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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기 6중전회 ...마오와 덩의 和諧
성장 중시의 상하이방 노선과 결별 확실시
지역,계층별 격차해소 지향의 조화노선으로
북한과의 보통관계로의 전환여부 주목거리
중국에게 10월은 혁명의 달이다.
10월 10일은 신해혁명 기념일이다. 아편전쟁, 청일전쟁, 북청사변 등 연이은 패전에도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오던 청나라가 이 혁명을 계기로 멸망했다. 아울러 수천 년 동안 면면히 이어오던 왕조체제가 종말을 고했다.
공산중국의 성립도 10월에 이루어졌다. 1949년 10월 1일 천안문 망루에 마오쩌둥(毛澤東)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을 선언함으로써 인류의 5분의 1이 사회주의 실험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2006년 10월은 이러한 뒤엎음의 역사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졌다. 10월 10일 대만의 타이베이(台北)에서는 대규모 시위대가 총통부를 포함한 시 중심부를 둘러싸는 정치 이벤트가 예고되고 있다. 이는 ‘피플 파워’를 통해 최고 지도자를 무대에서 끌어내리는 또 다른 혁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같은 날 베이징(北京)에서는 중국공산당 16기 중앙위원회 제 6차 전체회의(16기6중전회)의 사흘째 회의를 갖는다. 중앙위 전체회의는 당 대회와 당 대회 사이에서 당 대회의 기능을 대신하여 당의 최고의사를 결정한다.
대만해협의 동쪽의 정치 이벤트가 광장에서 이루어진다면 베이징의 정치행사는 밀실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이 밀실에서 결정은 아마도 ‘광장의 혁명’ 보다도 더 큰 혁명적 변화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6중전회를 앞두고 중앙당교(中央黨校)의 당 건설 전문가 예두추(葉篤初) 교수는 이전 중전회가 1938년의 6기 6중전회와 1981년에 11기 6중전회에 비견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대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당교는 중국 공산당의 최고 싱크탱크이자 교육기관이다. 교육 대상은 중앙당과 중앙정부의 부국장급 이상, 지방 성(省) 정부의 부국장급 이상과 현(縣)의 당 서기급 이상인 간부만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교육기관이다. ‘홍색의 요람’, ‘혁명의 용광로’라고 불린다. 따라서 예두추 교수의 이 발언은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
6기 6중전회를 통해 중국 공산당은 그들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소련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소련에서 파견한 코민테른 요원 2명의 지도 아래 탄생됐다.이후 당의 최고 지도부와 노선은 모스크바에 의해 결정됐다. 장정(長征) 중이던 1935년 1월 쭌이(遵義)회의에서 '농민중시'의 마오쩌둥이 ‘총구’를 장악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1938년 10월부터 ·11월까지 옌안(延安)에서 열린 6기 6중전회에서 마오는 왕밍(王明 : 陳紹禹), 보구(博古 : 秦邦憲) 등 ‘28인의 볼세비키’로 통칭되는 국제파를 권력의 중심에서 밀어냈다. 당권마저 장악한 것이다.
마오가 마르크스주의 중국화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것은 그 때부터였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마오의 당’이 됐다.
6기 6중전회에서 시작된 마오의 공산당이 질적변화를 겪은 것은 그로부터 43년 뒤인 1981년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된 11기6중전회였다.
1978년 12월 11기3중전회에서 권력을 장악한 덩샤오핑은 역시 3년의 뜸을 들인 끝에 건국이래 당의 약간 역사문제에 관한 결의를 통해 마오쩌둥 사상 및 그 공과를 전면적으로 재평가했다.
“공이 잘못보다 크다”, “공적이 1차적, 착오는 2차적이다”라고 하였지만 마오가 발동한 문혁을 “영도자의 착오 아래 발동된 내란”으로 규정했다. ‘마오의 극복’이 주제였다.
이후 중국 공산당의 ‘덩의 공산당’이 되었다. 평등 보다는 발전이 중시됐고 국수적에서 국제적으로 변모했다. 노선이 전환한 것이다.
예두추가 16기 6중전회를 6기 6중전회와 11기 6중전회와 비유했다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중대한 노선변화를 예고한 것이었다. 예두추의 발언의 의미는 상하이 서기 천량위(陳良宇)가 9월 25일 전격 해임되면서 보다 명확해졌다.
9월은 상하이방에게 잔인한 달이다.
상하이방의 '태상황'인 장쩌민이 군사위주석직을 내놓은 때는 2004년 9월 19일이었다. 그로부터 2년 6일 뒤 상하이방의 ‘황태자’인 천량위가 축출된 것이다.
천량위의 해임은 많은 중국관찰자에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후진타오가 상하이방을 손 볼 것으로 모두들 예상했지만 사법처리를 예고하는 ‘비리연루 해임’을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전국총공회 주석과 같은 한직으로 좌천시키는 ‘명예숙청’의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후진타오는 일도양단을 택했다.
혹자는 비리규모가 너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노선 전환의 뚜렷하기 위해 천량위를 정치적 속죄양으로 삼았다는 분석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장쩌민으로부터 군사위 주석직을 인계받아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가 된 후진타오는 새로운 정치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그 것은 ‘허셰(和諧)’, 즉 ‘조화’였다.
이 슬로건은 1978년 이래 개혁개방이 추진된 이래 심화된 지역간, 계층간의 격차의 해소를 겨냥하고 있다.
공동부유가 목표라는 점에서 '한솥밥(大鍋飯)'의 마오쩌둥의 노선과 지향점이 같지만 투쟁이 아닌 조화를 내세운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또한 성장을 통한 균형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덩 노선의 배척이 아닌 발전적 극복을 의미한다.
당의 좌편향을 상징하는 마오와 우편향을 대표하는 덩을 ‘화해(和諧)’를 통해 ‘화해(和解)’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슬로건의 속성상 상하이방의 배척을 예고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상하이방에 있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취임 이래 ‘거시적 조정(宏觀調控)’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는 자금과 에너지의 블랙홀이 되어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고 있는 연안 성시의 경제과열을 진정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러난 상하이는 이에 노골적으로 반대하였다. 천량위는 심지어 2005년 중반의 한 경제회의 석상에서 탁자를 치며 원자바오와 논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천량위는 ‘선부(先富)를 통한 균부(均富)’의 입장에서 ‘자원 재분배를 통한 공부(共富)’ 노선을 공격한 것이다. 후진타오가 나서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았고 이후 천량위도 중앙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밝혔으나 문제는 실천이었다.
올해 3월 5일 전인대에서 원자바오는 올해 성장목표를 8%로 제시했다. 하지만 1분기 경제성장률은 10.3%였고 2분기 성장률은 11.3%였다.
상반기 중 31개 성, 시 자치구 중 23곳이 12%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각 지방은 중앙의 거시조정 정책은 아랑곳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고정자산투자에 나선 탓이다. 이는 ‘상하이노선’의 승리를 의미했다. 후진타오는 결국 ‘인적 청산 없는 노선 전환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100명에 달하는 대규모 조사요원을 상하이 내려 보냈고 결국 천량위를 해임했다.
마오와 덩이 노선전환에 앞서 왕밍과 화궈펑(華國鋒)을 내친 것처럼, 상하이방의 황태자를 숙청함으로써 1978년 이래의 ‘성장우위 노선’에 못질을 가한 것이다.
천량위의 해임이 결정된 25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은 6중전회의를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갖기로 결정했다. 신화통신은 대회의 주제가 사회주의 조화사회의 구축과 건설임을 밝히고 당면한 경제정세와 경제공작에 관한 연구와 토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천량위가 비운 상하이 서기 자리는 상하이시 공청단 서기를 지낸 상하이 시장 한정(韓正)이 채웠고 공청단 제1서기 저우창(周强)이 후난(湖南)성 성장에 임명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조화노선 추진의 동력을 부여하기 위한 물갈이가 대대적으로 진행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물갈이가 상하이방의 전면적 와해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공격의 대상은 상하이방의 성장노선이지 상하이방 전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성장노선을 지지하고 있는 황쥐(黃菊)와 리창춘(李長春)은 위태롭지만 쩡칭훙(曾慶紅)과 우방궈(吳邦國)의 입지는 변함없고 쩡의 위상은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조화노선의 속성상 당연한 추이다.
조화노선이 쫓는 두 마리 토끼 중 하나는 균형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적 사회주의를 외친 마오는 소련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고 개혁, 개방을 외친 덩은 한국전 당시의 교전국 미국과의 준동맹 관계를 지향했다. 이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노선전환은 대외정책의 전환이 뒤따른다.
교도(共同)통신은 6중전회에서 1961년 체결된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의 개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는 중국 외교부에 의해 단호하게 부인되었다. 홍콩의 성보(成報)는 6중전회의 안건으로 경제 문제 외에 주변국 관계 밑 외교정책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9월 25일 신화는 이 대목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6중전회를 통해 상하이가 ‘보통도시’로 격하되는 것처럼 북한도 ‘혈맹’에서 ‘보통국가’로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찬표와 주한 대사와 격을 맞추어 부사장급(副司長 :부국장급)의 인사를 신임 대사로 보낸 것 등이 이를 시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차이나워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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