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쯔양 사망] 有功有過와 平反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타계한 지 8일 째로 접어든 25일까지 당국과 유족들은 아직 장례일자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관에 못질한 뒤에야 그 사람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나온다는 뜻의 ‘개관정론(蓋棺定論)’이라는 말이 있는데 자오에 대한 평가를 놓고 여전히 유족과 당국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평가가 정해지지 않았기에 관 뚜껑이 닫혀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당초 가족들이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루겠다는 의사를 당에 전달했지만 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이 내세운 이유는 ‘자오쯔양은 당의 사람이므로 당이 주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가족장으로 할 경우, 후야오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1989년 천안문 사태가 자연발생적인 대학생들의 비공식 추모집회를 방치한 것에서 발단이 되었다는 사실을 현 지도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당이 주관하겠다고 한 이상, 자오쯔양의 공과(功過)에 대한 당의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 당의 관점은 자오가 생전에 ‘공도 있었지만 과실도 있다(有功也有過)’라는 것이다. 당은 자오가 묻힐 곳을 팔보산(八寶山) 혁명공원묘지 중에서 전 국가주석 리셴녠(李先念)과 전 고문위 주임 천윈(陳雲) 등 과거 최고 영도자의 묘역 곁으로 정했다. 이는 총리와 총서기를 역임하며 개혁, 개방을 진두지휘, 오늘날 번영의 기초를 닦았다는 자오의 공(功)에 대한 예우이다. 하지만 장례위원장의 주임을 정치국 후보위원인 왕강(王剛) 중앙 판공청 주임으로 한 것은 ‘자오가 범한 과(過)에 대한 당의 공식 결정’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정상적이라면 자오가 총서기를 역임했기 때문에 후진타오(胡錦濤) 현 총서기가 장례위원회 주임을 맡아야 옳다. 이 같이 정리된 입장에 입각하여 당은 영결식의 추도사에서 '심각한 착오를 범하였다(犯有嚴重錯誤)‘라는 대목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유족들이 이처럼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절박감 때문이다. 자오쯔양이 갖은 회유시도를 거부한 채 연금생활을 감수한 것은 중국은 장차 정치개혁을 필요로 하며 정치개혁은 천안문 사태에 대한 재평가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강한 신념 때문이었다. 자오쯔양은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수레의 다른 한 바퀴를 방치해 놓고는 중국은 더 이상 제대로 전진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자오쯔양은 이미 1989년에 공산당의 1당 독재를 폐기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사회주의자’ 고르바초프에게 있어 1당 독제 폐기가 사회주의의 포기가 아니었듯이 자오의 이 고민은 공산당의 활로를 찾기 위한 모색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실패를 목격한 제4세대의 현 지도부는 자오쯔양의 정치 개혁론을 활로로 결코 보지 않는다. 소련의 전철로 간주할 뿐이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문화대혁명 노선이 배격된 것처럼 자오쯔양의 정치개혁론 역시 계속해서 거부될 공산이 크다. 중국 공산당 정치국이 자오가 사망한 1주일 뒤인 24일 ‘중국 특색의 정치개혁’ 노선을 천명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족 역시 이러한 흐름을 모를 리 없다. 유족들은 자오의 장례식이 ‘국가 기밀을 누설하고 당을 분열시켰다’는 당의 결정을 재확인하고 또 이를 ‘화석화’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착오를 범했다’는 표현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명보는 중국의 현 지도부에게 자오쯔양 장례는 ‘뜨거운 감자(燙手山芋)’ 가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 지도부는 이를 잘못 처리하면 두고두고 우환거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중앙 판공청을 통해 유족들과의 합의를 이뤄내려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치적 안정을 무엇보다 우선시 하고 있는 현 지도부는 자오쯔양의 죽음이 1976년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사망과 1989년 후야오방(胡耀邦)의 급서의 전철이 되는 극히 우려하고 있다. 1976년에는 4인방이 자연스러운 라오바이싱(老百姓)의 추모행위를 억압했기 때문에, 1989년에는 반대로 추모행사를 방치했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발전했다. 억압과 방치라는 정반대의 행동을 취했지만 그 결과는 한결같이 중국 전역을 뒤흔드는 대 정치동란이었다. 현 지도부의 처신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복잡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처리를 잘해야만 청명절(淸明節)도, 6월 4일도 무사히 지날 수 있다는 생각에 현 지도부는 강경과 온건을 넘나들고 유족들과의 타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명보는 중국의 저명한 학자 야오젠푸(姚監復)의 타협책을 소개하고 있다. 야오젠푸는 천안문 사태 당시의 자오쯔양의 행동에 대한 당 중앙의 결정은 당시 당 중앙의 ‘집체결정’이었기 때문에 이의 번복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당장에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우선 지적한다. 때문에 추도사에서 공과를 언급하지 말고 단순히 약력을 소개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으로 양측이 타협할 것을 권유했다. ‘죽은 쯔양에 쫓기는 산 진타오’가 어떻게 이 문제를 매듭지을지 지켜볼 일이다. <차이나워처>

▶ 2005/01/25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