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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信Essais] 1942년생의 2011년 여름
1942년생 세 지도자의 2011년 여름은 잔인하고, 불편하며 초조한 계절이다.
잔인한 계절을 맞은 이는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 마를 카다피. 1942년 6월 7일생이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고속철의 잇단 사고와 소수민족 분규로 불편한 여름을 지내고 있다. 그는 가다피 보다 6개월 뒤인 1942년 12월 21일생이다.
방탄 열차를 타고 바이칼 호수를 찾은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 겸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얼굴은 북한을 떠나자마자 검버섯이 피어났다. 얼굴의 검버섯처럼 초조감도 피어났다. 김정일은 카다피보다 6개월 앞선 1942년 2월 16일에 태어났다.
지난해 아홉수를 넘긴 세 지도자는 고희(古稀)의 해에 정도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모두 전혀 즐겁지 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 만해도 무너진다고는 생각도 못했고 흔들리기조차 않을 것 같았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8월 23일 카다피의 트리폴리 요새가 반군에 점령당하면서 완전히 몰락했다. 그의 모습은 요새에서 찾을 수 없었다.
카다피는 일단 수도 트리폴리에서 ‘히틀러식 최후’를 선택하지 않았다.
이제 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815년 워털루 회전 패배 후 나폴레옹이 시도했던 길을 걸으려 하지 않을까.
카다피는 1969년 쿠데타 성공 뒤 프랑스 대사를 불러 나폴레옹의 생애를 상세히 말해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해는 나폴레옹 탄생 200주년이었다. “대서양에서 우랄 산맥까지” 프랑스의 영광을 외치던 ‘현대의 엠퍼러’ 샤를르 드골이 이해 1월 자신에 대한 신임과 연계한 국민투표에서 패배, 대통령직에서 사임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프랑스 국인들은 그 공허감을 채우려는 듯‘나폴레옹 열기’취해 있었다.
이해 9월 군부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카다피는 나폴레옹 탄생일 8월 15일을 전후하여 탄생지 지중해의 코르시카 섬 등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군인 황제’의 각종 추모 행사를 관심 깊게 지켜 보았을 것이다.
나폴레옹이 1799년 ‘브류메르 18일의 쿠데타’를 일으켜 프랑스의 집권자가 됐을 때의 나이가 30세였다. 27세의 나이로 리비아의 최고 지도자가 된 카다피는 나폴레옹과 자신을 동일시했을 법하다.
카다피는 집권 기간 자신을 ‘왕중왕’으로 자칭했다. ‘왕중왕’은 ‘황제’의 다른 호칭이다. 나폴레옹처럼 카다피는 '시대의 몽유병자‘였다.
나폴레옹은 1815년 워털루 회전에서 패배한 뒤 아메리카 망명을 꾀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는 나폴레옹이 망명에 성공할 경우, 그에게 제공하려던 집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최대 숙적 영국은 바닷길을 막았고 결국 나폴레옹은 망명을 포기했다. 나폴레옹은 스스로 영국 진영에 들어갔다.
나폴레옹은 “짐은 영국의 빈객”이라고 말했지만, 영국은 그를 ‘위험한 포로’로 간주했고 대서양의 외로운 섬 세인트 헬레나에 유배했다. 나폴레옹은 그곳에서 6년을 살다 생을 마쳤다.
고향인 지중해 연안 도시 시르테로 퇴각한 것으로 알려진 카다피는 이곳에서 마지막 저항을 하며 베네수엘라 또는 쿠바로의 망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그가 선택할 길은 무엇일까.
카다피가 설사 투항해도 ‘나폴레옹식 유배’는 없을 것 같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가 나토에 투항하게 되면 세르비아 대통령 슬로보단 밀로세비치의 길이 놓이게 된다.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ICTY)에 의해 전쟁 범죄와 인도주의적 범죄 혐의로 기소된 그는 대선에서 야당에 패배한 뒤 2001년 체포되었고 교도소 수감 중이던 2006년 사망했다.
반군에 투항하거나 생포되게 되면 이집트의 호스니 무라바크처럼 일단 유폐됐다 재판에 넘겨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카다피가 이런 굴욕을 감내하기보다는 차라리 ‘히틀러식 최후’를 선택할 것이다.
권력을 상실한 독재자에게 앞서 언급한 경우는 명예롭고 축복인지 모른다.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는 1945년 4월 독일로 도망치려다 이탈리아 파르티잔에 잡혀 처형됐다. 그의 시신은 밀라노 광장의 종루에 거꾸로 매달려 전시됐다.
강한 남자에 기꺼이 몸을 허락하는 여성과 같은 존재라고 경멸했던 군중은 거꾸로 매달린 무솔리니의 시인을 향해 돌팔매질했다. 그의 옆에는 정부 클라라 페타치의 시신도 함께 거꾸로 매달렸다.
페타치는 파르티잔이 무솔리니를 향해 총을 쏘려는 순간. 무솔리니를 감싸며 인간 방패가 되고자 했다. 페타치는 ‘강한 남자’의 재기를 죽는 순간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여성’으로 그와 함께 최후를 마쳤다.
페타치의 시신이 처음 매달렸을 때 스커트가 뒤집혀 상반신을 덮는 바람에 민망한 모습이 연출됐다. 이를 지켜보던 한 파르티잔이 종루에 올라가 페타치의 치마 단을 다리에 묶었다고 한다. 지금 남아 있는 사진은 파르티잔이 신사도를 발휘한 뒤에 찍힌 것이다.
중세에 마녀로 몰려 화형 장으로 끌려가던 여인이 호송인에게 찢어진 치마를 여며 속살을 가릴 핀을 빌려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호송인은 아마 그 부탁을 들어주었을 것이다.
잔 다르크가 화형당할 때 마지막 부탁은 십자가였다. 그녀를 마녀로 규정한 사제들이 이제는 죽음의 공포에 떠는 어린 소녀에게 그마저 들어주지 않았을 때 한 영국 병사가 나뭇가지 두 가닥을 묶어 십자로 만들어 소녀의 품에 안겼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파르티잔은 핀을 건네준 호송인처럼, 나무 십자가를 묶어 준 영국 병사처럼 여인의 마지막 명예를 지켜 주었다. 페타치 최후 사진 속의 그녀의 치마는 뉴튼의 법칙을 거부하며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
카다피의 몰락을 가져 온 계기는 인접국 튀니지에서 있은 한 행상 청년의 분신이었다. 벤 알리 튀니지 대통령의 망명,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실각 그리고 카다피의 몰락을 몰고 왔으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권좌를 흔들고 있다.
이 ‘재스민 혁명’을 두고 1989년 동유럽 혁명의 북아프리카 버전이라고 말한다.
동유럽 혁명으로 지도자들의 실각이 잇따른 가운데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마친 지도자는 가장 강력한 독재자였던 루마니아의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대통령이었다.
민중 봉기에 수도 부쿠레슈티를 황급히 떠났던 그는 봉기 군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약식 재판을 거쳐 1989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부인과 함께 총살됐다.
'카르파티아산맥의 천재 ‘라며 루마니아를 철권 통치했던 차우셰스쿠는 죽은 뒤에도 두 눈을 부릅뜬 채였다. 자신의 급전직하를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 타전된 그 사진은 동유럽 혁명의 무서운 질주를 실감 나게 했고 2년 뒤의 소련 붕괴를 예고한 것이었다.
아프가니스탄 공산정권의 마지막 대통령 무하마드 나지불라는 1996년 카불을 탈출하여 국외로 망명하려다 탈레반에게 체포되어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나지불라는 1989년 소련군 철수 후 소련의 군수 지원으로 근근이 무자헤딘의 공세를 막아냈다.
하지만, 1991년 소련 붕괴로 군수 지원이 끊기면서 무너졌다. 무자헤딘이 카불에 입성한 뒤 유엔이 통제하는 지역으로 피신,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다. 무자헤딘의 군 사령관은 그가 북부 지역으로 탈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겠다고 제의했으나 거절했다.
이슬람 신앙이 뿌리 깊은 아프간에서 종교를 아편 시 하는 공산주의 이념을 다시 지피려는 시도를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나지불라의 ‘이카로스의 꿈’은 참혹하게 끝이 났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탈레반이 무자헤딘 세력을 물리치고 카불에 입성하자 나지불라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국외 탈출을 시도하였다.
무자헤딘은 유엔 통제 지역을 건드리지 않았으나 탈레반은 이를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았다.
탈레반에 붙잡힌 나지불라는 지프 차 뒤에 목이 매달려 살해됐다. 탈레반은 그를 살해 하기 전 거세하기까지 했다.
나지불라의 시신은 동생 시신과 함께 카불 시내에 목이 매달린 채로 전시됐다. 생전에 카리스마가 넘치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축 늘어진채였다. 교수대 앞에서 탈레반 전사들은 환호하고 있었다.이 사진은 공포의 탈레반 신정 체제가 아프간에 도래했음을 세계에 알렸다.
나지불라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의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도 나지불라가 죽은 지 10년 뒤인 2006년 12월 30일 교수대에 매달려 생을 마감했다. 그를 몰락시킨 것은 미국과 영국 침공군이었지만 미국은 그를 반대파에게 넘기는 빌라도식 처리를 택했다.,
이슬람 수니파인 후세인은 그로부터 무자비한 탄압을 받던 시아파 전사들의 환호 속에 목이 매달렸다. 쿠웨이트를 침공하고 반대파의 손에 처형된 그는 아랍권의 순교자가 될 수 없었다.
카다피는 트리폴리를 탈출한 뒤 가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나토와 싸워 이기거나 순교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2003년 미군과 영국군이 바그다드를 함락하기 전 탈출에 성공했던 후세인은 도피 생환을 하다 미군에 의해 포로가 됐다. 체포 직후 신분 확인을 위한 DNA 검사를 위해 입 안의 세포를 떼어내는 모습을 TV를 통해 본 카다피는 아랍의 지도자를 가축 다루듯이 했다고 분노했다. 사담 후세인의 전철은 카다피로서는 결코 밟고 싶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최고 지도자 후진타오는 동갑내기 카다피가 몰락의 길을 급속히 밟아 가고 있던 12일부터 15일까지 광둥(廣東)성을 시찰했다.
선전(深圳)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막식 참석을 위한 방문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광둥성 서기로 있는 왕양(汪洋)의 정치적 입지를 다져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국제적 관심은 후진타오의 남순(南巡) 보다는 17일 중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을 영접한 시진핑(習近平)에게 쏠렸다.
후진타오는 올해 들어 각종 악재로 불편한 한 해를 맞고 있다. 그의 정치 슬로건 ‘허셰(和諧)’ 마음껏 조롱하던 아이웨이웨이(艾未未)를 연행하여 결국 그의 입을 막는데 성공했지만 국제적 비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7월 말 고속철 추돌 사건으로 ‘고속 성장’ 중국의 이미지에 먹칠했다. 두 고속철의 열차명은 다름 아닌 ‘허셰’ 호였다. 고속철의 몇 량이 다리 밑 강물로 떨어졌다. 아이웨이웨이의 퍼포먼스를 막았으나 ‘허셰’가 실제 상황으로 추락한 걱이다.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 대규모 민족분규가 발생했으며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도 유혈 테러가 발생했다. 민족 간 ‘허셰’의 파탄이다.
후진타오는 국제무대에서 국가 간 ‘허셰’를 제창했다. 하지만,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주변국과 갈등이 날로 증폭되고 있다. 또한,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바랴그 호의 시험 항해는 주변국을 긴장시켰다. 그가 외친 국제사회의 ‘허셰’는 공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시진핑이 예정대로 차세대 최고 지도자가 된다면 후진타오 처지에서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는 것이 된다. 그는 공청단을 기반으로 한 단파(團派)이지만 시진핑은 고위 간부 자제들로 구성된 태자당에 속했다.
후진타오는 같은 단파인 리커창 외에도 왕양을 차기 정치국 상무위에 집어넣고 싶어 한다. 하지만, 태자당으로 야심만만한 충칭(重慶)시 서기 보시라이(薄熙來)가 집요하게 왕양의 정치적 입지를 흔들고 있다. 보시라이는 충칭 시 서기로 부임한 뒤 ‘범죄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보시라이가 성공을 거둘수록 전임자인 왕양의 정치적 입지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후진타오의 광둥행은 날로 입지가 불안한 왕양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기 위한 행보이다.
후진타오의 광둥행을 두고 ‘후진타오의 남순(南巡)'이라고 표현하는 홍콩 언론도 있다. 하지만 1992년의 덩샤오핑의 남순과 비교하면 격이 한참 떨어진다. 덩샤오핑은 미래의 비전을 밝히는 말을 쏟아냈지만 후진타오에게서 그런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후진타오는 자신의 정치 슬로건이 곳곳서 무너지는 가운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편치 않은 2011년 여름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동갑내기 김정일은 현재 러시아를 방문 중이다. 2001년 모스크바 방문, 2002년 러시아 극동 지방 방문 이후 그의 집권 이후 3번째의 러시아 방문이다.
2001년 모스크바 방문 당시 김정일의 모습이 ‘립 밴 윙클’을 연상시켰다면 2011년 여름의 그는 ‘호두까기 인형’ 앞의 ‘호두’의 모습이다.
2001년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그는 종말을 고한 사회주의에 대한 경의를 거침없이 표현했다. 그의 이러한 행보는 명나라가 망한 뒤에까지 명을 받들고 명의 마지막 황제의 제사까지 올리던 조선 후기 지도층을 연상시킨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서울 주재 중국의 한 외교관은 이 사실을 들어 시대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모르는 북한을 맹비난했다. 이는 김정일의 모스크바 방문 때의 행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2001년 김정일에게 등거리 외교의 한 축으로서의 러시아는 없었다. 2002년 극동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베리아와 한국을 잇는 가스관의 북한 내 통과 프로젝트와 시베리아 횡단철로와 한반도 종단 철로를 잇는 프로젝트를 제안하자 김정일른 선선히 동의했다. 하지만, 이후 별 관심이 없었다.
김정일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취하려 끈질기게 노력했다. 하지만, 미국은 김정일이 세운 틀에 들어오지 않았다.
2차례의 핵실험 이후 북한의 외교는 중국 일변도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자 모든 것이 중국 의도대로 흘러갔다. 올해 두 차례 중국 방문을 통해 낙후한 전투기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중국은 환대는 했지만, 실속은 없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하든 바이칼 호수 인근의 울란우데에는 수호이 전투기 제작 공장이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정일이 바이칼 호까지 간 것은 바로 이 수호이 전투기 공장 때문이었을 것이다.
메드베데프 배후의 푸틴은 2002년 제안한 두 가지 프로젝ㅌ를 압박할 것이다. 푸틴은 중국과는 달리 북한보다는 한국과의 연결하는데 관심이 많다.
시베리아 개발에 중국과 일본을 끌어들일 수 없는 푸틴은 한국과의 연결을 줄기차게 시도해왔다.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가스관 연결과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 철도의 연결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울란우데 회담에서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호두까기 인형’이고 김정일은 전투기가 있어 먼 곳에서 온‘호두’이다.
'호두깍기 인형 앞으로 달려간 호두‘, 그것이 2011년 여름의 김정일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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