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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point] 강대해지는 중국군, 시진핑엔 ‘양날의 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은 작고한 최고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이 후계자에 남긴 가르침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최고지도자로서 근무시간 대부분을 인민해방군 간부와 보내라는 유훈이다.
작년 11월 제18차 당 대회에서 당 총서기에 오른 지 1개월 만에 시진핑은 첫 본격적인 정치시찰 장소로 광둥성을 찾았다.
당시 시진핑은 닷새간의 방문 일정 가운데 사흘을 군 기지에서 머물렀다.
홍군 출신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를 아버지로 둔 시진핑은 인민해방군의 '친구'로서 경력을 쌓았고 중앙군사위에서 요직을 거친 적도 있다.
하지만 군 시찰 때 시진핑은 "군대는 당의 절대적인 영도력을 지지하고 당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인민해방군에 충성을 요구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당이 제일'이라는 시진핑의 확고한 자세는 거대화하는 군 정점에 선 중국 지도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인민해방군이 힘을 키울수록 다루기가 어려워지는 탓이다.
인민해방군이 국제적으로 존재감을 증대하는 건 평화를 사랑하면서 군사적으로 강력한 국가를 지향한다는 시진핑이 내건 '중국꿈(中國夢)' 실현에는 불가결한 요인이다.
그러나 시진핑은 덩샤오핑이나 마오쩌둥(毛澤東)과 비교하면 진짜 군인이라곤 할 수 없다. 오히려 후진타오(胡錦濤)와 장쩌민(江澤民) 같은 전임자처럼 기본적으론 뼛속까지 정치가다.
시진핑은 후진타오와 장쩌민과 마찬가지로 공산당 정권을 유지하려면 군을 통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전임자 시대와 다른 건 냉전 후 처음으로 미국 제해권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는 등 인민해방군이 유례없을 만큼 자신에 차있다는 사실이다.
인민해방군 사정에 정통한 싱가포르 국립대학 황징(黃靖) 교수는 "시진핑이 군을 제어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그 이유로 현재 군 간부 대부분을 시진핑이 아니라 전임자들이 임명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국방비는 현재 미국 다음의 세계 2위이며 인민해방군 병력은 230만명에 달한다.
해군은 태평양에서 힘을 과시하려고 한다. 지난 수년간 군비확충으로 인민해방군은 미국, 주변국과 나는 '힘의 차이'를 축소하고 있다.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진핑은 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인 동시에 군 최고사령관이다.
현재 중국 해군 군함은 영유권 문제를 안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활동한다.
미국 해군에 따르면 지난 5일에는 중국 해군 군함이 미사일 순양함 카우펜스와 남중국해에서 충돌 직전까지 접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공해상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 제1호 항공모함 랴오닝(遼寧) 훈련을 미군이 감시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중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를 포함하는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권을 일방적으로 설정하고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키고 있다.
중국은 해적대책으로 인도양에도 해군 군함을 파견했으며 인민해방군을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아프리카와 중동에 보내고 있다.
또 중국 내외 군사분석가는 인민해방군에서 핵미사일로 무장한 제2포병부대가 앞으로 9년간 계속하는 시진핑 정권 동안 최초의 탄도 미사일 탑재 핵잠수함을 배치한다고 전망한다.
이는 모두 극적인 변화다. 1990년대 후반 중국을 방문한 외국군 당국자 눈에는 인민해방군의 빈약한 장비에 냉소를 보였다.
그렇지만 30년여에 걸친 군사비 증액과 해외기술 도입, 훈련 개선을 통해 인민해방군은 변신을 거듭했다.
중국이 직면하는 군사적 문제가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시진핑은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본뜬 국가안전위원회 신설을 결정했다.
자세한 국가안전위의 역할을 명확하지 않지만, 경찰과 군, 정보기관, 외교기관에 분산한 안전보장 기능의 공조를 강화할 목적이 있다.
국가안전위는 시진핑이 직접 책임자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시진핑은 군 수뇌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군사훈련 등을 참관할 때는 거의 항상 현역 최고계급자인 중앙군사위 부주석 판창룽(範長龍) 상장과 쉬치량(許其亮) 공군상장을 대동한다.
아울러 군 수뇌부에도 자신에 가까운 장성을 앉히는 인사를 재빨리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후진타오가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넘긴 지 며칠 후 제2포병부대 사령원 웨이펑허(魏鳳和)를 상장으로 승진시켰다.
올해 7월과 8월에는 6명의 장성을 상장으로, 18명은 중장에 임명했다.
이들 24명 중 11명은 정치위원으로 "총을 통제하는 건 당"이라는 걸 확실히 하려는 조치임이 틀림없다.
시진핑은 일반병사와 소통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군복 스타일의 카키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간이식당에서 담소하면서 병사들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관영 매체에 종종 등장한다.
역대 중국 지도자들처럼 시진핑은 인민해방군이 당과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시진핑 자신 군 간부와 관계를 깊게 하는 데 유리한 성장 배경을 가졌다.
부친 시중쉰은 공산당 '혁명전사'에서 부총리까지 올랐으며 중국 경제 부흥의 불을 지핀 시장개혁의 입안자이다.
태자당(太子黨) 일원인 시진핑은 '공산중국' 수립에 공을 세운 초기 지도자의 자제와 친교가 깊다.
시진핑은 그간 인민해방군과 보조를 함께하는 경력을 쌓아온 것으로 보인다.
칭화(淸華) 대학을 졸업하고서 중앙군사위 판공청에 들어가 겅뱌오(耿飇) 국방부장의 비서로 일했다. 겅뱌오는 시중쉰의 옛 부하다.
시진핑은 계급이 없었지만, 일 자체는 군무였다. 중국 지도부 내 소식통은 "군대가 시진핑을 자신들의 동료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간부로 출세한 시진핑은 인민해방군과 인민무장경찰 산하에 있는 지방 군사령부에서 정치위원을 맡기도 했다.
시진핑이 출세가도를 달리는 사이 당시 장쩌민은 아직 현직에 있는 군 간부 다수를 요직에 앉혔다.
군 간부에 신경을 쓰라는 덩샤오핑의 가르침을 받은 장쩌민은 은퇴하고서도 계속 영향력을 발휘했다.
장쩌민 뒤를 이은 후진타오 역시 시진핑에 권력을 이양하기 전 인민해방군을 앞세워 자신의 권력 기반을 확고히 하려 했다.
시진핑은 다른 부문에도 예산을 배정할 필요가 있음에도 방대한 군사비를 유지하겠다는 자세에는 흔들림이 없는 듯하다.
하지만 중국에는 아직 1억명이 빈곤에 허덕이며 보건위생과 교육, 공해대책에 예산을 더 배정하라는 압력이 높아지는 실정이다.
2013년 중국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10.7% 늘어난 1190억 달러다. 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지출도 있어 대다수 분석가는 중국 실제 군사비가 2000억 달러에 근접한다고 예상한다.
시진핑은 당 총서기에 오르자마자 중앙군사위 수뇌부의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중앙군사위 현역 10명 가운데 8명을 갈아치웠다.
이들 8명 중에 시진핑의 '맹우'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국 군사 전문가와 외국대사관 무관들은 그와 아주 가까운 장성이 여럿 있다고 확인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중앙군사위 군사위원으로 인민해방군 총장비부 부장인 장여우샤(張又俠) 상장, 중앙군사위 소속은 아닌 류위안(劉源) 상장, 류야저우(劉亞洲) 공군상장이다. 시진핑처럼 태자당이다.
장여우샤는 인민해방군 원로 장전(張震)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 아들이다. 작년 시진핑은 중앙군사위를 접수하면서 장여유샤를 군사위 부주석에 기용하려 했으나,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반대로 관철하지 못했다.
류위안은 류사오치(劉少奇) 전 국가주석 아들로 총후근부 정치위원이다. 시진핑은 여러 차례 공석에서 류위안이 친밀한 사이임을 밝혔다.
다만 류위안은 수뢰와 횡령, 직권남용으로 무기징역형 선고를 받은 보시라이(薄熙來)와 친교가 있다.
류위안은 시진핑을 힘을 쏟는 부채 척결에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 총후근부 부부장이던 구쥔산(谷俊山) 중장을 비리 혐의로 내쫓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류야저우는 덩샤오핑 시대 국가주석을 지낸 리셴녠(李先念)의 사위이다.
한때 류야저우는 인민해방군 안에서 가장 개혁적인 인물로 유명했다.
그는 부패를 척결하고 우수한 인재를 지도부에 등용하는 환경을 만들려면 민주적인 정치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했다.
보통 그런 의견을 공언하면 중국에선 '반란분자'로 탄압을 받게 된다.
국방대학 정치위원을 맡은 류야저우는 금년 '총성 없는 전쟁(較量無聲)'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군 내부를 겨냥한 다큐멘터리는 미국의 '소프트파워'에 대해 중국공산당을 타도할 속셈이 있다고 경고했다.
류야저우는 영화 속에서 "미국은 중국에 접근해 스스로 주도하는 세계적인 정치 시스템에 끌어들이면 중국을 쉽게 분열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지적했다.
영화에선 다른 군 간부도 비슷한 경고를 발하고 있다. 그중 제일 인상적인 건 인민해방군 최고사령관이자 중국공산당 총서기인 시진핑의 발언이다.
"중국을 억누르려는 서방의 전략적 목표는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같은 사회주의 대국이 평화적인 발전을 거듭하는 걸 절대로 보고 싶지 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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