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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鄧小平 100주] 추억(2)-브릿지 게임과 毛와의 화해
▶[鄧小平 100주] 추억(1)-덩샤오핑과 술래잡기2004/08/21 10:47
덩샤오핑(鄧小平)이 브릿지 게임의 애호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들은 덩이 마작과 브릿지 게임의 즐기는 것은 바로 그의 브르좌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맹렬히 공격하기도 했다.
홍위병의 공격이 아니더라도 마작과 카드놀이를 즐긴다는 사실은 일국의 지도자로서 내세우기가 주저되는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덩샤오핑 자신은 마작은 몰라도 브릿지 게임 만큼은 ‘자랑스럽게’까지 여기는 듯싶다. 그가 중국 브릿지(橋牌)협회 명예주석 직을 보유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신체의 건강을 위해 수영을 하고 두뇌를 녹슬지 않게 하기위해 브릿지 게임을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 84세의 고령이던 1988년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며 노익장을 과시하던 덩샤오핑
그가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던 시절의 브릿지 게임 상대로는 전 국가주석 양상쿤(楊尙昆), 전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상무위원장(국회의장에 해당)완리(萬里), 전 국가고문위원회 부주임 보이보(薄一波), 전 전인대 상무위원장 펑전(彭眞)등이 꼽힌다.
1989년 사망한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도 그의 브릿지 상대로 유명하다. 덩의 브릿지 상대가 이처럼 현직에서 은퇴하거나 죽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1996년 당시) 정치국원으로 있는 딩관건(丁關根) 역시 덩의 브릿지 게임파트너로 그의 ‘출세’는 능력보다는 브릿지 실력 때문이라는 우스개소리마저 나돈다.
 덩샤오핑이 브릿지게임에 열성을 쏟았던 것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게 되는 권력게임 중심에 서있는 그가 긴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 브릿지 게임을 하는 덩샤오핑
저우언라이(周恩來)로부터 부도옹(不倒翁 :오뚝이)이라는 별명을 물려받은 그이지만 정치적 소용돌이를 헤쳐 오는 방식은 정반대였다.
저우언라이가 순응적이었다면 덩샤오핑은 도전적이었다. 권력세계에서 도전적인 자세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항상 제로섬의 게임으로 내몬다. 그 권력게임 결과에는 모든 것을 얻는 승자와 모든 것을 잃는 패자가 있을 뿐이다. 브릿지게임을 하며 이 최고지도자는 권력게임을 대입하는지 모른다.
1992년 10월 중국공산당14차 전국대표대회(14대)는 브리지게임의 명수의 노련한 권력게임의 수를 새삼 감탄하게 하는 한 계기였다.
이른바 양상쿤-양바이빙(楊白冰) 형제의 군권박탈로 특징짓는 군부인사는 사전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모두들 거꾸로 짚고 있었다. 14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양상쿤 국가주석의 4촌동생인 인민해방군 총정치부주임 양바이빙의 부상을 점쳤다.
군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당 중앙군사위의 비서장을 맡고 있는 그가 형이 맡고 있던 군사위 제1 부주석 직을 인계받아 군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덩샤오핑이 마지막으로 보유하고 있던 당 군사위 주석 직은 1989년 11월 장쩌민 총서기에게 인계됐으나 장은 군 경력이 전혀 없기 때문에 양바이빙이 군사위 제1 부주석 직을 차지하게 되면 그는 양상쿤이 장악하고 있던 군권을 대물림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었다.
14대 개막 직전까지 만해도 그의 군사위 제1 부주석 직 승계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고 다만 그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 여부가 관심사였다.
이러한 관측은 나름의 논리적 근거를 갖추고 있었다. 사실 양상쿤-양바이빙 형제는 덩샤오핑이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중요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승패를 결정짓는 물리적 기반이 되었다.
천안문 사태 당시 국가주석과 군사위 상무부주석 겸 비서장이었던 양상쿤과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주임이었던 양바이빙은 덩의 지시를 쫓아 학생운동을 진압했다. 학생시위 진압여부를 놓고 분열됐던 군이 진압 쪽으로 돌아선 데에는 이들 형제가 ‘총대를 맨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천안문 사태 5개월 뒤에 열린 중국공산당13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3기 5중전회)의 군 인사가 이들 형제에 대한 논공행상에 다름 아니다.
군사위 상무부주석 겸 비서장이었던 양상쿤은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 총서기가 보유했고 장쩌민(江澤民) 총서기가 덩으로부터 군사위 주석 직을 인계받기 전까지 맡고 있던 군사위 제1 부주석으로 승진했다.
양상쿤이 겸임하고 있던 군사위의 일상 업무를 총괄하는 비서장직은 양바이빙에게 넘겨졌다. 이후 군 인사는 이들 양씨 형제 입김아래 좌지우지됐고 그 결과 군부 내 양씨 인맥을 지칭하는 ‘양가장(楊家將)’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됐다.
이들은 1992년 1월과 2월에 걸친 덩의 남순강화 이후에 벌어진 보혁(保革) 간의 갈등 와중에서도 양씨 형제는 변함없이 덩의 편에 섰다.
1989 천안문사태 이후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던 보수파들은 남순강화를 통해 던진 덩의 메시지, 즉 개혁개방의 가속화 촉구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했다.
중국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가 남순강화가 끝난 지 1개월 10일이 지난 1992년 3월 31일에서야 ‘바람이 동쪽에서 불어 노니 봄이 눈안에 가득하다(東方風來滿眼春)’이라는 제목으로 선전(深圳)방문 사실을 뒤늦게 보도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남순강화 당시 덩을 수행한 양상쿤은 모두들 좌고우면(左顧右眄)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양바이빙과 함께 지휘관 회의를 소집, 덩의 노선에 대한 군의 지지를 천명했다. 이것은 천안문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결국 대세를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리펑(李鵬)을 비롯 보수파들의 ‘전향’이 줄을 이었고 덩의 노선을 거부하던 골수 보수파들은 본보기로 숙청되었다.
허둥창(何東昌)국가 교육위원회 부주임(차관에 해당), 허징즈(賀敬之) 문화부장 대리 등이 해임되었고 지하총서기로 불리던 좌파이론가 덩리췬(鄧力群), 왕런즈(王忍之) 당 선전부장, 가오디(高狄) 인민일보 사장 그리고 천윈(陳雲)의 아들인 천위안(陳元)은 14대 대의원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이중 가오디는 뒤늦게 나마 덩 노선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것이 감안됐음인지 대의원으로 추천되었으나 그해 말 결국 인민일보 사장직에서 물러나야했다).
양바이빙이 1992년 8월 1일 홍군창설 65주년을 앞두고 인민일보에 발표한 글에서 “군이 개혁개방을 ‘보호하고 호위하는 것(保駕護航)이 단기간의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이는 군의 100년간의 임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글에서 그는 또 사상의 해방을 강조하고 ‘좌(左)’의 영향과 간여를 극복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덩 노선에 대한 군부의 통일된 지지를 표명한 것으로 덩 노선의 승리선언과 다름이 아니었다.
양상쿤과 양바이빙 형제는 보수강경파로 분류되던 인물이었다. 다름 아닌 천안문 사태 진압의 선봉에 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좌를 공개적으로 공격하자 중국관측통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딜레마는 양상쿤과 양바이빙을‘충덩파(忠鄧派)’ ‘옹덩파(擁鄧派)’ ‘보가파(保駕派)’라는 제 3의 파벌로 분류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들 양씨 형제는 보혁이라는 이분법으로 분류할 수 없는 덩의 측근이라는 것이었다.
관측통들은 이들이 덩샤오핑과 동향인 쓰촨(四川)성 출신임을 들어 덩이 군기반이 없는 장쩌민을 뒷받침하는 세력으로 양씨 형제를 선택할 것이라는 것이 14대 군 인사를 전망하며 설득력 있게 내놓았던 논리였다.
그러나 군인사의 결과는 이런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양상쿤은 군사 위 제1 부주석 직위를 내놓았으나 그 자리를 이어받은 것은 양바이빙이 아니라 14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류화칭(劉華淸)이었다. 그는 양상쿤 보다 서열이 한 등급 낮은 군사위 상무 부주석 직에 있었다.
류화칭이 맡고 있던 직책은 군사위원에도 끼어 있지 못했던 인민해방군 국방대학교장 장전(張震)이 차지했고 양바이빙이 갖고 있던 비서장직책은 아예 폐지면서 양바이빙은 군사위원직마저 내놓았다.
군사위원직을 내놓았다는 것은 양바이빙이 인민해방군 총정치부주임 직도 내놓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양씨 형제가 군권을 행사할 제도적 기반을 박탈한 것으로 사실상의 숙청이었다. 그러나 이 의미를 제대로 깨닫는 데는 약간의 시일이 필요했다.
양바이빙이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한 사실이 사태파악에 혼선을 빚게 한 한 요인이었으나 그보다는 그처럼 충성심이 강한 양씨를 내쳐야할 합리적 이유를 발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4대 이후 공식석상에 양바이빙이 군복 아닌 중산복을 입고 나오고 , 또 정치국원으로서 그가 맡은 임무가 군 관계 업무가 아닌 리루이환(李瑞環)밑에서의 선전업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덩샤오핑의 수를 깨닫기 시작했던 것이다.
뒷날 홍콩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은 양바이빙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14대인사의 최종조정과정을 주재하고 있던 장쩌민에게 전해진 한 장의 쪽지였다. 그 쪽지에는 양바이빙에게 ‘군대를 떠나 정치에 종사할 것(棄武從政)’을 요구하라는 덩의 지시가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사태가 벌어진 뒤에 현명해지기는 쉽다’는 말처럼 모든 것이 분명해진 뒤에서야 덩샤오핑의 심모원려(深謀遠慮)를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덩의 양씨 형제 처리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전형적인 사례이다.
천안문 사태 진압과 남순강화 이후의 권력투쟁와중에서 양씨 형제의 공이 큰 것은 분명하지만 14대를 통해 자신이 노선이 승리한 만큼 양씨 형제로의 군권집중은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장쩌민의 취약한 군 기반을 보완하기위해 덩이 자신들을 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덩 이후를 노렸던 楊씨 형제는 대항할 틈도 없이 당하고 말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양상큰은 덩의 브릿지 상대 중의 하나였다. 브릿지 게임에서의 승패가 어떠했는지는 모르지만 권력 게임에 있어서만큼은 양이 덩의 하수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1996년 7월 25일)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을 어떻게 처리했나
 중국을 처음 방문했던 1992년 5월, 차를 타고 한 밤중에 천안문을 지나친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몹시 어두었던 베이징의 밤거리에 천안문만큼은 조명으로 대낮처럼 환하게 밝았고 그 밝음의 중심 속에 마오의 초상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 1959년 대약진 시기 당시의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당시 한 밤중의 베이징 드라이브는 사위에 짙게 깔린 어두움과 그 어둠에 곧 묻혀 버릴 것만 같은 희미한 불빛만이 문득문득 지나치는 것으로 해서 마치 터널을 지나는 기분을 주었다. 그 때문에 대낮처럼 환한 밝은 조명 속의 마오의 초상화는 밝은 낮에 처음 보았던 때보다도 오히려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밝은 조명속의 마오쩌둥 초상화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던 것은 그 것이 생전에 자신에게 두 차례의 실각을 안겼던 마오에 대한 덩샤오핑의 처리방식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은 1981년 6월 중국공산당 11기 6중전회에서 ‘건국이래 당의 몇가지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에서 마오쩌둥 사상을 중국공산당의 보귀한 정신재산이며 건국과정에서의 마오의 공헌을 높이 평가했으나 마오쩌둥이 주도한 문화대혁명을 엄중한 착오로 규정했다.
마오의 공과에 대해서 ‘공(功)이 과(過)를 덮는다’고 결론지었지만 이후 덩의 주도로 전개된 개혁 개방정책은 마오쩌둥이 범한 착오를 극복하는 데에 집중됐다. 이 때문에 바깥사람들에게는 마오쩌둥에 대한 찬양은 하나의 치례일 뿐 결국 덩이 추구하는 것은 결국 마오에 대한 부정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 무렵 덩샤오핑을 인터뷰한 오리아니 팔라치가 “천안문 위에 내걸린 마오쩌둥 초상화를 언제 떼어낼 것이냐”하는 질문을 던졌던 것도 당시 전개되고 있는 마오에 대한 재평가가 궁극적으로는 소련의 스탈린 격하운동처럼 마오쩌둥에 대한 완전 부정으로 귀결지을 것이 아니냐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리고 그 것은 서방인들이 공통적으로 지녔던 관심사를 대변한 것이었다.
그 때 덩샤오핑은 “ 마오 주석은 과오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민의 존경받는 지도자이며 천안문의 초상화는 앞으로도 계속 걸려있을 것이다”하고 답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스탈린의 후계자들이 스탈린을 완전 부정했던 것과는 달리 덩샤오핑의 마오에 대한 재평가는 '긍정을 전제로 한 부정’이었던 것이었고 그 것은 한 밤중에도 환한 조명 속에 모습을 드러낸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상징적으로 대변해주고 있었다.
1993년 2월부터 베이징에 주재하면서 일반 민중들 사이에서 마오쩌둥이 부활하고 있는 현상을 목도할 수 있었다. 개혁 개방의 부작용이 심화되면서 그 반작용으로 일기 시작한 마오쩌둥 열기는 그러나 덩리췬(鄧力群) 등 일부 좌파 지도자들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 체제의 대안을 넘볼 정도의 위험스러운 부활은 결코 아니었다.
그의 사진이 부적처럼 안전을 가져다 준다는 식의 영웅에 대한 중국 전통의 민간 신앙 형태로, 또는 지도층의 부패에 대한 경종의 상징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강해져가는 중국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견제에 대한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마오쩌둥은 여러 모습으로 부활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것은 현 지도부도 용납하고 묵인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었다.
마오쩌둥에 대한 지도부와 민중의 이 같은 각기 다른 접근은 1993년 12월 들어서면서부터 자연스레 한데 어울어졌다. 그해 12월 26일이 마오의 탄생 100주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때는 정말 신문을 보아도 TV를 켜도 온통 마오쩌둥 관련 기사가 아니면 마오쩌둥 관련 프로그램이었다.
신문에서는 토론, 세미나, 시화전 등 각종 행사관계 기사를 전하는 것은 물론 마오와 만났던 각계각층 인사의 회고담, 각 분야에 있어서의 마오쩌둥의 업적, 심지어 현재 마오의 시신을 담고 있는 수정관이 만들어지게 된 경위 등 마오와 관련한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루어지고 있었다.
TV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마오의 활동을 소재로 한 드라머가 빈번하게 방영되는가 하면 마오쩌둥 일대기를 기록 필름과 현장탐방, 그리고 관계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시리즈물로 내보내기도 했다.
그해 여름부터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이 시리즈물은 ‘혁명가로서의 마오쩌둥’ ‘군사전략가로서의 마오쩌둥’ ‘시인으로서의 마오쩌둥’ 등 여러 측면에서 마오의 일생을 다루고 있었다.
또한 마오쩌둥을 기리는 각종 행사도 많이 열렸다. 마오의 생일인 26일 인민대회당에서 당정군의 최고지도자들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마오쩌둥 탄신 100주년 대회’가 피날레를 장식할 때까지 중앙과 지방에서는 마오를 기리는 각종 행사가 잇달았다.
12월 20일에는 후난(湖南)성 샤오산(韶山)의 마오쩌둥 고향에서 장쩌민 총서기가 참석한 가운데 마오쩌둥 동상의 제막식도 있었다. 대륙전역이 마오쩌둥 열기에 흠뻑 빠져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오쩌둥의 과오의 부정에서 출발한 덩샤오핑 시대이지만 ‘건국자’로서 존중하고 있던 것을 목격해오던 터이라 그의 탄생 100주년을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전개된 양상은 이러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혹자는 중국지도부의 가세로 고조된 마오쩌둥 추모 열기를 두고 ‘마오쩌둥과의 영원한 작별의식’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번을 끝으로 마오쩌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 위해 이처럼 성대히 추모한다는 역설이 거기에 담겨있었다.
1978년 개혁개방이 본격 추진된 이래 형식으로만 존중하고 실질적으로는 부정, 외면 해오던 마오쩌둥을 요란스레 추모하는 행사에 대한 비야냥이 없지도 않은 이 평은 어느 면에서 옳았다.
이후 1995년 5월 베이징 떠나올 때까지 신문이나 방송에서 마오쩌둥을 그처럼 요란스레 다시 부각시킨 경우를 접하지 못했다. 그는 또다시 천안문에 장식물처럼 ‘모셔’있는 존재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추모행사를 그처럼 성대히 치루는 것을 보고 느꼈던 것은 두가지였다. 마오의 탄생 100주년을 계기로 마오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개혁 개방정책에 측면에 맞추어 재정립하려는 노력이라는 측면과 과거와의 화해라는 측면이었다.
동상 제막식에서 행한 왕마오린(王茂林) 후난성 서기의 치사는 당시 지도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게한다. 왕 서기는 마오쩌둥을 “중국혁명과 건설사업에서 불후의 역사적 공헌을 했고 세계 피압박민족과 인민의 해방, 그리고 인류의 진보사업에 중대한 공헌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마오쩌둥 사상은 “마오쩌둥 동지를 대표로 하는 중국 공산당이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기본 원리로하여 중국혁명의 장기적 실천과정에서 독창적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정황에 맞도록 구성한 사상”이라고 했다.
이는 마오쩌둥 사상이 마오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이른바 집체작품임을 밝힌 것으로 마오가 지닌 상징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그는 “마오쩌둥 사상은 덩샤오핑 동지에 의해 승계되어 그 내용이 풍부하게 되었으며 그 바탕 하에서 중국특색의 사회주의가 건설되었다”고 말했다. 현재의 개혁과 개방정책과 마오쩌둥을 접목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민중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마오쩌둥의 열기를 체제강화와 현 개혁개방노선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는 방향으로 유도하고자하는 현 지도부의 의도는 마오쩌둥의 일생을 각 방면에서 조명한 TV 프로그램에서도 보다 뚜렷하게 엿 볼 수 있었다.
보이보(薄一波)가 감수한 CC-TV의 프로그램은 마오쩌둥의 일생을 다루면서 그 사상형성에 큰영향을 미쳤던 그의 장인 양창지(楊昌齊)가 사숙했던 유교서원을 찾아간다. 그런데 그 유교서원의 현판은 덩샤오핑이 일생을 두고 역설한 ‘실사구시(實事求是)’였다. 얼마나 절묘한 견강부회(牽强附會)인가!
그러나 이 때 이루어진 마오에 대한 재평가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도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원장을 역임한바있는 후성(胡繩)은 당시 인민일보 1면에 기고한 글에서 마오쩌둥이 이룩한 중요업적중의 하나로 소련의 발전 모델로부터 탈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성은 이어 1989년 이후 동구와 소련의 붕괴는 소련식의 모델을 추종하지 않은 마오쩌둥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해준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리전개는 마오쩌둥의 탈소(脫蘇) 노선과 덩샤오핑의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이 일치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화대혁명 당시의 마오쩌둥의 과오가 많은 프로그램과 관련 기사에서 일체 언급되고 않았던 것도 기억에 남는 특징 중의 하나였다. 15년의 개혁개방이 바로 문화대혁명의 과오를 청산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구태여 그의 과오를 다시 도마위에 올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 외에도 세월이 상처를 아물게 했음은 아닐까.
이런 이유에서 100주년을 맞아 요란스레 거행된 각종 추모행사는 덩샤오핑을 비롯한 반(反) 문혁세력과 마오쩌둥 간의 화해를 상징하는 것으로 비쳐졌다.(1996년 7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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