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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point] 후진타오 南巡과 내년 가을 제18차 당대회
중국공산당 지도부를 개편하는 2012년 가을 제18차 당대회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요즘 중국 지도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차기 인사와 연관해 내외의 주시를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가 남부 광둥(廣東)성을 시찰했다.
측근으로 광둥성 당서기인 왕양(王洋)을 중앙무대로 데려올 수 있을지는 앞으로 10년간 중국을 이끌 제5세대 지도부의 컬러를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후 총서기는 지난 12일 밤 광둥성 선전(深圳)의 대형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하계 유니버시아드 개막식에 참석해 1시간30분간 머물면서 박수를 치고 개막을 선언했다.
하계 유니버시아드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와 광저우 아세안게임에 이은 중국에서 열리는 일련의 국제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다.
중요도가 규모, 개최지 등 모든 면에서 위에 있는 광저우 아세안게임에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출석시킨 반면 이번에 후 총서기가 직접 선전에 발걸음을 옮긴 정치적인 함의는 무엇인가.
후 총서기가 광둥성을 떠난 15일 밤 관영 매체가 전하기 시작한 그의 동선이 해답을 줬다.
선전에서 후 총서기는 현지 영화-애니메이션 제작회사를 찾아 3D 영상을 즐기고 "문화산업이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13일부터 그는 광저우에서 독자 개발한 차량의 생산에 들어간 광저우자동차집단과 정보통신(IT) 업체, 의류 디자인 연구시설을 둘러봤다.
한때 '세계공장'의 중심이던 광둥성의 노동집약형 산업이 인건비 상승으로 주춤하는 현실을 타개하려고 왕양이 급히 산업구조 개혁을 시행하는 상징적인 현장이다.
광저우에선 낡은 주택을 개축한 지구와 수질개선에 성공한 수로시설도 방문했다. 모두 행정 성공사례로 선전되는 곳이다.
후 총서기는 광둥성 간부에게 "경제발전의 모델을 시급히 전환하라"고 지시까지 했다.
닷새간의 후 총서기 남순(南巡) 목적은 왕양에 대한 '지지'와 '편달'인 게 분명하다.
왕양은 후 총서기와 같이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출신이다.
덩샤오핑(鄧小平)과 후 총서기에 능력을 인정받은 왕양은 고속출세의 길을 걸어왔다.
2007년 역내총생산(GDP) 중국 1위인 광둥성 서기에 임명됐다. 올해 56세의 연부역강한 나이다.
중국공산당 최고기관인 정치상무위원회의 유력 후보이지만 지금은 후 총서기의 뒷받침이 절실히 필요한 처지다.
왕양은 '등롱환조(騰籠換鳥 새장 비워 새로운 새로 바꾼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광둥성의 산업구조 조정에 나서 그 성패에 장래 정치적 명운을 걸었다.
값싼 인건비를 전제로 하는 노동집약형 산업의 한계를 강조하면서 경제성장의 견인역할을 연구개발과 서비스 산업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밀고 나갔다.
하지만 성장 동력은 아직도 키우는 도중으로 별다른 성과물을 내지 못하는 데 반해 중소기업의 줄도산 등 구조개혁의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6월에는 광저우시 확대 과정에서 대규모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농촌에서 몰려든 출가노동자인 농민공이 폭도화했다.
왕양은 경제정책에서 보면 선진국 발상에 가까운 진보적인 지도자다.
GDP 일변도가 아니라 '행복'을 정책 지향점으로 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해왔다.
올봄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저술한 행복에 관한 책 두 권을 성간부에게 읽으라고 권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광저우 서점에서 문제의 책이 매진, 화제를 불렀다.
중국에선 초등학생에게 학교 교과과정에서 가르치지 않는 높은 수준의 문제를 배우는 게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수학 성적은 희망하는 명문 중학교에 진학 여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왕양은 이런 풍조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는 "수학에 흥미 없는 아이들까지 점수를 따려고 어려운 문제를 공부하려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성적을 진학사정 기준으로 삼지 못하게 했다.
2008년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후 최저상태에 있는 경기가 더욱 나빠질 수도 있는 우려 속에서도 후 총서기는 왕양의 개혁을 지지했다.
이는 왕양이 후 총서기의 의중대로 경제구조 개혁을 실행하는 충실한 '제자'이기 때문이었다.
공청단은 중국 경제의 기득권익을 쥐는 고위간부 자제로 이뤄진 태자당(太子黨),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를 수장으로 하는 상하이방과 수면 밑에서 치열한 권력암투를 벌이고 있다.
제19차 당대회의 차기 지도부 인선에서 9명 정원의 정치상무위원을 노리는 공청단 계열은 후 총서기의 복심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 리위안차오(李源潮 60) 당조직부장, 왕양이 고작이다.
리 부총리의 유임과 리 조직부장의 진입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나 왕양은 광둥성에서 성적 여하에 따라선 장담할 수 없다.
공청단으로선 경제통인 왕양의 정치상무위원 승격을 어떻게든 실현해야 한다.
1992년 초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은 노구를 이끌고 선전 등 남부지방을 순시하면서 실용노선에 대한 의지를 각인시켰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 노선의 견지를 엄명한 '남순강화(南巡講話)를 통해 중국의 경제발전 길을 텄다.
그로부터 20년 광둥성에서 시작한 산업구조 개혁이 전국으로 확산할지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남은 집권기간이 1년 남짓인 후 총서기의 남순이 보내는 메시지는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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