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李自成과 鄧世昌 동상 [今天歷史 -7월 26일] 李自成 피살, 포츠담선언 공산당 일당지배 국가인 중국은 인민을 한군데로 끌고 갈 상징이 필요한 국가이다. 개혁개방이 중국을 변화시켰고 또 변화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붉은 깃발, 정치적 슬로건 그리고 지도자의 초상화는 중국 인민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정치적 상징물의 구실을 하고 있다. 1992년 5월 12일 중국을 난생 처음 방문했을 때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공항에서 베이징(北京) 시내로 가던 도중 길옆 공사장에 어김없이 꽂혀 있던 붉은 깃발이었다. 이들 붉은 깃발은 마치 울타리처럼 공사장과 공사장 밖을 가르고 있었다.. 붉은 깃발의 정치적 역할을 가장 실감했던 것은 1992년 10월 12일 중국공산당 14차 당 대회 개막식 날이었다. 천안문 광장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개막식 취재를 위해 숙소가 있는 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들어갈 때였다. 외곽지대에 띄엄띄엄 꽂힌 붉은 깃발은 도심으로 가면서 점차 빽빽해지기 시작, 천안문 광장에 이르러는 붉은 깃발의 숲을 이루었다. 정치적 상징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는 동상을 빼어 놓을 수 없다. 1949년 중국 공산화 이후 가장 많이 세워진 것이 마오쩌둥(毛澤東) 동상이겠지만 그의 동상만이 전부는 아니다. 후난(湖南)성 성도 창사(長沙)시 교외에 세워진 레이펑(雷鋒) 동상처럼 우리에게 낯선 중국 혁명열사, 노동영웅 등의 동상이 중국 곳곳에 산재하며 여전히 나름의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체재 동안 많이 보았던 동상 중에 지금까지도 인상 깊게 남아있는 것은 처음 보았을 때 중국 당국이 무슨 목적으로 저 동상을 세워 놓았을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 동상이다. 베이징 교외 이자성(李自成: 리쯔청) 동상과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 중심가의 등세창(鄧世昌 : 덩스창) 동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의문은 둘 다 비슷했다. 두 사람 모두가 공산혁명과는 직접적인 관계없는 시대의 사람이다. 전자는 명(明)말, 후자는 청(淸)말 시대 사람이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이자성은 실패한 반란군의 지도자이고 등세창은 패장으로 둘 다 귀감으로 삼기는 하자가 있는 인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의 동상은 사람이 수시로 볼 수 있는 소위 목 좋은 자리에 잡고 있었다. 이자성 동상은 베이징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면 거의 반드시 둘러보는 팔달령(八達嶺: 바다링) 만리장성을 가는 길목에 있다. 이자성이 말을 타고 베이징을 향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은 투구가 아닌 펠트(양모나 기타 짐승의 털을 황산 수나 비눗물 등에 담가 두었다가 습기 열 압력을 가하여 만든 물건)모자를 쓰고 있다. 인상적인 펠트 모자는 바로 그가 농민 반란군의 지도자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1644년 3월에 이루어진 이자성의 베이징 점령과 곧바로 뒤이은 패전, 그리고 잔존 부대를 이끌고 곳곳을 전전하다가 베이징 입성 1년 4개월 뒤 피살로 마감한 그의 영광과 몰락은 엘바 섬을 탈출한 나폴레옹이 파리에 무혈 입성하고 나서 워털루 전투에서 패전, 대서야 상의 고도 세인트 헬레나 섬에 유배되어 숨을 거두는 반전으로 점철된 몰락 과정과 너무도 흡사하다. 나폴레옹에 있어 워털루 전투는 그의 작전 재능이 총 집결되어 수립한 작전 아래 벌어진 것으로 결코 질 수 없던 싸움이었다. 이자성 피살도 본대로부터 소수 친위병과 함께 떨어져 있다가 많지 않은 한인 지주세력 휘하 병사에게 당한 어이없는 것이었다. 이자성은 명군 주력이 만주 일대를 석권하고 중원을 넘보는 청나라 군대를 저지하기 위해 베이징을 비워놓은 틈을 타 40만 대군을 이끌고 베이징을 공략, 무혈로 입성했다. 명나라 황제 숭정제(崇禎帝)는 자금성(紫禁城 : 현 故宮박물관) 뒤편 만수산(萬壽山)에서 뒤이어 그의 뒤를 따를 환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을 매었고, 기회주의 처신으로 살아남았던 명나라 신하는 저항없이 성문을 열고 앞다투어 만세를 부르며 이자성을 새 왕조의 황제로 떠받들었다. 그야말로 꿈같은 승리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자성의 ‘타천하(打天下 : 천하를 무력으로 차지함)’는 청에 항복한 명나라 장수 오삼계(吳三桂)를 앞세우고 산해관(山海關)을 넘어온 청나라 군대에 패함으로써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났다. 그러고 보면 베이징 교외의 이자성 동상은 그의 일생 중 가장 득의의 순간을 형상화한 셈이다. 양치기 소년 다윗이 거구의 적군 장수 골리앗을 돌물매로 쓰러뜨리기 직전의 모습을 형상화한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을 연상하게 한다. 동상을 세운 이의 이자성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웨이하이시의 등세창 동상은 인천에서 배를 탄 한국 승객이 처음으로 밟는 중국 땅인 웨이하이 부두와 서해를 굽어보는 환취루(環翠樓 :환추이러우) 공원을 잇는 곤명로(昆明路: 쿤밍루)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웨이하이시 한복판에 자리 잡은 셈이다. 등세창 동상을 보게 된 것은 1993년 6월 중국 외교부의 주선으로 산둥성 일대를 취재할 때였다. 투구를 포함, 전형적인 청조 장군 복장을 한 동상이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것이 신기하여 안내하는 이에게 그가 어떤 인물인가를 물어보았다. 외교부 직원은 가슴 뭉클한 그의 최후부터 말했다. 중국인이 갑오(甲午)전쟁으로 부르는 1894년 청일전쟁 당시 일본과의 해전에서 패전한 등세창은 그의 충견이 입으로 소매를 잡아끄는 것을 애써 뿌리치고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했다는 것이다. 청일전쟁 당시 청나라 북양(北洋)함대가 패하고 사령관이던 정여창(丁汝昌)이 자살했다는 것은 우리 역사 교과서를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등세창의 존재에 대해서는 몰랐다. 베이징에 돌아와 자료를 뒤져보곤 그가 비록 중국을 반식민화의 길로 들어서게 한 중요한 전쟁에서 패전한 패장 중의 일원이었지만 중국인이 동상을 세워놓고 기리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청나라와 일본은 19세기 중엽 함포를 앞세운 서구 열강에 의해 강제 개국 되고서 해군력 증강에 열을 쏟았다. 중국에서는 태평천국의 난을 진압한 주역 중 한 사람인 이홍장(李鴻章)의 주도로 건설되었다. 일본에서는 조슈번과 함께 메이지 유신을 일으킨 양대 번 중 하나인 사쓰마 번이 그 역할을 맡았다. 청일 전쟁( 1894~1895)에서 양국이 그동안 양성해온 서양식 해군 함대가 처음으로 맞붙었다. 중국 북양 함대와 일본 연합함대는 1894년 9월 17일 서해(황해) 압록강 하구 앞바다에서, 다음 해 2월 10일 웨이하이웨이(威海衛 : 웨이하이시의 청나라 당시 명칭) 앞바다에서 해전을 벌였다. 군함 13척과 2척의 어뢰정으로 구성된 북양함대와 10척의 군함으로 이루어진 연합함대가 맞붙은 압록강 하구 황해해전에서 북양 함대는 5척을 잃은 반면 연합 함대는 한 척도 침몰하지 않았다. 함선의 톤 수 등 규모와 함포 구경 등 무장 정도에서 북양함대는 연합함대를 앞섰으나 훈련 숙련도와 전술 운영 면에서 일본에 못 미쳤다. '하드웨어'가 우세한 북양함대가 '소프트웨어'에서 앞선 연합함대에 밀린 것이다. 황해해전에서 북양함대는 비록 패전했지만 그간 거금을 들여 육성한 철갑 무장함대의 위용을 나름 과시했다. 연합함대의 기함 마쓰시마(松島)함은 북양함대 진원함의 포격을 받고 기능을 상실했고 침몰까지는 하지 않았으나 여러 척이 막심한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웨이하이웨이 해전은 함대와 함대가 맞붙은 본격적인 해전이 아니었다. 일본 육해공의 합동 공격에 의한 포위 섬멸전이었다. 이홍장은 황해해전 이후 일본 해군을 막아 보려고 생각하지 않고 남은 함선이라도 보존하기 위해 웨이하이웨이로 후퇴하고서 응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패전이 예약되었던 셈이다. 등세창은 황해해전에서 철갑순양함 치원(致遠)호 함장이었다. 그는 치원호가 일본 연합함대의 집중포화로 타격을 받은 뒤에도 부하를 독려, 빗발치는 적의 포화를 뚫고 일본 함대로 돌진, 충돌을 통해 함께 침몰하려 하였다. 그러나 결정적 포격을 맞고 난 뒤 뜻을 이룰 수 없게 되자 탈출을 거부한 채 240명의 수병과 함께 배와 운명을 같이 했다. 등세창은 비록 패장이지만 아편전쟁을 유발한 임칙서(林則徐)와 마찬가지로 ‘반(反)제국주의의 상징’으로 기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 또한 비장감이 넘치는 충견과의 마지막 일화는 일반 민중에게 전설이 되기에 충분했다. 청일전쟁의 승부를 결정지은 웨이하이 앞바다에서 패전은 중국인은 크나큰 치욕으로 여기고 있다. 북양함대 기함 정원(定員)함의 함장 유보섬(劉步蟾)은 황해해전에서 기동력을 상실, 포위망을 뚫을 수 없게 되자 포탄이 소진할 때까지 싸우다가 자침을 명령하고 이를 지켜 본 뒤 사령부가 소재한 유공도(劉公島)에서 자결했다. 다음날인 2월 11일 사령관 정여창도 나머지 전함의 자침을 명령하고 나서 자결했다. 그러나 이 명령은 투항을 결심한 부하에 의해 지켜지지 않았다. 자침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11척의 함정과 사령부 기지가 있는 유공도에 비축된 포탄 등 각종 무기와 다량의 군수물자가 일본군에 넘어갔다. 이중에는 진원함도 포함됐다. 진원함은 압록강 하구 앞바다 황해해전에서 연합함대 기함 마쓰시다함에 12인치 포를 맞혀 28명을 즉사하게 하고 기함으로서 기능을 정지시켰던 전과를 거둔 당시 최신식 전함으로 사령관 정여창이 탔던 함선이다. 일본군은 정여창을 군인의 본분을 지킨 적장으로 예우, 장례를 치러주었으나 중국은 한동안 그의 관을 매장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기까지 했다. 같은 패전이라도 황해해전이 '장렬한 패전'이었다면 웨이하이웨이 해전은 '볼썽사나운 패전'이었다. 기함 정원함의 함장 유보섬은 적에게 배를 넘겨 주지는 않았으나 배와 운명을 같이하지 않았고 사령관 정여창은 북양함대와 유공도 기지를 통째로 적에게 바친 셈이 됐다. 웨이하이시 중앙에 그곳 앞바다에서 자결한 사령관 정여창과 기함의 함장 유보섬을 제쳐 놓고 그곳에서 멀리 떨어진 압록강 하구 앞바다에서 장렬히 전사한 등세창의 동상을 세운 중국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웨이하이웨이 앞바다에서 청나라 북양함대가 괴멸함으로써 중국은 반식민지화의 길로 들어섰다. 아편전쟁과 애로우호 사건 등으로 중국의 약체가 폭로되었다고는 하나 청일전쟁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그래도 ‘잠자는 사자’로서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됐다. 그러다 일본과의 전쟁에서 참패를 계기로 서구 열강은 마치 죽음을 앞둔 병든 사자를 쫓는 하이에나처럼 노(老)대국에 몰려들었던 것이다. 이자성 동상을 보고 느꼈던 의문의 해답은 1949년 베이징 입성 당시 마오쩌둥(毛澤東)이 했다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마오쩌둥은 베이징 입성을 전후해서 천하를 차지한 것처럼 들떠 있는 주변 사람에게 “이자성이 밟았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는 것이다. ▶[胡錦濤시대]화호점정 (畵胡點睛)(1) 2003/02/16 00:38 마오의 그 말 속에는 자신을 농민 반란군의 지도자 이자성과 동일시하는 정서가 담겨 있다. 사실 미국이 마오쩌둥이 중국을 장악하는 것을 방치하다시피 했던 것은 그를 마르크스주의자보다는 토지개혁가로 간주한 데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미국의 관찰은 정확한 데가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자성의 동상을 세운 것은 중국 공산정권이 중국 역사 속에 수많이 일어났던 농민 반란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동상이 공통으로 갖는 기능이 있다. 그것은 반면교사로서의 의미다. 1994년은 이자성이 청군에 패한 지 350년이 되는 해이자 청일전쟁 100주년이 된 해였다. 그 해 중국 언론을 통해 이자성 패전을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와 갑오전쟁에 관한 여러 세미나가 개최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싸움에서 동상의 주인이 모두 패함으로써 중국은 외세의 지배와 침략에 유린당하였다. 이자성 패배로 중국은 이민족인 만주족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등세창 패배로 서구열강과 일본 등 제국주의 세력에 의한 반식민화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두 동상을 세워 놓은 것은 과거의 치욕을 상기시키려는 반면교사의 목적도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차이나워처> (1996년 12월 1일 작성, 2015년 2월 11일 수정) 청나라 말 해군 장수의 동상이 웨이하이(威海)시 중앙에 세워져 있어 그가 청일전쟁 때 웨이하이웨이(威海衛) 해전에서 전사한 줄 알았는데 압록강 하구 앞바다에서 전사했기에 이를 바로 잡으며 당시 양국 해전에 대해 추가 했다. <盲瞰圖子 주 >

▶ 2015/02/11 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