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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공정]‘영웅’ 대박 有感 (2 · 끝)
▶[동북공정] ‘영웅’ 대박 有感 (1)2004/08/31 23:35
영화 ‘영웅’이 2주째 미국 시장에서 흥행 수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주에는 멜 깁슨의 ‘파파라치(Paparazzi)'와 ’블랙호크 다운‘의 조쉬 하트넷과 ’트로이‘의 다이앤 크루거가 공연한 ’위커 파크(Wicker Park)‘-1996년 프랑스 영화 ’라파르망(L'appartment : 아파트)을 리메이크 한 작품임-등 화제작이 여러 편 새로 개봉되었으나 ‘영웅’의 질주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영웅’은 지난 주 금요일인 3일 하루 동안 245만 달러의 입장료 수입을 올렸고 상영 2주만에 수입 누계가 4,000 만 달러에 육박한 것으로 추계되었다. 개봉 1주 동안의 입장료 수입 누계는 2,671만 달러였다.
한편 3일부터 미국에서 상연되기 시작한 장동건과 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미국 언론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일부 상영관에서는 매진사태까지 빚기도 했다. 하지만 흥행 수입 10위 안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역사를 콘텐츠로 한 한중 영화가 비슷한 시기 미국 시장에서 벌인 이러한 경쟁은 바로 앞서 끝난 아테네 올림픽에서의 양국의 메달 레이스를 떠올리게 한다.
9개의 금메달을 딴 한국 팀이 선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러시아를 여유 있게 제치고 32개의 금메달로 미국에 3개 뒤진 2위를 차지한 중국이 거둔 성적 앞에서는 빛이 바래진다.
양뿐만 아니라 질에 있어서도 중국은 우리를 훨씬 앞질렀다. 경제와 스포츠뿐만 아니라 문화산업에 있어서도 중국은 욱일승천하는 기세다.
‘영웅’이 만들어졌을 당시 이의 정치 선전효과를 가장 우려했던 쪽은 바로 대만이었다.
지난해 7월 26일 대만 언론들은 유시쿤(游錫堃) 대만 행정원장이 명말 청초에 대만을 근거지로 반청활동을 벌였던 정성공(鄭成功)을 주제로 한 국제적인 영화를 제작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정성공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영웅’을 의식하고 있다. 예상 제작비를 ‘영웅’과 마찬가지로 한화 350억 원 가량 잡았는가 하면 제작비의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이었으며 ‘와호장룡(臥虎藏龍)’의 감독 리안(李安)과 접촉했다.
‘붉은 수수밭'과 '영웅'의 장예모가 중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라면 리안은 대만이 자랑하는 감독이다.
리안는 미국 일리노이 대학에서 연극을, 뉴욕대학에서 영화제작을 공부했으며 대만의 영화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되어 영화를 시작했다. 1993년 감독 데뷔 두 번째 작품인 ‘결혼피로연’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대만 영화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세 번째 작품 ‘음식남녀’로 다시 한번 같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리안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자신의 최초 영어 영화 ‘센스 앤 센서빌러티’로 아카데미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최우수 미술상을 수상하고 엠마 톰슨에 여우 주연상을 안겼다.
그리고 2000년 주윤발(周潤發), 양자경(楊紫瓊), 장쯔이(章子怡) 등 중화권의 톱스타들-주윤발은 홍콩, 양자경은 말레이시아 출생이고 장쯔이는 중국 태생이다-을 출연시켜 만든 ‘와호장룡’은 미국 시장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리안은 장예모의 맞수로서 손색이 없었다.
대만의 ‘정성공 프로젝트’의 핵심은 ‘영웅’의 경우처럼 오늘의 정치적 목적에 맞추어 과거의 역사를 변조하자는 것이었다.
‘영웅’이 ‘반통일주의자’ 형가를 ‘통일염원’의 무명으로 변조해냈듯이 대만 당국의 제작 방향은 ‘반청복명(反淸復明)’의 정성공을 ‘선택대만 고별중국(選擇台灣 告別中國)’의 정반대의 인물로 그리려는 것이다. 이는 민진당 정권의 ‘대만 공화국’ 추진구상과 맞물려 있었다.
▶[동북공정] 鄭成功, 그리고 고구려(1) 2004/01/06 01:42
당시 보도는 리안이 대만 당국의 제의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는데 그 뒷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대만 당국의 노골적인 정치적 의도에 리안이 주저한 것은 아닐까.
리안이 2000년 천수이볜(陳水扁)의 총통 취임식 때 대만 국가를 불러 한동안 중국 무대에서 ‘퇴출’되었던 가수 장후이메이(張惠妹)의 전철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선전수단으로 영화가 알게 모르게 활용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동에서 아랍 민족주의가 꿈틀대던 1962년 데이비드 린 감독은 피터 오툴 주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만들었다.
이 영화의 대성공으로 역사 속에 묻혀있던 T.E. 로렌스(Thomas Edward Lawrence :1888~1935)는 ‘로빈 훗’ 만큼이나 국제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역사인물이 되었다.
탐험가, 고고학자, 그리고 군인인 그는 1차 대전 중 아랍 게릴라들을 지휘, 아랍 세계가 터키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아랍의 독립에 동정적이었던 그는 그러나 전후 아랍의 운명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었고 변성명한 채 전차병, 공군 일반병으로 복무하는 등 생의 하반기를 불우하게 지내다 1935년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다.
1919년 영국 지도자들에게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로 서방 제국주의 이익 구현에 걸림돌이 되는 이단아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랍세계가 독립한 1960년대 초 상황에서 서방과 아랍이 상호 이익을 매개로 협력, 공존하기를 희망했던 그의 구상은 도리어 서방측이 간절히 원하는 바였다. 아랍 민족주의 대두에 계속 밀리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만들어진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양심적인 영국인의 존재를 상기시킴으로써 서방 제국주의적 지배 역사에 대한 기억을 희석시키고 상대적으로 터키의 압제만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일종의 최면이었다.
제3국의 국민에게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최면효과는 1차 오일쇼크 때까지 압도적 위력을 발휘하며 지속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제3국 일반 대중들에게 조차 중동사태가 ‘발등의 불’이 된 관계로 아랍의 현실과 그 뿌리가 된 과거를 서방의 시각이 아닌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1975년의 ‘사막의 라이언’은 바로 이런 분위기 하에서 만들어졌고 결과적으로 ‘아라비아의 로렌스’ 에 대한 맞불 역할을 하였다.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이 돈을 댄 이 영화는 미국 영화사가 제작하고 ‘아라비아의 로렌스’에도 출연한 바 있는 앤터니 퀸을 포함, 올리버 리드, 로드 스타이거, 캔디스 버건 등 서방의 유명 배우가 다수 출연했다. 하지만 ‘반식민주의’ 영화였다.
무솔리니의 식민지배에 저항하는 베드윈 족의 게릴라전이 영화의 소재였으며 감독은 무스타파 아카드로 아랍계였다. 이 영화는 게릴라들에 협조한 마을 주민을 무작위 처형하는 장면 등을 리얼하게 묘사했다.
‘양심적 서방인’은 조연의 위치로 물러나 있고 게릴라 지도자 오마르 목타르(Omar Muktar) 가 영화의 중심이었다. 이 것이 바로 ‘아라비아의 로렌스’와의 근본적 차이다.
세계를 상대로 영화를 통한 역사교육에 가장 열성적인 민족은 유태인이다. 2차대전이 끝난 지 60년이 지났지만 나치 독일의 유태인 학살만행을 일깨우는 영화와 TV 드라마는 끊임없이 만들어져 오고 있다.
‘엑소더스’, '안네의 일기', ‘7호법정’, ‘소피의 선택’, '전쟁과 사랑‘, ’쉰들러 리스트‘, 그리고 최근의 ’인생은 아름다워‘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형식으로 새로운 관객들에게 유태인이 겪었던 참혹하며 비극적인 역사를 ’교육‘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를 계기로 현실의 이스라엘이 ‘다윗’에서 ‘골리앗’으로 변했지만 스크린 상에서는 여전히 반(反)인류적 범죄의 희생자이다.
뉴스 화면과 스크린의 뒤섞임을 통해 오늘과 어제를 혼재시킴으로써 ‘골리앗’ 이스라엘의 이미지를 완화시키는 데 기여를 해오고 있다.
TV 대하 사극 ‘용의 눈물’을 연출했던 김재형 PD는 최근 인터뷰에서 발해를 소재로 한 영화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개소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제작과 관련하여 북한 당국과 협의했으나 북한이 중국을 의식하는 바람에 성사되지 못했다는 말도 했다.
이는 동북공정이 공개된 이후 북한의 침묵을 설명해줄 수 있는 단서이다. 역사 소재 영화제작은 바로 부지불식간에 정치외교 행위가 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영화 ‘영웅’은 동북공정의 한 전선이 스크린 상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소재가 될 역사 속의 전쟁은 이미 그 결과가 나와 있다.
하지만 국제무대의 흥행성적과 그 파급효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동북공정은 문화전쟁이며 결과를 알수 없는 미래 전쟁이다. <차이나워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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