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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信Pensées] 카다피 片片想과 추억 (1)
2003년 이라크의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토굴에 숨어 있다 미군 수색대에 체포됐을 때다. 당시 사담은 수개월 동안 도피 생활로 수염이 텁수룩했다. 그가 사담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미군 병사가 DNA 검사를 위해 입안의 점막을 떼어낼 때 사담은 입을 쩍 벌리면서 이에 순순히 응했다. 이를 TV를 통해 지켜본 전 세계인들은 ‘무소불위의 독재자’가 일개 포로가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군의 이라크 침공에 숨죽이고 지켜보았던 무아마르 카다피는 이 장면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한 마디 쏘아붙였다.
“아랍의 지도자를 가축 다루듯이 했다.”
8년이 흐른 뒤 카다피는 시신이 되어 정육점의 냉동창고 바닥에 눕혀져 전시됐다. 사담이 ‘산 가축’ 취급받았다면 카다피는 ‘죽은 가축’ 대우를 받았다. 그것도 자신이 통치했던 국민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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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카다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70년대 일간지 외신기사를 통해서였다. 박스 기사의 첫머리는 ‘리비아의 집권자 카다피 대령이 프랑스를 방문하기 전 프랑스 은행과 부동산 업자는 무척 들떴었다.’는 식으로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다피가 1969년 쿠데타에 성공한 직후, 리비아 주재 프랑스 대사를 소환, 나폴레옹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주문했던 일화도 그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
기사는 은행과 부동산 업자의 기대에 부풀었던 이유를 아랍 산유국의 최고 지도자들이 파리를 방문하면 은행에 거액을 비밀리에 유치하고 호화 주택을 사들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동 산유국 지도자들이 프랑스 내 투자 행태를 줄줄이 소개했다.
그 기사의 마지막은 ‘그러나 카다피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았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집권 초기 그는 다른 산유국 지도자들과 확연히 달랐다. 42년간의 집권은 청렴하던 청년 장교가 어느 독재자와 다를 바 없는 독재자로 변모해 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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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앤터니 킨 주영늬 ‘사막의 라이언’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1930년대 리비아 독립을 위해 사막에서 이탈리아군을 상대로 게릴라 전을 벌였던 아담 목타르의 투쟁과 좌절을 그렸다.
이탈리아 리비아 주둔군 최고 사령관의 감탄을 불러 일으켰던 목타르의 신출귀몰한 게릴라 항쟁은 그의 근거지를 철조망으로 둘러싸는 봉쇄 전술로 끝이 났다. 체포된 목타르는 쇠사슬에 발이 묶인 채 끌려 다녔다. 마치 가축처럼.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교수형을 당하며 사막에 떨어뜨린 목타르의 안경을 한 어린아이가 집어드는 것이었다. 혹자는 이 소년이 카다피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카다피는 1942년생이니 이 같은 추정은 틀렸다.
리비아의 막대한 투자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이탈리아 식민 통치의 무자비함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게릴라에게 이탈리아군이 몰살을 당한 뒤 그 보복으로 한 마을 남자들을 모두 집합시킨 뒤 한 사람 간격으로 처형하는 장면이 상당한 분량으로 처리했다. 이는 2차 대전 영화에서 독일 나치군이 단골로 보여주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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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트리폴리 함락 후 카다피가 어떤 최후를 맞을까 궁금했다. 그는 ‘무솔리니식 최후’를 맞았다. 무솔리니는 독일 군복을 입고 도망치다 이탈리아파르티잔에 체포됏고 그 자리에서 처형됐다.
무솔리니의 시신은 밀라노 광장의 종루에 거꾸로 매달려 시민의 돌팔매질을 받았다. 그의 좌우로 정부 페타치와 측근이 함께 매달렸다.
카다피도 탈출하려다 시민군에 체포됐고 두 발의 총탄을 머리와 복부에 맞고 사망했다. 무솔리니는 처럼 즉결 처형됐을 가능성이 크다.
미스라타 시 정육점 냉동고에서 그는 넷째 아들 무타심과 최측근 전 국방장관과 함께 전시됐다. 국제적 비난 여론이 일어나자 시민군 측은 위로 걷어 올려졌던 카다피의 상의를 내려놓았고 머리 부분의 상처가 가려질 수 있도록 돌려놓았다. 거꾸로 매달린 페타치의 스커트를 발목에 묶어 민망한 모습이 연출되지 않도록 한 것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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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오사마 빈 라덴, 그리고 무아마르 카다피의 비한 최후에는 모두 미국과 관계가 있다.
카다피가 부상한 채 하수도 배수구로 숨어 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미군 무인기의 정확한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영국 정찰기가 시르테의 카다피 은신처를 찾아냈고 이어 나토의 공습이 있었다. 차량을 타고 도주하던 카다피의 위성 휴대 전화 통화를 잡아낸 미군 무인기는 카다피의 차량을 정확하게 때릴 수 있었다. 단추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눌렀다고 한다.
그러나 세 사람의 최후는 달랐다. 빈 라덴은 미군 해군 특공대가 사살했고 사담과 카다피는 자국민의 환호 속에 최후를 마쳤다.
미국은 빈 라덴식 처리를 하려 했으나 약간의 오차로 인해 사담식 처리가 이루어지게 됐다고 보아야 한다. 사담은 미국의 이익을 해쳤으나 테러 공격을 통해 무고한 미국인을 살해하지는 않았다. 재판에 회부하여 법적 절차가 이루어지도록 했다. ‘적장에 대한 예우’라고나 할까. 그러나 테러 주모자에게는 그러한 예우가 사치라고 보았던 것일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카다피가 사살되기 이틀 전 리비아에서 그가 죽거나 포로로 잡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카다피의 운명은 그때 이미 결정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카다피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은 클린턴 국무장관은 “억”하고 소리쳤다고 한다. 백악관에서 빈 라덴이 사살되는 장면을 영상을 통해 지켜보면서 입을 가렸던 장면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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