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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 정상회담 내년 1월 대만선거에 상당 영향 미칠듯
중국은 국공내전이 끝난 1949년 이래 대만 침공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지난 20년간 대만의 정상회담 개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중국이 돌연 전제조건도 없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총통 간 대좌에 응한 것은 수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만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총선)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겠다는 생각에서다.
지금 판세대로면 내년 1월16일 치르는 대만 총통 선거와 입법위원 선거 모두 궁극적으로 양안통일을 내세운 여당 국민당이 패배하고 독립성향 강한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승리가 유력한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답보상태에 있는 양안 간 정치관계의 현상을 타파하는 '정상회담'이라는 획기적인 계기를 국민당에 제공해 선거 열세를 만회하도록 도우려했다.
중국은 의도하는 양안 정치관계가 '대등한 위치'에서 점진적으로 통일을 추구함으로써 군사충돌 우려 등 '불확실성'을 제거한 채 현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점을 이번에 분명히 했다.
그간 대만 유권자는 2008년 취임 이래 대중 융화노선을 펴온 마잉주 총통의 의도를 의심해왔다. 경제를 중심으로 양안관계를 진전시켰지만, 대만의 주권을 팔아넘겨 중국으로 '흡수 통일'을 가속화한다는 비판을 가했다.
작년 봄 중국과의 서비스 자유무역협정을 국민당이 강행 통과시킨 데 반대하는 대학생들이 입법원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장기농성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국민당의 실정이 겹치면서 마 총통의 지지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은 지금까지 활기 넘치는 대륙 경제에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특권을 대만에 부여하면서 중국 고도성장의 수혜를 누리게 했다.
이미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성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게확실한 만큼, 대만으로선 주변국에 비해 우월적인 지위를 쉽사리 높기 싫은 것이 내심이다.
사실 중국이 과거 여러 차례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모두 역효과를 냈다.
1996년 중국과 대만의 '양국론'을 주창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하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의 당선을 저지하려고 중국군은 대만 주요한 부근 해역에 탄도 미사일을 쏘았다.
당장 미국 항공모함이 출동하는 등 대만해협에 전운이 감도는 속에서 시행한 선거에서 리덩후이의 압승이었다.
2000년에는 중국 주룽지(朱鎔基) 당시 총리가 '일변일국'(一邊一國)으로 역시 '하나의 중국'을 무시한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에 투표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위협했으나, 오히려 천수이볜의 당선을 도왔을 뿐이다.
강경책이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온 쓰라린 경험을 가진 중국은 '양안 정상회담'을 통해 '하나의 중국'에서 떠나지 않으면 지금 이상으로 대만의 정치적 입장을 존중하면서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대만에 안겨주겠다는 카드를 내밀었다.
아울러 중국은 양안 관계 회복의 시발점인 '92공식'을 저버리면 대만이 '중국의 성장열차'에서 계속 특혜를 향유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주석이 대선에 승리하면 대중관계에 나서겠다고 운을 떼긴 했지만 당 정체성 탓에 선뜻 '92공식'을 계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1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마 총통이 제시한 양안정상회담 '정례화'는 커녕, 2008년 재개한 교류창구 간 톱회담과 주무장관급 대화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대체적이다.
당연히 민진당을 선택할 경우 '양안교류 경색'이라는 닥쳐올 현실로 대만 민심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천수이볜 민진당 정권 8년간 중국의 공세로 대만의 외교적 고립이 한층 심해졌고,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의 대중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상대적 중국시장에서 밀려난 기억이 있다.
양안 정상회담이 전격 발표됐을 때 대만 여야당의 대선후보 지지율에는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양안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선 대만 주민의 80% 가까이가 찬성했다.
대만의 현상유지파를 겨냥한 중국의 양안대좌 카드가 벌써부터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증좌라는 지적이 많다. 약발이 제한적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국민당이 이번 일을 발판으로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하면 지지율이 점차 상승세를 보이면서 민진당과의 격차를 좁혀나갈 것으로 점쳐진다.
민진당으로선 국민당의 실책과 대중 반감의 반사이익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은 만큼 재차 전략을 정비해 맞대응 카드를 내놓지 않으면 역전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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