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ewpoint] 중국 항공모함 시대 도래를 직시하라
히라마쓰 시게오(平松茂雄 중국군사전문가)
중국은 1990년대 초기에 사들여 개조한 옛 소련 항공모함 바랴그(배수량 약 6만t)의 첫 시험항해를 지난 10일 시작했다.
이는 중국이 항공모함 시대에 진입했다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 우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항모가 단순한 전투 수단이 아니라 극히 유효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사실을 상당히 일찍부터 깨달았다.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을 앞두고 미국은 중국 대륙에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고 천명했다.
동아시아 방위선으로 알류샨 열도에서 쿠릴(千島) 열도, 일본 열도를 거쳐 필리핀에 이르는 금을 그었다. '애치슨 라인'이다. 한반도와 대만은 방위선 밖에 놓였다.
반면 중국은 공산정권 수립 초부터 '대만통일' 야욕과 계획을 세웠지만 대만해협 도해작전을 감행할 수 있는 해 공군력이 결정적으로 없었다.
1959년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 전화가 대만에 미치는 걸 우려한 미국은 '대만해협의 중립화'를 선언하고 항모를 파견했다.
미국 방위선은 일거에 한국과 대만까지 서진(西進)한 것이다.
이후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려고 사사건건 중국을 핵으로 위협하고 항모를 대만해협에 보내는 무력시위를 펼쳤다.
1955~56년 2차례에 걸쳐 중국 대륙에 인접한 진먼다오(金門島), 이장산다오(一江山島), 다전다오(大陳島)를 놓고 인민해방군과 국부군이 격전을 치를 때도 그랬다.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물꼬를 튼 1979년 1월 미-중 국교정상화는 필연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후퇴를 재촉하게 됐지만, 미국 항모의 존재감은 계속 유지됐다.
그래서 중국의 비원인 '대만통일'은 지금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핵과 항모의 위협으로 곤욕을 치른 경험에서 항모에 대한 집념은 건국 초기 단계부터 마오쩌둥(毛澤東) 등을 사무치게 하였고 후계 지도자들에 계승됐다.
항모 보유 계획이 구체화한 것이 핵개발을 진전시킨 1970년대 들어서부터다.
1973년 유엔해양법조약 논의가 시작, 세계가 '해양의 시대'에 돌입하자 중국도 해양 진출에 뒤쳐지지 않으려고 항모 보유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항모 보유가 본격화한 것은 1986년 '해군발전전략'이 마련된 후부터다. 그 골자를 보면 2000년까지 제1단계로 각종 함정의 연구개발과 건조, 인력 육성을 한다.
2020년까지 제2단계에는 대륙기지 발진의 중거리 항공기 부대와 공격형 재래식 잠수함을 주된 공격력으로 하고 헬기 탑재 중형 수상군함을 지휘-지원 전력으로 한다.
2050년까지 제3단계에서는 항모를 주축으로 대공, 대함, 대잠 작전능력을 갖춘 수상군함과 잠수함으로 편성한 항모전단을 보유하는 것이다.
덧붙이면 2020년은 1921년 중국공산당 창건 100주년, 2050년은 중화인민공화국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다.
이 같은 장기적인 전략을 토대로 항모 보유 계획은 느긋하나 차근차근 진행돼 온 것이다.
1980년대 들어 중국에는 헬기 탑재 군함이 등장하고 1991년 1월엔 함재 헬기부대가 편성됐다.
그 중간인 1985년 중국은 호주에서 항모 멜버른(배수량 1만6000t)을 구입했다.
영국에서 건조한 낙후된 항모이어서 전력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중국은 퇴역한 멜버른을 헐값에 사서 철저히 연구했다.
낡은 퇴물이라도 항모를 모르는 사람에겐 실물을 놓고 받는 교육 이상인 게 없다. 필요한 지식을 모두 습득한 다음 고철로 처리하면 되지 않는가.
그로부터 20여년 지난 지금 상하이 양쯔강 하구에 있는 창싱다오(長興島) 조선소에선 바랴그처럼 스키점프대식이 아닌 전자식 캐터펄트로 함재기를 발진하는 새로운 항모가 건조 중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완공될 전망이다.
2020년대에 접어들면 복수의 항모가 실제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중국은 일찍부터 항모 보유라는 군사적 야심을 갖고서도 대단히 신중하게 움직여온 사실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당면 목표를 '대만통일'에 두고 당장 항모를 필요 불가결한 것으로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은 미국의 주요 도시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중국 주변의 미국 동맹국과 그곳에 있는 미군기지를 사정에 둔 중거리 탄도미사일, 대만의 정치 중추와 군사기지를 일거에 때리는 게 가능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1000기 이상 배치했다.
또한 미국 항모의 대만 접근을 저지할 수 있는 대함 탄도미사일 '항모 킬러'도 개발해 배치를 개시했다.
중국은 이런 군사력으로 '대만통일'을 달성한 다음엔 태평양과 인도양에 본격 진출할 것이다.
그럴 경우 항모는 필수적인 전력이다. 중국은 이를 향해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
앞으로 10년이 일본과 중국 간 역학관계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이를 가슴 속에 깊이 새겨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