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중국 주변국이 선택해야할 외교전략은? 바오춘량(包淳亮 대만 중국과기대학 조리교수) 지정학은 매력적인 학문이다. 지정학적 사고에 의하면 소국은 장기의 말(駒), 강국은 장기 두는 사람이다. 미국 잡지 '포린 어페어즈' 2010년 5-6월호에 실린 정치평론가 로버트 캐플런의 '중국 권력의 지리학'을 보면 서는 중앙아시아 5개국, 남은 파키스탄과 인도차이나 반도, 동은 한반도, 북은 러시아 극동 연해주까지가 중국의 세력권이다. 여타 권력이 어떻게 차이나 파워의 대두에 대응해야 하는지를 논해보자. 가령 남중국해를 중국 세력권이라고 하면 미국은 응당 항공모함을 서해에 파견, 무력을 과시하고 대만을 지원해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합세해서 중국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이 있다. 이는 시의적절한 게 아니다. 왜냐면 강대국의 세력 범위라고 정해지고 강대국 위주로 전략이 짜이면 그 역내에 있는 소국의 진퇴까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공인된 강대국 A의 세력 범위에 있는 소국 B가 A에 대항하는 전략을 취하면 강대국 C의 효과적인 지원을 얻는 게 어려워져 '징벌'을 당하기 쉽다는 구도다. '미래 100년 대예측' 저자인 조지 프리드먼의 지적처럼 중국의 '주변'은 사막과 고산, 해양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지리적 환경에 있다. 하지만 현대 중국은 이미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 네이멍구, 동북 등 '주변'을 껴안았고 외몽골, 한반도, 대만, 베트남 등 동아시아도 이전에 혹은 계속해서 중국 일부의 가까운 이웃이 되면서 중국은 '주변'에 대한 안정적인 억제력을 구축했다. 다만 바다를 사이에 둔 일본은 잠재적인 도전으로 남아있기는 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중국은 주변으로 세력범위 확대를 시도할 필요가 없고 세계시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 동아시아 주변국과 이른바 '우호외교(和諧外交)'를 추구하고 대등한 협력관계를 수립하며 나아가선 다른 강대국의 안전보장 체제 구축도 수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조공(朝貢) 체제'와 패권을 만들 필요가 없다. 10여 년 후에 중국은 점차 주도적 지위를 가진 중심국가로 부상하면서 주변국의 외교정책을 친중적으로 전환하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역외 권력은 중국의 세력범위를 인정해 전쟁의 외부적인 위협이 더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더욱이 중국이 제공하는 공공재(Public goods)가 많아 주변국은 단지 이에 편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주변국에서 핵심 주도국으로 변신한 중국에 대해 이웃국은 어떤 외교정책을 취해야 하는가. 일부 국가는 원래 미국을 앞세워 중국에 대항했으나 중국의 위상이 급상승한 후에는 자세를 바꿔 중국을 따라 이익을 도모하고 위험을 피할 수밖에 없다. 냉엄한 국력 차이를 따져서 선택을 해야 하는 탓이다. 앞으로 미국이 생각이나 힘의 뒷받침 없이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서진 않는다면 역내 질서의 변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급속한 국력 신장이 오판을 부를 수 있다. 특히 일부 주변국이 중국에 대한 거부감으로 미-중 대립에 지나치게 기대를 하고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과대평가는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반면 과소평가는 새로운 단계의 위험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

▶ 2011/11/06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