실현하는 것이 오히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강화할 수 있다고 과거 마오쩌둥의 대미 화해 단행 때의 전례 등을 들어가며 설득했다는 것이다.
리펑은 이후 덩샤오핑 등 최고 지도부와 상의, 류야저우를 대 한국관계 총책임자인 톈지윈(田紀雲) 부총리에게 천거했으며 이후 류야저우는 여러 차례 밀사로 서울을 방문, 양국 고위층간의 연락책 역할을 맡았다.
노 대통령은 류가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접견했으며 한국의 재벌들도 중국대륙 시장의 개척을 위해 류야저우에게 적극 접근했다.
특히 선경그룹과 류야저우의 긴밀한 관계가 두드러졌으며 그의 협력으로 선경은 한국 재벌기업들 중 최초로 베이징에 정식 지사를 개설할 수 있었다고 한다.
1990년 들어 한중 양국이 상호무역 대표부를 교환설치할 때 톈지윈은 사실상 대사격인 서울주재 무역대표부의 초대 주임에 류야저우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안 김일성 북한주석이 자신의 ‘옛 친구’인 리셴녠의 사위가 남한에 가 초대대사 노릇을 할 경우 체면이 크게 손상된다고 격노, 극력 반대하는 바람에 베이징 당국은 부득이 초대 주임을 다른 인사로 바꾸어야 했다는 것이다.
1993년 중국 공산당이 박정희 전기를 중국어 번역, 중국 당정 고위간부의 연수용 교재로 사용하도록 하였는 데 이 과정에서 류야저우가 중요 역할를 했다.
재미 한국인 교포작가이자 언론인인 현웅(미국명 피터 현)이 영문으로 쓴 이 전기가 당 중앙위원회 산하 홍기(紅旗)출판사에서 출판되는 데는 '펜클럽 회원' 류야저우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다.
류야저우는 이에 앞서 1992년 6월에 대만정가를 뒤흔드는 '태풍의 눈'이 되었다. 중국시보가 6월 3일자 1면에 ‘대륙의 밀사’라는 주먹만한 활자 표제 아래 게재한 기사의 주인공이 바로 류야저우였다.
보도 내용은 중국의 전 국가주석이며 당시 정치협상회의 주석 직을 맡고 있던 리센녠의 셋째 사위인 류야저우가 이해 4월 28일 대만을 비밀리 방문,장옌스(蔣彦士) 총통부 비서장과 하오바이춘(郝柏村) 행정원장과 회담을 가진 뒤 5월 2일 대륙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총통부와 행정원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중국시보의 기사는 부인성명만으로 묵살해버리기 어려운 구체적 증거를 갖고 있었다.
안후이(安徽)성 출신의 류야저우라는 이름의 인물이 4월28일 대만에 입국한 것은 대만출입국관리소가 확인한 엄연한 ‘사실’이었다.
또 동명이인으로 보기도 어려운 것은 출신지 뿐만 아니라 나이마저 40세로 리센녠의 사위인 류야저우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타이베이 시내의 어느 호텔에도 그가 숙박한 기록이 없었다. 이 역시 ‘밀사 류야저우’의 존재를 뒷받침해주는 것이었다.
중국시보에 따르면 류야저우는 장옌스와 하오바이춘과의 회담에서 양안간에 직항로를 개설하는 문제와 군비문제 등 중요 현안을 논의했다.
공개된 ‘밀사’는 더 이상 ‘밀사’일 수가 없어서인지 류야저우는 오랫동안 언론의 관심권 밖에 있었다. 12년 전 협상을 벌였던 대만에 대해 ‘공개 경고장’을 보내며 류야저우는 또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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