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 19/02/18 17:01



[Essais] 동북아의 2012년 2월, 그리고 마사다

- 2월 초 중국 북해 함대 소속 잠수함 부대 해상함과 합동 훈련.

- 2월 7~8일 러시아 전략 폭격기 일본 열도 부근 비행.

- 2월 20-24일 서해상에서 사상 최대 한미 대잠수함 훈련 실시 예정.

이 일련의 뉴스를 접하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 1980년대 한국에서 방영된 미국 TV 시리즈 ‘마사다’였다. 서기 73년 로마의 지배에 저항한 유대인 열성당원과 그 가족 900여 명이 천험의 요새 마사다에서 최후까지 저항하다 요새 함락 전날 밤 모두 자결한 역사적 실화를 소재로 한 것이었다.

이 TV 시리즈는 이름이 ‘피터’로 같은 두 개성파 배우의 호연이 돋보였다. 로마 사령관은 ‘아라비아 로렌스’의 피터 오툴이었고 열성당원 지도자는 ‘솔저 불루’의 피터 스트라우스였다.

영화 속에서 두 피터는 산 중턱에서 단독 회담을 하기도 했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요새를 포위한 채 인내심을 갖고 항복을 기다리던 로마 사령관은 마침내 공격을 명령했다.

요새에 진입한 로마군이 발견할 것은 자결한 열성 당원의 시신이었다. 그들은 잠이 든 처자들을 모두 죽이고 집단 자결로 로마의 정복을 거부했다.

피터 오툴이 피터 스트라우스의 시신 앞에서 오열하던 장면은 '정복하지 못한 정복자‘의 좌절감을 드러냈다.

유대인이 결코 굴복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음일까. 로마는 유대인 추방을 선포했고 2천 년에 걸친 유대인의 유랑이 시작됐다.

시리즈 맨 마지막은 1900여 년 뒤의 ‘현실’로 되돌아온다. 마사다 요새 유적지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신병들의 모습을 비추었다. 자막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은 누구라도 군에 입대하면 반드시 마사다 요새에서 훈련한다. 연병장에 내 걸린 플래카드의 글귀는 '마사다는 결코 다시 함락되지 않는다‘였다.

중국 해군에게 2월은 치욕의 달이다.

1895년 2월 12일 청나라의 북양함대가 일본에 항복했다.

앞서 황해해전에서 일본 연합함대에 패배한 북양함대는 웨이하이웨이(威海衛)로 퇴각했다. 이곳서 일본군의 수륙 양면 공격에 오도가도 못하게 된 북양함대는 항복하고 만 것이다. 항복 이틀 전에는 북양함대의 기함인 정원(定遠)함이 자침(自沈)했으며 11일에는 함대 사령관 정여창(丁汝昌)이 자결했다. 정여창은 부하들에게 일본의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가던가 자침하라고 최후의 명령을 내렸으나 부하들은 이를 따르지 않고 남은 함정과 함께 투항했다.

북양함대는 하드웨어 면에서는 일본 연합함대에 앞섰으나 전술 운용 면에서 일본에 밀려 참담한 패배를 맞이한 것이다.

청나라가 아편전쟁 패배를 계기로 해군을 육성했지만 반세기 만에 소멸했고 이는 중국이 반식민화의 길로 빠져드는 것을 가속했다.

북양함대 소멸 이후 1세기가 넘도록 중국에는 해군다운 해군이 없었다. 공산 정권 수립 후 북해, 동해와 남해 함대가 설치됐지만 연안 방어마저도 자신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중국은 2011년 옛 소련에서 만들다 중단한 항공모함 바랴그호를 도입, 고쳐 진수시켰다. 이는 116년 만에 중국에 대양함대가 부활했다는 역사적 의의를 부여할 수 있겠다.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최근 2월 초에 북해함대 소속 잠수함 부대가 해상함과의 입체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2009년에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고성능 킬로급 잠수함을 도입하여 북해함대의 기지인 뤼순(旅順)항에 배치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니 이번 훈련에 참가한 잠수함 부대는 이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이번 훈련은 해상함과의 입체 훈련이라는 점과 기지에서 멀리 떨어진 낯선 해역에서 실시한 훈련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실전을 상정한 훈련임을 알 수 있다.

잠수함 부대를 둘러 나누어 잠수함에 의한 대잠수함전을 훈련했는가 하면 해상으로 부상하여 해상 함정과 합동 작전 훈련도 펼쳤다. 또한 해상과 항공으로부터의 대잠수함 공격에 대응 작전도 훈련했다고 한다. 전파 교란 훈련이 포함됐다.

가상적에 비해 해상함 전력의 압도적 열세를 잠수함으로 보완하는 이러한 새로운 전략은 1세기 전 북양함대의 허장성세와 대비된다.

북해함대가 2월 초에 강도 높은 이런 훈련을 한 것은 북양함대의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일 것이다.

‘마사다 구호’를 중국 버전으로 바꾸면 ‘북양함대는 결코 다시 항복하지 않는다’가 되지 않을까.

러시아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투폻레프(Tu)-95 등 5대로 구성된 편대가 8일 일본 혼슈 일대를 선회 비행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공해상에서 이루어진 비행 훈련이었으나 일본에서 전투기가 대응출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투폴레프 전략 폭격기 편대의 훈련 사실을 전한 이타르타스 통신은 훈련 일자가 러일전쟁 초기 태평양 함대 순양함이 자침한 기념일 이틀 전임을 환기했다.

1904년 2월 10일 대한제국 제물포항(현재 인천항)에 정박하고 있던 러시아 태평양 함대 소속 순양함 바랴그호가 자침했다.

바랴그호는 일본 연합함대의 포위망을 뚫지 못하게 되자 자침 한 것이다. 부상병을 다른 외국 함정에 옮기고서 포로가 되기를 거부한 수병 49명과 함께 자침한 것이다.

러시아 전략폭격기의 훈련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러시아식 마사다 버전으로 하자면 ‘바랴그 호는 결코 다시 자침하지 않는다’가 될 것이다.

일본은 이 훈련에서 앞서 ‘북방영토의 날’ 행사를 했다.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빚는 쿠릴 열도 남부 4개 섬을 가리킨다.

2차대전 패배로 자국의 영토가 소련에 빼앗겼다는 주장이다. 영유권이 모호했던 이 섬들이 일본의 영토가 된 것은 러일전쟁 이후다. 러시아는 1905년 체제를 인정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사 표현이기도 하다.

이달 06일부터 24일까지 군산 앞바다에서 한미 합동 대잠수함 훈련이 실시된다. 천안함 폭침 2주년을 한달 앞둔 시점이다.. 한국 수병 등 43명이 전사했다.

마사다 버전으로 우리 해군의 슬로건을 말해보자.

‘천안함은 결코 다시 침몰하지 않는다.’ <워처>

2012/02/1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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