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point] 시진핑 ‘中國夢’ 입안자 王滬寧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취임 후 처음 외유를 떠나 러시아와 아프리카 정상과 만날 때 그의 곁에는 항상 안경을 끼고 조금은 딱딱한 인상의 중년 남자가 있었다. 정상 간 얘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때로는 메모를 하던 이 사람은 시 주석이 7, 8일 미국 캘리포니아 란초 미라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도 배석할 예정이다. 중국인조차 누구인지 정체를 궁금해 하는 그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왕후닝(王滬寧 57)이다. 대학교수 출신인 왕후닝은 공식 석상에 얼굴을 내밀어도 거의 말하지 않으며 외국에는 그 존재가 낯선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하지만 당내와 중국전문가는 왕후닝을 지금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를 지난 10년간 중국의 중요한 내외정책 설계자로 지목하기까지 한다. 더욱이 시 주석의 부국강병 염원을 집약한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는 정책을 마련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왕후닝은 한때 미국에서 수학한 경험도 있으며 2002년 이래 당중앙 정책연구실 주임으로 일해왔다. 그간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에 이르는 3대에 걸쳐 최고지도자의 정책보좌관과 스피치 라이터로 활동했다. 왕후닝 영향력은 중국 신보수주의자의 창시자로서 위상에서 나온다는 지적이 많다. 서양식 민주주의에 반대하고 전제적인 정부가 뒤를 받치는 국가주의를 지지하는 신보수주의는 1989년 이래 중국 지도부 이데올로기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또 왕후닝은 중국 권력 핵심인 당정치국원 25명 가운데 유일한 미국 전문가이기도 하다. 이는 왕후닝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은 첫 정상대좌에선 각본 없이 허심탄회하게 광범위한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중국 지도자에겐 이런 방식은 친숙하지 않은 것이다. 고위 외교소식통은 왕후닝의 내정과 외교정책에서 영향력을 빗대어 미국의 칼 로브 전 백악관 정치고문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합쳐 놓인 인물이라고 평했다. 정책결정에서 왕후닝의 정확한 역할은 확실치 않다. 당중앙 정책연구실은 웹사이트를 개설하지 않았고 대변인이나 공개 전화번호도 없다. 공산당 내부자와 외교 관계자, 분석가에 따르면 왕후닝은 전문성과 경험, 당내 위상 상승으로 향후 10년간 중국 시정에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하고 어쩌면 그 이상도 기대된다. 작년 11월 제18대 당 대회에서 정치국에 진입한 왕후닝은 2017년 제19대 당 대회에선 최고 권력기관인 정치국 상무위 입성도 점쳐지고 있다. 70세가 정년인 정치국원이기에 왕후닝은 2027년까진 권력무대에서 물러나지 않아도 된다.

▶ 2013/06/07 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