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사건 보름전 江澤民 당총서기 발탁 지난 89년 중국의 대학생 민주화 시위 당시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은 천안문 사건(6월4일) 보름전인 5월20일 장쩌민(江澤民) 상하이 당서기를 당총서기로 발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덩샤오핑이 장쩌민을 발탁한 것은 그간 '정설'로 나돌았지만 언제, 어떤 자리에서 그랬는지는 베일에 싸여 왔다. 최근 공개된 중국공산당의 자료는 덩샤오핑이 일찍부터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의 경질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대신 장쩌민을 총서기로 내세우는 등 학생 시위의 진압을 겨냥해 정국을 시종 주도한 경위를 처음으로 상세히 밝혔다. 자료는 당중앙 문헌연구실이 편찬한 '덩샤오핑 연보(1975-97)'로 그에 관한 최초의 공식 연보인데 이제까지 미공개된 동정 기록과 담화 내용 등을 다수 수록하고 있다. 연보에 따르면 덩샤오핑은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는 89년 4월25일 양상쿤(楊尙昆) 국가주석과 리펑(李鵬) 총리를 자택으로 호출해 "작금의 소동은 보통의 학생운동이 아니라 동란(動亂)이다. 기치를 선명히 해서 반대하고 저지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제적인 반응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당기관지 인민일보가 다음날인 26일 발표한 사설 '기치를 선명히 해서 동란에 반대하라'도 덩의 발언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민주화 시위를 진압하는 기조를 결정했다. 덩샤오핑은 5월13일엔 시위진압에 소극적인 자오쯔양을 앞에 두고 "시위를 지도하는 불법학생조직을 인정해선 안된다"고 압력을 가했고 17일에는 계엄령 포고를 결정한 정치국 상무위의 다수파를 지지한다고 발언, 시위 학생에 양보를 호소한 자오를 고립시켰다. 늦어도 이 시점에 이르자 덩은 자오쯔양의 실각을 최종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에 계엄령이 선포된 5월20일 오전 덩샤오핑은 자택으로 천윈(陳雲) 당중앙고문위 주임, 리셴녠(李先念) 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당원로와 리펑 총리, 차오스(喬石) 당중앙기율검사위 서기 등 정치국 핵심 멤버를 불러 회의를 주재했다. 자오 총서기는 출석치 않은 이 자리에서 덩샤오핑은 정치국원 겸 상하이 당위서기인 장쩌민을 차기 총서기에 기용하자고 정식 제안했다. 참석자의 면면으로 이날 회의는 실질적인 당최고회의였으며 덩샤오핑의 정치적 영향력을 실은 말 한마디가 장쩌민의 발탁을 확정시킨 셈이다. 이는 당총서기의 인사가 당장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은 단계에서 사실상 결정된 사실을 확인해주는 것으로 당시 덩샤오핑을 정점으로 한 당원로들이 정국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을 얘기해 준다. 자료는 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의 최고책임 소재를 간접적으로 명확히 하고 있지만 천안문 광장의 무력진압이 이뤄진 6월4일과 그 전후 수일간 덩샤오핑의 동정을 기술하지 않고 있다. 최근 일각에서 천안문 사건의 재평가와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만큼 사실을 공개할 경우 정치적으로 미묘한 문제가 많이 발생한 것을 감안한 의도적인 누락으로 여겨진다.

▶ 2004/08/02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