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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point] 중국, 교묘한 외교술책으로 아세안을 분열
올해 '여름 외교'는 중국의 독무대로 끝났다.
7월 두 번째 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의장국 캄보디아 주최로 일련의 연례 외무장관 회의가 열렸다.
지난 2년간 중국은 아세안 외교무대에서 남중국해 영토분쟁과 관련해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지만 금년 중국은 교묘한 분열전술을 구사, 아세안을 갈라놓아 아세안 창설 45년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하게 했다.
중국으로선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프리 핸드'를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남중국해에선 전체 80%에 달하는 지역의 영유권을 일방적으로 중국에 대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가 맞서고 있다.
아세안과 중국은 2002년 남중국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미점령 섬에 건축물을 신축하거나 거주하는 걸 자제하자는 '남중국해 행동선언'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행동선언을 구속력 있는 '행동규범'으로 격상하는 것을 거부하는 한편 최근 들어 남중국해를 대만, 티베트처럼 '핵심적인 이익'으로 자리매김하고서 타국 어선과 자원탐사선을 위협하고 방해하는 행위를 되풀이하는 등 강경자세를 증대했다.
중국은 2012년 외교전쟁에 대비해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를 공략하기로 하고 주도면밀한 준비작업을 했다.
3월 말 후진타오(胡錦濤)가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2년 만에 캄보디아를 방문해 향후 5년 안에 양국 무역액을 50억 달러로 배증하겠다고 약속했다. 캄보디아에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후 주석은 훈센 총리에 중국의 핵심적인 이익에 대한 캄보디아 지지를 평가하고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싼 외부 간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5월 말에는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이 프놈펜을 찾았으며 캄보디아 초청으로 아세안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상호신뢰와 협력을 역설했다.
아울러 량 국방부장은 캄보디아에 군사학교와 병원 건설비로 1억2000만 위안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캄보디아에 댐 건설과 도로 개보수에 쓰일 4억2000만 달러 차관 공여도 다짐했다.
6월 초엔 싱가포르에서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각국 국방장관이 모이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가 개최했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해군 군함 가운데 60%를 태평양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선언하며 '아시아 중시'를 강조했다.
당시 량 국방부장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중국의 존재감은 없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 성공했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그 사이 중국은 캄보디아를 자기편으로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한편으로 중국은 필리핀과 베트남에는 강경자세를 유지했다.
4월 필리핀 근해에 있는 스카보러섬(중국명 黃岩島)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을 필리핀 당국이 단속하자 중국은 공무선을 파견해 2개월 이상 해상대치를 벌였다.
그간 중국은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과 필리핀으로 여행을 금지하는 경제적인 압박을 가했다.
또 6월 들어선 베트남이 난사(南沙), 시사(西沙), 중사(中沙) 군도를 영토로 하는 해양법을 제정한 데 맞서 중국은 베트남이 주장하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있는 천연가스와 석유 광구 탐사를 국제입찰에 부친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중국은 난사, 시사, 중사 군도를 하이난(海南)성 싼사(三沙)시로 승격했다.
이번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배타적경제수역 존중 등을 공동성명에 담자고 요구했으나 의장을 맡은 캄보디아가 거부, 공동성명 발표가 불발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내정간섭이 이런 전례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세안 외무장관 회의 무대인 프놈펜 평화궁전도 중국이 제공한 개발원조(ODA)로 지었다.
아세안은 연말까지 행동규범에 관해 중국과 합의할 생각이었으나 회원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의견통일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영유권을 주장하는 회원국과 그렇지 않은 회원국 사이에 온도 차가 분명하다.
분쟁 당사국 중에도 필리핀과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에서 실제로 무력충돌까지 펼친 경험이 있지만,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는 직접 대립한 적은 없다.
중국과 아세안 간 교역액은 3600억 달러에 이르러 아세안 회원국 모두가 중국 경제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다.
필리핀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취임 이래 대중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는데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 쪽에선 이를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필리핀의 대중 강경자세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런 사정이 아세안으로 하여금 일치단결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응하는 걸 막고 있다.
아세안 각료회의 종료 후 회원국은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6가지 원칙에 합의했다고 공표했다.
국제법 존중과 '행동규범' 책정을 포함하긴 했으나 새로운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아세안은 2015년 공동체 창설을 겨냥하기 때문에 금번 공동성명 무산을 심각하게 본 인도네시아가 앞장서 서둘러 정리한 것이다.
이것도 중국이 행동규범 협상에는 응하지 않을 태세인 점에서 남중국해 긴장이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은 전략 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을 남중국해에 배치해 대미 핵 억지력을 높이려 한다.
탄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진(晋)급 핵잠수함 5척을 도입한 중국은 남중국해 하이난도에 잠수함용 해저기지까지 완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추정 사정 8000km에 달하는 쥐랑(巨浪 JL)-2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있다.
진급 핵잠수함에 쥐랑-2를 장착하면 남중국해에서 괌도와 하와이를 핵 공격하는 게 가능하다.
남중국해에서 서태평양으로 나가면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를 타격할 수 있다.
중국 핵잠수함이 미국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믿음이 흔들려 한국과 일본 등 역내 동맹국의 안전보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노리는 것은 영토와 자원 획득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해양 진출은 핵전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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