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毛澤東의 추억...고향, 여인들 그리고 상반된 시각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毛澤東)이 사망한 뒤 박동진(朴東鎭) 당시 외무장관은 ‘마오쩌둥이 피압박 민족의 해방자라는 시각이 있지만 우리는 그가 우리 민족의 통일을 방해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마오가 사망했을 때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추도하는 분위기였다. 1972년 닉슨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미국과 중국이 관계를 정상화하고 잇달아 일본이 중국과 수교하는 등 범세계적인 대 중국 화해 무드가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 한 몫을 했다.
이러한 국제적 분위기 속에서 박 장관은 대한민국 정부의 입장을 이 같이 정리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은 중국의 비수교국이자 적대국으로서 미국, 일본과 같은 중국과의 화해는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올해 9월 9일은 마오쩌둥의 28주기가 되는 날이다. 한국과 중국은 수교한 지 12년이 되었으며 한국의 대통령이 ‘마오를 존경한다’고 공식석상에서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시각도 변화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 시도는 기억 속에 묻혀졌던 당시 박 장관의 발언을 되새기게 만들었다. 미래의 통일과정에서 중국이 또다시 ‘방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과 함께 말이다.
또 올해 마오의 기일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서는 것은 문화대혁명 당시 20대였던 제4세대의 지도부가 ‘균형발전’을 내세우며 마오의 평등주의 정신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주일 앞으로 다가 온 16기 4중전회는 ‘덩을 발전적으로 극복하여 마오로 돌아가려는(克鄧復毛)’의 제4세대와 ‘마오를 극복한 덩’을 고수하려는 상하이방(上海幇)‘이 충돌하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필자가 중국에서의 특파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 기록한 마오쩌둥 관련 글들이다. '오늘의 마오'를 살피기에 앞서 마오에 대한 추억을 들추어 본다.<차이나워처 주>
추억(1)... 1993년 여름의 샤오산(韶山)
마오쩌둥(毛澤東)의 고향 샤오산(韶山)방문은 기대배반의 연속이었다.
후난(湖南)성(省) 성도(省都) 창사(長沙)시 인근에 위치한 샤오산이지만 1993년 여름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시골 길, 그 것도 두메산골로 들어가는 길의 모습 그 자체였다. 시 경계를 벗어나자 길은 두 대의 차가 가까스로 교행할 정도로 폭이 좁아졌다.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것은 물론 쭉 뻗은 곳 없이 구불구불했다. 마오가 공산 중국의 건국자인 만큼 그의 고향으로 향하는 도로는 잘 정비되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영 딴 판인 모습이었다. 이 기대배반은 마오의 고향을 방문하는 여정에서 느낀 두 번째의 것이었다.
그 첫 번째는 창사시를 찾은 첫 날 저녁 도심을 산책하며 느꼈다. 시 중심가의 숙소 주변에 타이완, 홍콩 등의 유흥가에서 볼 수 있는 이발청(理髮廳: 이용원)이 죽 늘어서 있었다. 가게 앞에 앉아있던 젊은 아가씨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자 하나같이 혼비백산 달아나는 것이다.
당황해하는 이들의 행동은 이발청 안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내용을 짐작케 하였다. 개혁 개방의 부정적 요소가 다른 곳도 아닌 마오의 고향 인근에서 번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눈으로 그 현장을 보기 전에는 짐작도 못한 일이었다.
얼마 뒤 광명일보(光明日報)는 '남(南)의 창사, 북(北)의 옌지(延吉)'라는 제목의 르포 기사를 1면 머리에 게재했다. 창사시와 옌지시가 개혁 개방 이후 전 중국을 통틀어 가장 급속도로 환락도시로 변해버렸다며 개탄하는 기사였다.
마오의 고향인 샤오산을 찾은 때는 1993년 8월 초순. 한국일보와 인민일보간 업무제휴 체결에 따른 첫 사업으로 수교 1주년에 맞추어 한국일보 중국 취재단의 중국 방문이 이루어졌는데 마오의 탄생지가 일정 속에 포함된 것이다.
취재단의 취재 주제는 물론 '변화하는 중국'이었다. '개혁과 개방'이 국시(國是)처럼 내세워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인들에게 '경이원지(敬而遠之: 공경하되 멀리하는)'의 대상인 '마오'를 취재대상에 포함시킨 것은---그 것도 일주일간의 빡빡한 일정 중에 하루를 할애한 것은 --- 어찌 보면 '사치'였다.
그러나 베이징(北京)특파원이 된 뒤 '라오바이싱(老百姓:일반 평민)'사이에서 마오에 대한 숭모 열기가 고조되는 것을 목격해온 필자로서는 인민일보 실무단과의 취재 지역 협상 과정에서 마오의 탄생지 방문을 포함시키는 것이 어떻느냐는 제안에 '좋은 추천'이라며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1993년이 마오의 탄생 100주년이였기 때문에 '취재 거리'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되었다.
성 정부가 제공한 미니버스에 몸을 싣고 샤오산으로 가는 동안 필자는 차장 밖의 풍경에 문득문득 초중고 시절 여름방학 때 충청도 부여(扶餘)의 시골 할아버지 댁을 찾아가던 여정의 한 순간으로 되돌아 간 듯한 착각에 빠져들곤 했다.
앞 차가 일으키는 희뿌연 먼지에 시야는 때때로 가렸고 바퀴가 큰 돌 뿌리에 걸릴 때마다 차체는 심하게 덜컹거리며 좌석이 따라 흔들렸다. 구불구불한 농로, 이리 비틀라고 저리 비틀린 논들, 논밭 사이사이 야트막한 산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는 비산비야(非山非野)의 지형... .
이 모든 것은 20여 년 전 충청남도 고향 길을 찾아가던 때 차창 밖으로 펼쳐지던 풍경과 너무나 비슷했다. 베이징에서 톈진(天津)을 잇는 도로 양편 들은 지평선 끝에 조차 산을 찾아 볼 수 없는 평야로 우리의 농촌 모습과는 영 딴 판인 모습이었는데 후난성의 지형은 우리와 유사했던 것이다.
후난성은 산지가 70%이고 농지는 20%로 산지비율이 한국과 비슷하다. 나머지 10%는 물로 중국 제2의 담수호(淡水湖)인 둥띵(洞庭)호가 위치한 때문이다.
개혁 개방이 중국의 많은 곳을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는 와중에 '공산중국'의 건설자 마오쩌둥의 고향 가는 길과 그 주변 풍경은 옛 모습 그대로인 듯 하였다.
그의 고향이 후난성의 성도 창사시에서 자동차로 3시간 남짓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변화의 물결은 미치지 않고 있었다.
후난성은 마오쩌둥과 국가주석을 지낸 류샤오치(劉少奇), 또 개혁과 개방청책의 조타수 주룽지(朱鎔基)총리 등 권력서열 1,2위의 지도자를 배출하였음에도 경제적으로 그들의 덕을 보지 못했다. 이는 통계 지표를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1993년 현재 인구 6,200만인 후난성은 농민이 80%이다. 중국 24개 성(省)중 GNP규모로 15번째의 순위다. 그래서 성정부의 슬로건은 '10대 성(省)에 진입하자'는 소박한 것이다. 또 다른 슬로건은 '마오 주석이 잘못한 것을 우리는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행한 후난 성 성정부 안내인은 일행을 향해 열심히 마오와 후난성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유난히 구불구불한 도로와 관련한 일화를 들려주었다. 마오는 자신이 집권한 후 창사 시와 샤오산을 잇는 도로를 개설하려는 계획을 전해 듣고 이를 제지하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1950년 마오의 아들(안내인은 이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고 했으나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마오안잉(毛岸英)으로 추정된다)은 승용차가 아닌 말을 타고 아버지의 고향을 찾아가야했다고 한다.
이러한 일이 있고난 이후 마오의 고향사람들이 '당신도 말을 타고 고향을 찾을 수 없지 않느냐'라고 도로 건설을 청원하자 도로 개설을 허가하면서 3가지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그 지침은 '좋은 땅을 차지하지 말며 집을 허물지 말고 또 묘지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샤오산으로 가는 길이 유난히 구불구불한 이유는 이 지침을 엄격하게 지킨 때문이라고 한다.
가는 도중 새로운 도로 건설 현장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심하게 구부러진 길을 반듯하게 잇는 공사였다. 사후에도 지켜져 온 마오쩌둥의 3개 지침이 파기된 것은 12월 26일 마오쩌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에서 장쩌민(江澤民)을 비롯한 중국 국가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성대한 기념식 때문이라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후난성은 마오, 류사오치, 주룽지외에도 많은 지도자들을 배출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오른 팔로 불리웠던 후야오방(胡耀邦) 전총서기, 후야오방의 정적으로 천안문 유혈진압의 선봉에 섰던 보수 강경파 왕전(王震) 등이 바로 후난성 출신이다.
특히 군 지도자를 많이 배출했다. 공산중국 건국 후 계급이 부여된 인민해방군의 주요 지도자들 중 다수가 후난성 출신이다. 10대 원수중 펑더화이(彭德懷) 등 3명이, 대장 10명중 6명이 포함됐다.
유명한 린뱌오(林彪)도 둥띵호 건너편인 후베이(湖北)성 출신이다. 이 곳이 진(秦), 한(漢)과 천하를 다투었던 전국시대 '군사 강국' 초(楚)의 강역이었던 점을 상기해보면 항우(項羽)를 탄생시킨 전통이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안내인 말로는 군에 참여한 인재는 많았으나 경제부문에서 활약한 사람은 적은 것이 이 곳의 경제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나름대로의 분석을 하였다. 주룽지가 있지 않느냐는 반문에 주는 예외적인 인물이라는 답변이 되돌아 왔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앞서가는 승용차의 모양이 낯이 익다. 현대의 소나타였다. 차량 번호판을 보니 후난성 성정부 소속 관용차였다.
현대의 소나타는 당시에는 공식적인 수입통로가 정비되지 않아 베이징에 상주하게 된 한국특파원들 조차 반입하려다 포기할 정도로 중국에 들여오기가 까다로운 차였다.
그런데 그 소나타가 내륙의 낙후한 곳으로 알려진 후난성의 시골길을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 차는 버젓이 지방정부의 관영 번호판을 달고 있었지만 산둥(山東)성에서 '해상 교역'(산둥성에서는 황해를 통한 밀수를 이렇게 불렀다)으로, 혹은 홍콩을 통해 밀반입된 것인지도 모른다.
상품이 공식적인 수교에 앞서 '죽(竹)의 장막'의 깊숙한 곳까지 이미 발을 디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오의 고향은 야트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형의 마을이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길목에 '모씨종사(毛氏宗祠)'라는 3층 높이 규모의 중국 전통양식의 사당건물이 주변의 농가 건물을 압도하며 이 곳을 처음 찾는 방문객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마을 입구에 공산혁명 혹은 마오와 관련한 커다란 기념관 혹은 기념비를 예상했던 예상은 또 빗나갔다. 세 번째의 기대배반이었다.
사당은 건물 양식으로 보아 명청 대에 세워진 것 같았다. 마오가 도로 건설 지침에서 묘지를 훼손하지 말라는 내용을 포함한 것은 자신의 혈족이 대부분인 이 곳 주민들의 조상에 대한 정성을 일찍부터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을 중심지에서는 거대한 마오쩌둥의 동상 건설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동상 대의 높이가 4.26m, 동상 높이가 8m로 계획되었다고 한다. 탄생 100주년 기념일인 12월 26일 제막을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인지 인부들은 전혀 서두는 모습이 아니다. 동상 건설현장은 한가로운 농촌마을의 여름 날 풍경을 바쁘게 만들지는 않고 있었다.
마을 중심으로 내가 흐르고 인가는 주로 산등성이에 모여 있었다. 샤오산 인민정부 초대소에 도착하니 인민정부 주석과 몇몇 간부들이 일행을 반가히 맞았다. 인민정부 주석의 풍모는 전형적인 시골 촌장의 모습이었다.
이 곳의 책임자만큼은 철두철미한 공산주의자로 경직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지레짐작이 또 빗나갔다. 마을의 대표자는 초대소 현관 앞에 미리 나와 우리 일행을 정중히 맞았다. 네 번 째 의 기대배반이었다.
현 인민정부 관계자들이 안내한 접견실로 들어서자 축축한 곰팡내가 코를 찔렀다. 마오쩌둥이 1959년 6월 26일 이 곳을 방문, 마을 주민대표들과 함께 찍은 대형 사진이 걸려 있는 이 접견실은 바닥에 카페트가 깔려있는 등 고급스러운 분위기였으나 코를 찌르는 곰팡내가 '퇴락한 영광'을 되새기게 했다.
샤오산 인민정부 주석은 마오와 고향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샤오산에 대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그는 대형 사진 속에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그는 마오의 생가 부근에서 '모가주점(毛家酒店)'이란 이름의 음식점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며 나중에 그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오쩌둥은 고향에서 16살까지 살았다. 마오는 그와 마찬가지로 10대에 고향을 떠난 뒤 죽을 때까지 단 한번도 고향을 찾지 않은 덩샤오핑과는 달리 여러 차례 고향을 방문했다.
고향을 떠난 지 11년 후인 1921년에 고향에 돌아온 마오쩌둥은 가족들에게 공산혁명에 참여할 것을 설득하였고 가족들은 그의 말을 따랐다. 마오가 인도한 길은 '죽음의 길'이었다.
남동생 2명과 여동생 1명 등 동생 셋과 처와 아들, 그리고 조카가 공산혁명와중에서 희생된 것이다.
1925년에 다시 고향에 돌아온 그는 본격적인 공산 혁명 활동을 벌인다. 2월부터 8월 사이에 20여개의 농민협회, 20여개의 야간학회, 그리고 공산당 세포조직 1개를 만들었다.
1927년 1월에 고향을 떠난 그가 다시 고향에 돌아온 것은1959년으로 32년만의 귀향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찍은 사진 속의 마오쩌둥은 결코 '천자(天子)'의 모습이 아니다.
웃옷을 벗고 셔츠차림인 채로 긴 나무의자에 걸터앉아 밭일을 하다가 막 나온 듯한 흙투성이 맨발의 마을 주민과 담배를 나누는 그의 모습은 소탈함 그 자체였다.
그 때 고향도 옛 모습이었고 마오도 혁명활동 초기의 옛 모습 그대로였다고 할까. 그러나 문화대혁명의 광풍은 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다.
인민정부 주석의 말로는 마오의 생가는 1950년대부터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했으나 초기에는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샤오산에 마오의 기념관이 세워진 것도 1964년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샤오산을 찾은 방문객은 1963년 4만, 1964년 7만, 1965년 21만이 고작이었다.
그러던 것이 1966년에는 266만 명으로 갑자기 늘어난다.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해이다. 그해 이후 샤오산은 공산중국의 '메카'가 되었고 1976년까지 매년 200만 전후의 참배객이 마오의 생가를 '순례'했다.
흥미로운 점은 바로 1966년을 마지막으로 마오는 더 이상 고향을 찾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취재단과 동행한 인민일보의 한 간부도 이 시기 '홍위병'으로 이 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그 때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피했다. 중국인들에게 문혁은 되돌아보기 싫은 '상처'이다.
마오쩌둥이 죽은 뒤 샤오산은 다시 '메카'에서 '시골'로 되돌아갔다. 덩샤오핑이 집권한 다음해인 1980년 방문객 수는 23만으로 급전직하한다. 문화대혁명이 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방문객의 수는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천안문사태가 발생한 1989년에는 65만, 1991년과 1992년에는 각각 109만 4,000명, 108만 명으로 10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문화대혁명기의 200만 명이 동원된 것인데 비해 1990년, 1991년의 100만 명은 자발적인 것이었다.
개혁개방의 부작용이 사회에 만연하면서 마오에 대한 추모열기가 높아진 것과 샤오산 방문객의 증가와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메카'로 되돌아 간 것이 아니다. 일종의 '역사 관광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부침을 겪으며 50년대부터 1992년까지 방문객이 어림잡아 3,000여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샤오산 인민정부는 집계하고 있다. 이중에는 150개국 15만 여명의 외국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덩샤오핑 등 부총리급 이상의 영도자급 지도자 70여명, 외국의 국가원수, 부총리급 이상 지도자 30여명과 각국 공산당 대표 170여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샤오산이 농민은 많고 경지가 적은 전형적 농촌이라고 밝힌 인민정부 주석은 49년 공산화 당시 1인당 1.2무(畝: 8a)였던 경작지가 1992년 현재 0.75무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업생산량은 1949년 당시 1무당 150kg이었던 것이 850kg으로 5배 이상 늘어났으며 현재 농민 일인당 연평균 수입은 900위안(당시 한화로는 9만원 상당)이라고 말했다.
설명을 마친 인민정부 주석은 우리 일행을 공회당 같은 곳으로 인도했다. 공회당 같은 곳으로 여겼던 곳은 식당이었다. 스촨(四川)음식 보다 더 맵다는 후난성 음식의 진면목을 맛보게 되었다.
점심을 하며 인민정부 주석은 한국 취재단이 샤오산을 찾은 것은 우리 일행이 처음이라며 샤오산이 한국 사람에게도 많이 알려져서 방문객들이 많이 찾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산혁명 성지의 수호자의 입에서 '관광 홍보'의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약간 묘했다.
인민정부 주석은 취재단 일행이 다음 행선지인 마오쩌둥 생가로 가는 것을 초대소 현관 앞에 서서 배웅했다. 차가 출발하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서야 그는 몸을 돌렸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에 대한 깍듯한 전통적 예의범절을 마오의 고향에서 접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마오는 전통파괴를 부르짖으며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이 아닌가.
마오의 생가는 앞에 연못이 있고 뒤에 울창한 숲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중앙 현관이 들어간 상태로 앞부분이 'ㄷ'자 모양으로 되었는데 집 전체 규모가 제법 컸다. 마오의 부친이 중농이었다는 사실은 집 규모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오쩌둥 옛집(毛澤東同志舊家)'라는 현판아래 현관문을 통해 들어가니 마오가 살았을 당시의 모습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침대가 놓여있고 또 가옥 구조가 우리 농촌의 집 구조와는 달랐지만 각종 흙벽과 각종 농기구 등 풍기는 분위기는 우리 농가와 비슷했다.
거실마다 마오의 부모, 혹은 마오의 청년 시절 모습, 그리고 그의 동생과 사진들이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전시되고 있었다.
마오의 생가는 관람객들로 북적거리는 편이었다. 일반 관광지와 같은 떠들썩함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경건한 순례객의 자세로 관람하는 것 역시 아니었다.
마오의 생가에서 큰길가로 나오는 길목에 앞서 들은 '모가주점(毛家酒店)'이 자리잡고 있었다. 들어가 보니 벽에는 초대소에서 보았던 사진과 그 밖의 마오의 사진들로 벽면을 채우고 있고 식당 한편에는 마오 배지 등 마오와 관련한 각종 기념품을 파는 코너도 있었다.
안내원이 식당 주인에게 한국에서 온 취재단이라고 하니 그 할머니(아이를 옆에 안고 있는 사진 속의 긴 검은머리의 젊은 주부는 이제 반백의 할머니로 변해 있었다)는 우리 일행에게 마오의 배지를 달아주었다.
마오의 배지를 다는데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았지만 먼 곳에서 찾아온 손님에 대한 나름의 성의 표시를 뿌리치기가 어려웠다.
다음 행선지는 적수동(滴水洞)이라는 곳이었다. '물방울 떨어지는 동굴'이라는 이름의 이 곳은 산골짜기에 위치해 있는 대형 지하시설물이었다. 이 곳은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농촌 마을인 샤오산을 다른 농촌 마을과 구별시켜주고 있었다.
수십 명이 마주 보며 함께 앉아 회의를 할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갖추어진 대형 회의실 여러 동이 터널로 이어져있는 이 시설물은 전쟁을 대비한 시설물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중소분쟁 당시 건설된 것으로 여차하면 일종의 지하 대본영(大本營)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지상 시설물 중에는 마오쩌뚱이 1966년 고향을 마지막 방문했을 당시 묵었던 곳이 '적수동 1호루'란 이름으로 보존되고 있었다. 화려한 장식물들은 찾아 볼 수 없고 벽에 걸려진 것이라고는 붓글씨 액자가 고작이었다.
초대소 접견실의 대형 사진에서 느껴졌던 마오의 소탈한 몸가짐을 여기에서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손님이지만 오늘이라도 당장 묵을 수 있도록 시트 등을 하얗게 세탁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생가 부근에서와 마찬가지로 적수동 부근에도 기념품 판매소가 있었다. 마오 배지, 마오의 얼굴이 그려진 타월, 머플러, 사진첩 등 각종 기념품이 진열되어있었다.
우리네 사찰 주변에 각종 기념품 가게가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문화대혁명 당시의 '메카'가 '개방 중국의 '관광지'로 변해버린 것이다.
마을 중앙의 넓은 공터에는 기념품을 포함해 각종 잡동사니를 판매하는 좌판이 두줄로 길게 펼쳐져 있었다. 한 여름이어서 찾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 규모로 보아 이 곳에서도 활발한 상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시장경제의 파고는 마오의 고향에도 어김없이 밀어 닥쳐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마오'의 고향에서도 '마오'는 '상품'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의 주의 주장은 깡그리 잊혀졌다. 마오는 철저하게 패배한 것이다.
추억 (2)...영웅호색과 스캔들
"마오쩌둥(毛澤東)에게 여자는 장난감이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즐겨하는 오락은 여자와 자는 것이었다. 이는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는 중국농촌의 전통으로 마오는 이러한 전통에 큰 영향을 받았다.
"마오쩌둥이 여자를 좋아하는 방식은 그가 음식을 먹는 방식과 같았다. 그는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그 것만을 실컷 먹었다. 싫증이 나게 되면 그 음식은 거들떠 보지 않고 다른 음식에 열중했다.
"마오쩌둥은 아주 어리고 배운 것이 없는 여자들을 좋아했다. 예능공작대의 여대원, 여자시종, 허드렛일을 하는 여자용인 등이 그가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들이었다."
마오쩌둥의 호색(好色)에 대한 이 생생하고 자극적인 증언은 영국 BBC-TV가 마오쩌둥 탄생 100주년인 1993년에 제작, 방영한 1시간짜리 프로 '마지막 황제 - 마오쩌둥' 중 단지 몇 분을 차지하는데 불과했다.
하지만 이 짧은 증언은 이 해 세모 중국과 영국과의 관계를 꽁꽁 얼어붙게 하는 메가톤급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인들은 마오쩌둥에 대해 '말년에 문화대혁명이라는 엄청난 과오를 범하기는 했지만 그의 공(功)은 과(過)를 덮고도 남는다'라고 흔히 말한다. 그 말 속에서 마오에 대한 중국인들의 애증(愛憎)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마오저둥 탄생 100주년이었던 1993년 당시 중국인들은 마오가 범했던 과오는 애써 잊고 그의 좋은 점만 기억하려 했다. 그 것은 부담 없는 '신격화'였다.
죽은 지 17년이 지난 데다 정치적 영향력도 거세되었기 때문에 '신격화'의 부정적 효과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 해 마오쩌둥의 생일이 끼어있는 12월 들어서면서 마오쩌둥은 청조 이후 극심한 혼란에 빠진 중국을 구원한 위대한 지도자,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중국의 토양에 맞도록 재창조한 사상가이자 압도적으로 우세한 적을 물리치고 승리한 군사전략가, 서구 제국주의 세력에 맞서 중국의 위상을 드높인 탁월한 외교가, 시인 등의 모습으로 기억 되고 있었다.
그런데 영국의 BBC 방송은 이 '위대한' 인물의 가장 인간적인 면을 들추어낸 것이다. 그리고 백일하에 드러난 마오의 침실의 풍경은 신격화된 마오쩌둥의 모습과 영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폭로의 주인공은 당시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던 중국인 의사 리즈쑤이(李志綏)박사. 1954년부터 1976년까지 22년 동안 마오의 주치의로 있었다는 그의 증언이기에 허무맹랑하다는 한마디 말로 일축하기도 힘들었다.
리 박사는 마오와 찍은 사진을 공개, 중언의 신빙성에 대해 일 수 있는 의문에 미리 쐐기를 박아 놓고 있었다.
리 박사의 폭로내용이 방영에 앞서 영국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중국은 주영 중국대사관을 통한 강력하게 문제 부분의 삭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의 생일을 닷새 앞둔 21일 이 프로는 그대로 방영됐다.
중국은 즉각 외교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영국정부와 BBC를 싸잡아 비난하며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충분치 못했다.
우젠민(吳建民)중국외교부 대변인은 방영 이틀 뒤인 23일 목요정례 내외신 뉴스브리핑 시간에 영국과 BBC 방송에 또다시 맹폭을 가했다.
재치 있는 답변과 유머감각으로 때때로 회견장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고 하던 그였다. 하지만 이날은 평소의 그의 표정이 아니었다.
방영 강행에 대한 반응을 묻는 질문에 그는 마오쩌둥은 "중국인민의 위대한 영수로 중국 각 민족의 깊은 사랑을 받는 민족영웅이며 세계인민의 존경을 받는 위인이다"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그는 "마오 주석이 없었다면 신(新)중국이 없었다"고 말했다. ‘신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즉 공산중국을 일컫는 말이다.
우젠민은 이어 "BBC 방송이 중국인민들이 마오쩌둥 탄신 100주년을 성대하게 기념하는 시기를 택해 이러한 내용의 방송을 하는 것은 마오 주석에 대한 악독한 비방과 중상으로, 이 프로의 제작자가 중국인민을 멸시하고 중국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 적대적 자세에 있음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작수법 또한 비열하기 이를 데가 없어 마치 꽃을 나무에 옮겨 놓은 듯 화면과 전혀 상관없이 자막 해설을 했다. 이는 제작자와 BBC가 언론윤리를 저버렸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중국이 객관적 보도로 정평이 난 BBC에 언론윤리를 설교하고 있는 것이다.
BBC 측은 이 같은 중국 측의 비난에 대해 마오의 성생활을 다룬 것은 전체 필름의 극히 일부분이라며 중국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릴 의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필름의 제작에 참가했던 한 인사는 마오쩌둥의 사생활을 들춘 것은 마오의 성격을 파악하기위한 것이며 이 같은 성격파악 작업은 문화대혁명이 어떻게 해서 일어났는지를 추적하기위해서 필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현 지도부가 이미 엄중한 착오로 규정한 문화대혁명과 마오의 문란한 성생활을 연결시킨 BBC의 제작 의도는 마오의 말년의 과오가 그의 성격에서 비롯됐음을 드러내려는 것임을 은연중 암시하고 있다.
따라서 BBC의 입장에서는 이 대목은 극히 일부분이지만 프로그램의 ‘완정(完整)성을 위해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었던 셈이다.
'영웅호색'의 전형처럼 마오쩌둥이 여자를 좋아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주치의인 리 박사가 보다 생생하고 또 측근에 있었던 사람답게 세세하게 증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관심 있는 사람들이면 이미 알고 있는 구문이다.
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중국당국이 BBC의 프로에 격분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 프로가 26일 마오쩌둥 탄생 100주년에 즈음하여 방영됐다는 사실에 있다.
홍콩문제로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영국에서 이러한 프로가 방영된 것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오쩌둥 기념행사를 전국적으로 성대하게 벌이고 있는 중국당국과 중국 인민에 대한 고의적 도발이라는 것이 중국 측의 시각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갈등은 동서양의 인식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을 잠시 유보케 한다. 이 프로의 인터뷰에 응한 한 원로 영국외교관(그는 중국주재 영국대사를 오래전에 역임, '중국의 친구'로 알려져 왔던 인물이다)이 마오쩌둥을 "혁명가, 몽상가, 교조주의자, 폭군이며 본질적으로 마귀"라고 외교관 출신답지 않은 비외교적인 평가를 내리고 이 것이 그대로 방영됐다.
중국이 비난한 대로 BBC의 프로는 마오쩌둥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국이 기억하고 싶어하는 마오쩌둥의 모습과 영국 BBC가 환기시키려는 마오쩌둥의 면모는 그처럼 극단적이었다.
그러나 제3자적 입장에서 마오쩌둥을 객관적으로 기억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어 둘의 노력은 모두 아주 유용했다.
(1993.12.30, 1996.8.10)
추억(3)...마오와 그의 5명의 여인
1993년 8월 상하이(上海) 공항에서 베이징(北京)으로 가는 비행기편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무심코 신문 가판대를 둘러보는데 ‘중난하이 풍운기실(中南海風雲記實)’이라 는 책자가 눈에 들어왔다. ‘중난하이’는 중국 고위층인사의 거주지이고
‘기실’은 실록이라는 말이니 이 책자의 제목은 우리식으로 번안하자면 '청와대 실록’쯤이 되겠다.
A,B 두권으로 된 이 책은 후난(湖南)성 성도 창사(長沙)시에 소재한 후난문예출판사가 1993년 3월에 발행한 것으로 주로 문혁당시의 중국 권부 핵심에서 벌어졌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화들과 마오쩌둥에 관한 글들의 모음이었다.
대부분의 내용이 생소한 것이어서 어느 것이나 흥미를 끌지 않는 것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첫 머리에 실려 있는 마오쩌둥의 첫번째 부인과 관련한 글이었다.
일반적으로는 마오의 첫 째 부인은 그의 창사사범 은사 양창지(楊昌齊)(일명 양화이중 楊懷中)의 딸 양카이후이(楊開慧)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마오의 두 번째 부인이다.
마오쩌둥은 베이징대학의 사서로 일할 당시인 1919년 베이징대 교수로 옮겨와 와 있던 양창지의 집에서 성장한 그녀를 다시 만났고 1920년 창사에서 결혼했다. 결혼할 당시 마오의 나이가 만 26세.
당시의 관습으로 보아 양카이후이와의 결혼이 초혼이 아니었을 것임은 능히 짐작이 가는 일이지만 마오의 첫 번째 부인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기실(記實)’의 첫 머리에 실린 글의 제목이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마오쩌둥의 첫 번째 결혼(鮮爲人知的毛澤東第一次婚姻)’인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이 책자에 따르면 마오의 첫 번째 부인은 4세 연상의 뤄(羅)씨 성을 가진 여인이다. 마오는 만 14세 되던 1908년에 뤄씨와 결혼 했다. 뤄씨 가문과 마오씨 가문은 윗대에서 이미 혼인관계로 맺어져 오랫동안 세교(世交)가 있었던 사이였다.
마오쩌둥에게 시집온 뤄씨는 그녀의 할머니가 마오쩌둥의 할아버지 마오이페이(毛翼飛)의 누이동생이니 마오에게는 고종6촌 누나가 된다. 뤄씨는 위로 오빠 하나를 둔 장녀로서 총명하고 현숙한데다 다정하고 사리분별이 높았다고 이 책은 전한다.
하지만 이 결혼은 그 당시의 결혼이 그러했듯이 마오 의사는 고려되지 않은 것이었다. 둘 사이의 애정이 자라나지 못했다. 뤄씨는 마오쩌둥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독수공방 끝에 결혼 3년만인 1910년에 죽었다.
마오쩌둥은 훗날 에드거 스노에게 뤄를 두고 "동거한 적도 없고 아내로 생각지도 않았으며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말했다고 이 책은 적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마오씨 족보에 엄연히 마오쩌둥의 ‘첫 번째 처(元配)’로 당당하게 등재되어 있고 묘도 마오쩌둥의 부모 합장묘 옆에 있다.
마오씨 족보에는 양카이후이는 ‘계배(繼配)’로 허쯔전(賀子珍)을 ‘재취(再娶)’로 기록하고 있으나 장칭(江靑)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고 한다.
마오가 이 첫 번째 부인에 대해 냉정했던 것은 부친에 대한 반항과 함께 봉건적 결혼 제도에 대한 반발에서였을 것으로 기실(記實)의 작자는 추측하고 있다.
마오와 양카이후이와의 결혼은 결혼 10년 만에 비극으로 끝났다. 양카이후이는 1930년 국민당부대에게 총살당한 것이다. 바로 같은 시기 마오쩌둥의 하나뿐인 여동생도 국민당군에게 총살당했다.
두 번째 처인 양카이후이가 현모양처형의 처였다고 한다면 세 번째 처인 허쯔전은 혁명의 동료였다. 마오는 1927년 9월 추수봉기 실패 후 정강산(井岡山)으로 들어간 이 해 10월 18세의 허쯔전을 처음 만났으며 곧바로 동거에 들어갔다. 양카이후이가 죽기 이전의 일이다.
마오의 3번째 처 허쯔전은 장정에 참여한 몇 명 안 되는 여자 중의 하나였다. 마오쩌둥 못지 않은 강한 성격의 소유자인 허쯔전은 장정이후 마오와의 사이가 벌어졌으며 그녀가 1937년 겨울 병을 고친다는 명목 아래 그의 곁을 떠나 모스크바로 감으로써 마오와의 혼인관계는 끝이 났다.
1947년 귀국한 허쯔전과 마오 사이에는 마오의 네 번째 처 장칭이 자리 잡고 있어 재결합은 이루어 질 수 없었다. 이후 허쯔전은 마오와 1959년 여산(廬山 : 뤼산)에서 한번 만났을 뿐이다. 항저우(杭州), 상하이(上海) 등지에서 살던 허쯔전은 마오 사후 7년만인 1983년 상하이에서 사망했다.
네 번째 처가 유명한 장칭이다. 장칭의 본명은 리윈허(李雲鶴)으로 산둥(山東) 지난(濟南) 출신이다. ‘란핀(藍蘋)’이라는 예명으로 상해에서 영화배우 활동을 하던 그녀는 1933년 공산당에 가입하였으며 1937년에 중일전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옌안(延安)으로 들어갔다.
중공당교에서 교육을 받던중 마오쩌둥과 알게돼 1939년부터 마오와 동거에 들어 갔다.
1966년부터 전개된 문화대혁명의 주도자 중의 일인으로 1976년 마오쩌둥 사망 때까지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으나 마오 사후 권력의 자리에서 축출됐고 연금 중이던 1991년 5월 자살했다.
다섯 번째 처라고 할 수 있는 이는 말년에 마오의 개인비서로 알려진 장위펑(張玉鳳)이다. 그녀는 마오쩌둥 전용 열차의 여승무원이었던 1956년 마오의 눈에 띄어 그의 5번 째 처의 위치에 까지 수직상승한 '신데렐라'이다.
마오쩌둥이 죽는 날까지 그 곁을 지켰으며 현재 생존해 있다. 마오쩌둥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7년 2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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