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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친국척(皇親國戚)’의 兪正聲
▶정치국위원 兪正聲 22일부터 5일간 한국방문 2003/04/22 19:42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당시 시위 학생들의 분노의 표적이 되었던 '태자당'(太子黨) 인사들 중 내년 개최 예정인 중국공산당 16차 전당대회(16대)에서 중용될 것으로 거론되는 세 사람이 있다.
'태자당 3인방'이라고 이름 붙여 봄직한 이들은 1월10일 랴오닝(遼寧)성 대리성장에 선출된 보시라이(薄熙來ㆍ52), 푸젠(福建)성 성장 시진핑(習近平ㆍ47)과 국무원 건설부장 위정성(兪正聲ㆍ56) 이다.
보시라이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친구로 그의 개혁ㆍ개방 정책의 변함없는 지지자였던 원로 지도자 보이보(薄一波)의 차남이다.
그리고 시진핑은 국공내전 당시 제1야전군 부정치위원, 공산 정권 수립 이후에는 당 선전부장, 정무원(국무원의 전신) 비서장, 국무원 부총리를 거쳐 88년 7기 전인대(全人大) 상무 부위원장을 역임한 시중쉰(習仲勳)의 장남이다.
두 사람은 다른 태자당 인사와는 달리 부패사건에 연루됐다는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고 또 나름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았지만 '태자당'이라는 것이 원죄가 되어 출세 길이 순탄치 않았다.
보시라이는 92년 다롄(大連)시 시장이 된 이후 괄목할만한 업적을 쌓았지만 97년 15대에서 당 중앙위에 진입하는데 실패했다. 시진핑은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선출되기는 하였으나 151명 후보위원중 득표수에서 꼴찌를 차지하는 망신을 당했다.
위정성은 보시라이에 비해 순탄한 출세길을 달려와
이들 두 사람에 비해 위정성은 훨씬 순조로운 출세 길을 걸어왔다. 무엇보다도 그는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鄧樸方)이 주석으로 있는 중국 잔질인(殘疾人:장애인) 복리기금회 부주석을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대상이 된 적도 없으며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도 않았다.
덩푸팡의 복리기금회는 톈안먼 사태 당시 '비리의 복마전'으로 학생들에 의해 규탄되었으며 자오쯔양(趙紫陽)이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덩푸팡의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덩샤오핑에게 직언할 정도로 문제가 많았던 단체였다.
그가 복리기금회에 몸담은 기간은 설립 초기인 84년부터 85년까지여서 89년 당시에는 비판의 타깃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점도 물론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태자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불이익을 본 보시라이와 비교해 볼 때 그는 행운아가 아닐 수 없다.
위정성은 85년 산둥(山東)성 옌타이(煙台)시 부시장, 87년 옌타이시 시장을 역임한 뒤 88년 같은 성의 칭다오(靑島)시 부시장으로 전임했다가 93년에는 칭다오시의 시장이 되었다.
그는 국무원 건설부 부부장에 임명된 뒤 98년 주룽지(朱鎔基) 내각이 출범하면서 부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53세로 29명의 부장 중 두 번째로 나이가 어렸다. 최연소는 현재 푸젠성 서기로 전임한 쑹더푸(宋德福) 前 인사부장으로 52세였다.
한 해전 열린 15대에서 위정성은 고위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중앙위원에 선출되었다. 보시라이를 비롯 덩샤오핑의 둘째 딸로 국가과학위 부주임이던 덩난(鄧楠), 덩의 개혁개방 정책의 과속을 견제했던 전 당 중앙고문위원회 주임 천윈(陳雲)의 아들 천위안(陳元) 인민은행 부행장, 톈안먼 사태 강경진압을 주도한 왕전(王震) 전국가부주석의 아들인 왕쥔(王軍)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회장, 전 국가주석 류사오치(劉少奇)의 아들 류위안(劉源), 전 총서기 후야오방(胡耀邦)의 아들 후더핑(胡德平), 입대 11년 만에 장성으로 진급, 최연소 장성 기록을 세웠던 10대원수 허룽(賀龍)의 아들 허펑페이(賀鵬飛) 등 태자당의 대표주자들이 줄줄이 중앙위 진입이 좌절되고 덩푸팡과 시진핑만이 후보위원에 가까스로 선출되는 와중에서 위정성은 중앙위 정위원이 된 것이다. '태자당 숙청'바람 속에서 그는 오히려 도약한 것이다.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출세 뒤에는 장쩌민과의 꽌시가
위정성이 이처럼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아무래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의 '꽌시'(關係)가 작용한 것 같다. 그는 80년대 초 장쩌민이 전자공업부 부장으로 있을 당시 그 밑에서 부사장(副司長: 부국장)으로 일했다. 장쩌민이 당시 그를 얼마나 아꼈는가를 알려주는 일화가 있다.
덩푸팡이 앞서 언급한 중국 잔질인 복리기금회를 만들려 하면서 위정성을 데려다 쓰려 했다. 하지만 장쩌민은 덩푸방이 그를 직접 찾아와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문화대혁명 때 홍위병들에 의해 척추가 손상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는 덩푸팡은 장쩌민이 계속 버티자 문득 차고 있던 오줌 주머니를 경호원에게 건네며 장쩌민 집무실 바로 위층에 있는 관사 화장실에 버리고 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자신의 '두 다리'가 되어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간청했다. 덩푸팡의 이러한 호소에 장쩌민은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위정성이 '황친'(皇親)으로 불리는 이유
위정성은 '황친국척'(皇親國戚)으로 불린다. '황친'이라는 별명이 붙게된 것은 그의 부친 위치웨이(兪啓威)가 장칭(江靑)의 연인이었던 사실때문이다.
1913년 생으로 저장(浙江)성 출신인 위치웨이는 공산 혁명활동에 가입하면서 이름을 황징(黃敬)으로 개명하였으며 산둥성에서 지하활동을 전개, 훗날 자신의 아들이 시장으로 활약한 칭다오(靑島)시 공산당 시위 선전부장을 역임했다. 당시 장칭을 만나 한동안 동거생활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둥성 출신으로 본명이 리윈허(李雲鶴)인 장칭은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고향을 떠나 톈진(天津)에서 담배공장 노동자로 일하기도 했으며 뒤에 신극 배우가 되어 베이징(北京), 칭다오(靑島)와 농촌을 돌며 순회공연을 하던 중 황징을 만났다. 33년에는 공산당에도 가입했다.
장칭은 황징과 헤어진 뒤 상하이(上海)에서 '란핀'('藍蘋)이라는 예명을 갖고 영화배우로 활동하던 중 일본군이 상하이를 점령하자 옌안(延安)으로 탈출했으며 그곳에서 마오쩌둥과 만났다. 장칭이라는 이름은 마오가 결혼하면서 지어 준 것이다. 장칭이 문화대혁명 시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게 될 수 있었던 데는 황징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황징은 중국 공산화 후 텐진시위 서기겸 시장을 거쳐 제1기계공업부 부장과 국가기술위원회 주임 등을 역임하다가 58년에 사망했다. 그는 장칭과 헤어진 뒤 같은 고향 출신의 여성 판친(范瑾)과 결혼하여 위정성을 낳았다. 위의 모친인 판친은 주로 언론계통에 종사했다. 항일전 당시 8로군 총정치부 전선기자로 활약했던 그녀는 중국 공산화 이후에 베이징일보사 사장, 중화전국신문공작자 협회 부주석과 베이징시 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장칭은 문화대혁명 때 옛 연인의 처인 판친을 상당히 박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질투심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류사오치(劉少奇)의 처인 왕광메이(王光美)를 문화대혁명 당시 죽이려고 까지 했다. 왕이 마오의 처인 자신이 응당 맡아야 할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을 해왔던 데 따른 앙심때문이었다고 말해지고 있다.
장졔스의 손자 사위는 위정성의 당숙
위정성이 다른 한편으로 '국척'(國戚) 으로 불리는 이유는 장졔스(蔣介石) 가문과의 관계 탓이다. 위치웨이 즉 황징의 숙부인 위다웨이(兪大維)는 대만 국방부장을 역임한 인물로 그의 아들 위양(兪揚)은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蔣經國)의 딸 장샤오장(蔣孝章)의 남편이다. 위양과 장샤오장 사이에 태어난 위주성(兪祖聲)은 위정성과 6촌간이 된다.
장제스가 위다웨이를 중용하고 또 혼맥을 맺게된 것은 지연(地緣)이 작용한 듯 싶다. 장과 위는 모두 저장성 출신으로 장의 고향인 펑화(奉化)와 위의 고향인 샤오싱(紹興)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숙부와 조카 사이에 빚어진 이념적 갈등은 위정성 대에 와서는 동기간에서 재현되었다. 위정성의 형 위창성(兪强聲)은 85년 국가 안전부 간부의 신분으로 서방으로 망명했던 것이다. 위창성은 미국 중앙정보부(CIA)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 수십년간 중국 스파이로 암약해왔던 진우지(金無忌)의 신분을 폭로, 그가 체포되어 자살에 이르게끔 했다.
전형적인 태자당 출신인데다가 친형의 서방 망명, 그리고 종조부가 대만의 국방부장을 지낸 경력 등 출세에 하자가 되는 여러 요소를 갖고 있지만 위정성은 차세대 지도자 중 하나로 성장했다.
지난해 초 리창춘(李長春) 광둥(廣東)성 서기가 부총리로 승진할 것이라는 보도가 홍콩에서 나왔을 때 리창춘의 후임으로 거론된 인물이 바로 위정성이었다. 이 보도는 결국 실현되지 않았지만 현 집권층 내부에서 위정성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 구실을 하기에 충분하다.
당시 이 보도를 전해들은 위정성은 "터무니 없는 헛 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느다"고 말했다고 한다. 건설부장에서 정치국원 자리가 보장된 광둥성 서기로 옮겨 가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승진이다. 따라서 위정성의 그러한 대응은 평소 신중한 처신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 점에서 그는 보시라이와 구별된다. 보시라이가 15대에서 중앙위 진입이 좌절된 이유로는 조심성 없는 처신이 지적되고 있다.
보는 15대를 앞두고 매스컴을 동원하여 그가 차세대의 유망주자임을 부각시키는데 열을 올렸다. 태자당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고 지도부의 우려 또한 심각한 상황에서 그러한 행동은 자신의 앞길을 스스로 가로막는 현명하지 못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위정성이 순조롭게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신중하며 겸손한 처신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산둥성에서 활동한 13년 동안 위정성은 특히 주택개량 사업에 역점을 두었으며 이를 '주택 상품화' 정책으로 발전시켰다. 주택상품화 정책은 주룽지 내각의 시정목표 중 하나로 채택되었다. 이 사실은 사람 보는 눈이 매서운 주룽지로부터도 그가 좋은 점수를 따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좌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한국의 덕을 본 중국의 지도자 중의 하나
위정성은 한국의 덕을 본 중국의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산둥성 서기는 92년 14대부터 정치국에 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산둥성이 경제발전에 따라 경제적 비중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이다. 그리고 산둥성의 경제발전에는 황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한국과의 교역에서 힘입은 바 크다.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이 개혁 개방 이후 경제적으로 가장 부유한 성이 된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한국과의 수교 다음 해에 칭다오시 시장이 된 위정성은 수교이후 급증한 한국 기업의 진출에 힘입어 칭다오시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위정성은 중국의 건설부장이 된 이후 중국의 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에 한국을 참여시키는데 적극적이었다.
98년11월 중국을 방문한 이정무(李廷武)건설교통부 장관과 2억달러 규모의 양쯔(揚子)강 교량과 광동 고속도로, 4억달러 짜리 하이난(海南)대교, 14억5,000만 달러 상당의 창저우 화력발전소 등6개프로젝트 외에 하얼빈 발전소 확장공사, 베이징~상하이 고속도로, 홍콩 서부철도 등의 사업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이 그 대표적 예이다.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겸손한 처신 탓인지 위정성은 차세대 주자중에서는 비교적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 편이다.
하지만 곡절 많은 가문의 배경과 비난의 표적이 된 태자당임에도 불구하고 순조롭게 현 위치에 올라온 수완으로 볼 때 그는 차세대의 '다크호스'의 한명으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이 있는 인물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차이나 워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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