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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당 시진핑 5세대 선두로
쩡칭훙 절묘한 차세대 디자인
시진핑(習近平, 54)의 상하이 서기 발탁은 1989년 '무명'의 장쩌민(江澤民)이 일약 총서기에 오른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절묘한 선택이다.
장쩌민은 당시 상하이 서기로 정치국 위원이기는 했으나 6.4 유혈진압 와중에서 실각한 자오쯔양(趙紫陽)의 후임 가시권 밖에 있었다.
유혈진압에 앞장섰던 리펑(李鵬)과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차오스(喬石)가 유력하게 거론된 가운데 리톄잉(李鐵映)과 천시퉁(陳希同)이 다크호스로 언급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장쩌민이 선출 소식에 중국 관측통들은 또다시 의표를 찔렸다는 허탈감과 함께 중국 권력 내부의 역학관계에 대한 자신의 지식이 수박 겉핥기 수준임을 다시 한번 자인해야 했다.
이번 인사가 있기까지 대부분의 관측통들은 지난해 9월 천량위(陳良宇)가 해임된 이래 대리 서기를 맡고 있는 한정(韓正)이 대리 꼬리표를 뗄 것으로 예상했다.
한정은 상하이에서 오래 근무한 상하이방이면서 공청단 간부 출신의 단파였기 때문이었다. 한정이 교체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상하이 서기는 단파의 인물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태자당의 시진핑이었다.
시진핑은 상하이방은 아니다. 단파에도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하이방인 장쩌민과 쩡칭훙(曾慶紅)과는 같은 태자당으로 가까울 수밖에 없고 단파의 보스 후진타오와는 칭화(淸華)대 동문이라는 학연으로 연결되어 있다.
시진핑은 푸젠(福建)성 성장, 저장(浙江)성 성장과 서기 등 연안 해안 지역의 지도자를 역임하면서 성장 중시의 정책을 폈고 괄목할 업적을 남겼다. 상하이방과 노선을 같이 해왔다.
하지만 천량위 처럼 중앙의 정책에 맞서지 않고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 점에서 모두에게 무난하게 여겨졌던 장쩌민을 연상시킨다.
이번 인사를 통해 드러난 것은 중국 권력내부의 역학관계이다. 후진타오를 정점으로 하는 단파는 장쩌민 집권 하반기의 상하이방처럼 압도적 우위를 누리지 못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상하이방의 주도권을 단파가 견제하는 역학관계가 단파와 태자당 세력이 공존을 지향하는, 그러나 물밑에서 경쟁을 하는 새로운 형태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이 인사는 또한 성장과 균형이 동시에 추구될 것임을 보여주었다. 천량위의 해임 이후 성장 노선이 당 지도부에 의해 배격되는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갖게 했다.
지난 2월 덩샤오핑 10주기가 너무나도 쓸쓸하게 지나간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어 주었다. 하지만 성장론자 시진핑이 경제수도의 조타수가 됨으로써 중국이 당분간 두 마리의 토끼를 쫓을 것임은 분명해졌다.
시진핑은 성장노선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는 시중쉰(習仲勳)이다. 덩샤오핑이 1978년 12월 11기 3중전회를 통해 집권한 다음해 개혁, 개방노선의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경제특구지정을 건의하여 바로 그해 말 이를 관철시킨 인물이다. 시중쉰은 당시 광둥(廣東)성 서기 겸 성장이었다.
중국이 오늘날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한 단초가 특구 지정에 있었다고 보면 시중쉰이야말로 ‘개혁의 총설계사’이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정치적 양자'와 같은 대우를 받았다. 장쩌민이 1998년 16대에서 태자당의 중앙위 진입을 봉쇄할 당시에도 시진핑 만큼은 예외였다.
덩샤오핑의 딸과 현재 상무부장으로 있는 보시라(薄熙來) 등이 탈락한 가운데서도 시진핑은 덩샤오핑의 아들 덩푸팡(鄧樸方)과 함께 중앙위 후보위원에 선출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시진핑은 비록 중앙의 균형발전 노선에 순응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이 같은 배경으로 보나 푸젠성과 저장성 등 해안 성에서 경력의 대부분을 보내며 괄목한 업적을 남긴 사실에서 보듯 성장중시론자이다.
때문에 균형발전 노선에 대한 반발을 가까스로 제압한 후진타오-원자바오에 있어 시진핑은 아무래도 껄끄러운 존재이다. 더구나 시진핑이 오랫동안 근무한 푸젠성에서 저장성으로 옮겨간 것은 단파와의 갈등 때문이었다는 설도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의 임명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후-원 라인이 천량위 숙청이 균형발전 노선의 주도권 확보에 있지 성장노선의 폐기가 아니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절충의 조짐은 이미 모습을 보였다. 원자바오는 전인대 개막에 앞서 ‘사회주의 초급단계론’을 다시 강조하며 시장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임을 예고했다. 또한 전인대에서 물권법 통과를 통해 이를 재확인했다.
균형을 추구하되 성장도 놓을 수 없다는 메시지는 시진핑의 인사를 통해 보다 분명하게 재확인된 셈이다.
시진핑 인사가 갖는 또 다른 정치적 함의는 후진타오 역시 장쩌민처럼 후계자를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높여주었다는 점이다.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수도이다. 또한 상하이 서기는 베이징 서기, 텐진 서기와 더불어 정치국 위원을 겸한다.
후난(湖南)성 서기 위정성(兪正聲), 광둥성 서기 장더장(張德江) 등 다른 지방 지도자도 정치국 위원을 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성은 정치, 경제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서기의 정치국 위원 겸임이 해제 될 수도 있다.
반면 3개 직할시 서기의 정치국 위원 겸임은 건국 이래 변함없는 관행이었다. 따라서 올 하반기 17대에서 시진핑의 정치국 위원 진입은 확실하다.
1950년대 생 5세대 지도자 중 정치국 진입이 이처럼 확정된 인물은 시진핑이 유일하다. 그동안 5세대 선두주자로 각광받아 온 리커창(李克强, 52)을 일단 제치고 앞서 나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인사가 새로운 경쟁라운드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우선 후진타오의 이번 양보는 리커창을 17대에서 정치국 상무위로 진입시키기 위한 전략상의 후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쩌민과 쩡칭훙이 천량위를 주도적으로 해임한 것이 오늘을 예비한 것처럼 후진타오도 같은 복안 아래 이 인사안을 수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리커창이 17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에 진입한다면 이는 시진핑과의 경쟁에서 재역전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후진타오가 앞서 나가던 경쟁자 리창춘(李長春)을 확실하게 제친 것은 1992년 10월 14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에 가장 먼저 진입하면서였다. 후진타오는 정치국 위원을 거치지 않고 상무위에 곧바로 진입했다.
리커창은 후-원 라인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동북진흥개발계획의 중심 성인 랴오닝(遼寧)성의 서기로 있다. 그는 역전극을 위해서는 이 곳에서 성과를 보여야 한다.
또한 시진핑 역시 정치적 시련을 겪은 상하이시를 추수려 빨리 제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하는 책무가 주어졌다.
일단 공존에 합의한 균형노선과 성장노선은 리커창과 시진핑이라는 양 진영의 간판스타를 통해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그 경쟁의 최종승부는 5세대가 최고 지도자에 오르는 2012년이 될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성, 시, 자치구의 지도부 개선에서 단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면 올해 상반기 지방 지도자 개선에서는 태자당 등 비(非) 단파의 도약이 괄목하다.
역시 정치국위원을 겸하는 톈진(天津)시 서기에는 장가오리(張高麗, 61) 산둥(山東)성 서기가 선출되었는데 그는 리창춘 계열의 인물이다.
상하이와 무관한 리창춘은 장쩌민이 후진타오의 대항마로 키워 온 인물이라는 점 때문에 17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었다.
하지만 최근 중남미와 태평양국 순방 등 중요한 외교 행사를 주도, 건재를 과시하는 가운데 자신의 사람이 톈진 서기에 임명된 것이다. 이 인사는 장쩌민을 배려한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시진핑이 비운 저장성 서기에는 자오훙주(趙洪祝) 조직부 부부장이 기용됐다. 장쑤(江蘇)성 서기인 리위안차오(李源潮)가 단파임과 동시에 태자당임을 감안하면 상하이, 저장성, 장쑤성 등 성장의 선두 성, 시가 모두 태자당의 영향력 범위 아래 있게 된 셈이다.
단파 인사로 지난 주말 인사에 포함된 인물로는 궈진룽(郭金龍)과 자오르지(趙樂際)가 있다. 티베트 서기를 거쳐 안후이성 서기에 있던 후진타오의 최측근 궈진룽은 상하이 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진핑을 견제하기 위해 서기에서 시장으로 한 등급 아래 직책으로 내려간 셈이다.
최연소 성 서기로 내외의 주목을 받았던 자오르지는 칭하이(靑海)성 서기에서 산시(陝西)성 서기로 자리를 옮겼다. 보다 큰 성으로 옮긴 것이지만 상하이 서기로도 거론된 그의 위상을 감안할 때 기대에 못 미친 인사이다.
균형노선 전환에 따른 인사태풍이 핵심 해안 성, 시를 비껴가고 있음을 확인하는 인사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중국 제1의 책사로서 쩡칭훙의 위상이 확인됐다. 인사담당 상무위원인 쩡칭훙은 지난해 천량위의 해임을 주도적으로 단행했다. 자신의 수하인 조직부장 허궈창(賀國强)을 상하이로 내려 보내 상하이시의 숙청을 지휘토록 했다.
이처럼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의 ‘앓던 이’를 확실하게 빼준 뒤 태자당들로 하여금 후진타오에게 국가주석 직을 자신에게 할애할 것을 요구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를 또 해외 언론에 흘렸다.
이 요구는 애당초부터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다. 쩡칭훙이 무엇을 노렸는가는 이번 인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현재의 권력을 단파에게 넘기겠으니 미래의 권력은 태자당에게 넘길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장쩌민이 자신의 인물로 후계자를 삼지 못한 것을 들어 ‘시진핑 카드’를 압박했고 이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1989년 이후 고비고비 마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권력구도를 창조적으로 디자인한 쩡칭훙은 이번에도 일단 성공을 거둔 듯이 보인다. 후진타오와 단파의 다음 대응이 주목된다. <차이나워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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