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김정일 중국 일변도에서 양다리 외교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일 9년 만에 러시아 방문길에 나섰다.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은 애초 6월로 예정했지만, 북한 측의 사정으로 연기됐다.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김정일은 지난 5월 중국을 찾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한 데는 분명한 노림수가 있다고 하겠다. 북한이 김정일의 방러를 통해 러시아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속셈이 있는 건 분명하다. 2010년 중-북한 무역고가 35억 달러인 반면 러시아와 북한 간 교역량은 1억 달러 남짓에 불과하다. 북한 측은 러시아 국경에 인접한 동북부 라선 특별시-자유경제무역지대에 러시아 자본이 대거 투자하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은 이미 라선의 라진항을 60년간 사용하는 권리를 취득했다. 라진항은 작년 12월부터 무역항으로 이용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러시아에도 중국과는 다른 부두의 50년 사용권을 부여했지만 중국에 비해 자본유입이 더딘 게 현실이다. 이번 러-북 정상회담에선 하산과 라진 간 철도를 개수해 시베리아 철도와 연결하는 방안, 라진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김정일의 방문을 계기로 중국 일변도의 경제의존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동시에 중국에 대해 러시아와 접근을 과시, 개발작업이 지지부진한 황금평과 위화도 경제특구에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산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러시아와 북한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부설하는 프로젝트에 합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는 극동 사할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건설할 파이프라인을 한반도를 종단해 한국까지 연장하는 것이다. 한국과 러시아는 2009년 그 타당성을 조사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이 같은 계획에 북한이 참여하면 파이프라인 통과료로서 연간 1억 달러 이상을 챙길 수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달 상순 "기업 차원에서 합의할 경우 남북한-러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밝혀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인 사실을 시사했다. 이즈베스티야는 19일 러시아 측이 북한의 핵개발 동결을 조건으로 가스 공급 의향을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에너지 제공을 통해 북핵 6자회담에서 위상을 높이겠다는 러시아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김정일은 6월 말 블라디보스토크 교외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만날 계획이었지만 직전에 취소했다. 그 배경으론 김정일의 방러 사실이 사전에 보도되면서 신변경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란 설과 건강악화 소문이 교차했다. 그러나 이번엔 우리 국가정보원이 19일 김정일이 이르면 20일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국회에 보고할 때까지 정보가 누설되지 않았다.

▶ 2011/08/20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