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셰’사회 ‘허셰’를 먹다<和諧社會吃河蟹> “허셰서후이츠허셰” 7일 상하이 교외의 한 신축 건축설계 스튜디오 앞에서 벌어진 파티에서 한 참석자가 외친 말이다. 파티의 이름은 ‘허셰옌(河蟹宴)’. ‘허셰(河蟹)’는 민물참게이니 민물참게 파티인 셈이다. 손님들에게 민물참게 요리가 제공됐다. ‘츠’는 먹는다(吃)는 뜻이고 ‘서후이’는 사회(社會)이지만 그렇다고 ‘민물참게 사회가 민물참게를 먹는다’로 새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중국에서는 초등학생이라도 ‘허셰’가 ‘서후이’와 결합되면 ‘和諧社會’로 새긴다. 후진타오 주석의 정치적 슬로건으로 ‘조화로운 사회’라는 뜻이다. 이 슬로건은 후가 총서기가 된 이래 13억 중국인들이 귀에 못이 박이드록 들어왔다. 따라서 그 뜻을 액면 그대로 새기면 일단 ‘조화로운 사가 민물참게를 먹는다’가 왼다. 하지만 참석자는 ‘조화로운 사회가 조화를 먹어치운다’란 중의화법으로 이 말을 한 것이다. 우리식 버전으로 ‘공정사회에 공정이 없다’가 되지 않을까. 이날 파티는 주최자 없이 치러진 정치적 퍼포먼스였다. 참석자들 앞에 있는 건축설계 스튜디오는 완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건축물이었지만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곧 철거될 운명에 처해있다. 그리고 그 건물의 설계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을 공동 설계한 중국의 저명한 전위 건축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이다. 베이징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웨이웨이는 5일부터 자택에 연금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계획한 이 퍼포먼스에 참석할 수 없었다. 그에 대해 취해졌던 가택 연금은 상하이에서 주최자 없이 초대 손님만으로 퍼포먼스가 치러진 7일 당일 밤에 해제됐다. 아이웨이웨이가 이처럼 도발적인 정치적 퍼포먼스를 기획한 것은 상하이 스튜디오를 둘러싸고 겪었던 황당한 일 때문이었다. 그는 2007년 상하이 교외의 한 지역 책임자로부터 농토를 제공할 테니 건축설계 스튜디오를 세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아이웨이웨이는 제공하겠다는 부지에 공장 창고가 있어 처음에는 내켜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생각을 바꿨다. 설계와 공사로 1년여 시간을 들인 끝에 스튜디오를 완성했다. 들어간 비용은 700만 위안이었다. 그런데 상하이 해관(海關 : 세관)은 허가를 내줄 수가 없다고 통보해왔다. 아이웨이웨이는 반체제 인사의 범주에 들지 않았지만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아이웨이웨이는 중국의 저명한 시인 아이칭(艾靑 : 1910~1996)의 아들이다. 1957년생인 아이웨이웨이는 한 살 때에 아버지가 반당분자로 몰려 신장(新疆)으로 쫓겨가 18년 동안 베이징에 돌아 올 수 없었다. 1976년 마오쩌둥이 죽을 때까지 그의 가족들은 신장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그는 중국 사회의 모순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여러 사회문제에 관한 기사를 올려 놓았다. 그 중에는 경찰에 구타를 당한 사람이 경관 6명을 보복살해한 사건, 당국의 귀국 불허 조치에 항의. 일본 나리타(成田) 국제공항 터미널에서 90일 동안 농성을 벌인 중국인에 관한 기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경관 살해범은 번호판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자전거 절도범으로 몰리고 자전거를 경찰에 압수당했다. 그는 증명서를 들고 경찰서에 가서 자전거를 돌려 줄 것을 요구하다 도리어 경찰관에 구타를 당하자 그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이 범인은 사형됐지만 네티즌 사이에서는 ‘인민영웅’ 취급 받기까지 했다. 그의 행동을 인민에 군림하는 경찰에 대한 항거로 미화한 것이다. ‘중국판 터미널’의 주인공은 인권운동을 벌인 이유로 인해 입국 불허 처분을 받았다. 국제적 화제가 되면서 중국의 이미지에 손상을 가하자 중국 당국은 입국허가를 내주고 귀국하자마자 가택 연금조치를 취했다. 주목할 점은 두 사건의 주인공은 모두 상하이 시민이라는 사실이었다. 아이웨이웨이는 상하이 교외의 행정 책임자가 제안해서 완성한 건물을 불허한 것은 이런 자신의 블로깅에 대한 보복이라고 간주했다. 상하이 당국은 건물 철거를 피하려면 기증하라고 강권했지만 아이웨이웨이는 “불법 건축물을 어떻게 기증하느냐”며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아이웨이웨이는 전위 예술가답게 ‘사산’될 운명의 자신의 스튜디오를 위해 의미있는 퍼포먼스를 계획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상하이 스튜디오의 고별행사를 갖는다고 알렸다. 행사의 명칭은 ‘민물참게 잔치-한 건축물의 삶과 죽음(河蟹宴-這座建築的生與死)’이었다. 당국은 아이의 퍼포먼스가 상하이 해관(海關)을 넘어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임을 알아챘다. 그 명칭은 중의적으로 ‘허셰를 위한 잔치- 그 슬로건의 탄생과 소멸’로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웨이웨이가 워낙 국제적으로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중국 당국은 그가 퍼포먼스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만족했다. 외국 언론들은 그와 수시로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었으며 AP TV는 연금된 뒤에도 아무 제지 없이 그의 집에 들어 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웨이웨이는 몹시 격앙된 발언을 쏟아냈다.AP와의 회견에서 상하이 당국의 행동을 조폭의 행태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아이웨이웨이는 7일 AFP 통신과의 전화회견에서 “중국사회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정치적으로 많은 면에서 인도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인터넷이 현재의 공산당 전권을 종말로 몰고 갈 것이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주최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상하이의 퍼포먼스는 예정대로 거행됐다. 약 400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부터 5시 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퍼포먼스의 하이라이트인 민물참게 요리가 제공되었다. 글 머리에 소개한 퍼포먼스 멘트도 식사 중에 나왔다. 사복 경찰이 참석자 중에 섞여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아이웨이웨이는 BBC와의 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연금 조치가 도리어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이에 관한 보도가 300건 이상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안팎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의 꼴이 되었다”고 말했다. 아이웨이웨이는 8일 새벽 연금이 풀리자 집에서 외출했다. 그는 네티즌들의 이와 같은 관심이 “투명하지 않은(不明不白) 기구가 명명백백한 시민사회의시대를 속박하는 일을 종결시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이웨이웨이가 이 사건으로 보다 선명한 반체제 인사로 거듭난 느낌이다.

▶ 2010/11/08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