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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부 경제정책 놓고 ‘온도차’…금융·재정정책 혼선
중국 지도부 안에서 최근 들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거시정책을 둘러싸고 다른 시각을 보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어 주목을 사고 있다.
관행적으로 중국 지도부에서 경제 분야는 총리가 총괄적으로 관장하고 국가주석이 정치와 국방, 사상 등 다른 부문을 맡아왔다.
하지만 5세대 지도부 들어선 시 주석에 권한이 집중하는 현상을 보이면서 그가 경제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종종 리 총리의 경제정책에 관여함에 따라 내외에 혼선을 빚게 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에 따르면 리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국무원 측에선 대체로 중국 경제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데 비해 시진핑 주석 측근 경제 브레인은 이런 인식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리 총리의 국무원에선 경기와 고용의 안정을 중시하지만, 시 주석 측은 구조개혁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갈리고 있다.
이런 경제노선 다툼은 내년 가을 개최하는 제19차 당 대회에서 있을 최고 지도부 정치국 상무위 개편 때 시 주석과 리 총리를 제외한 5명이 퇴진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 시 주석은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간 정치적 타협으로 리 총리를 제치고 당 총서기에 오르면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구성에선 리 총리에 유리한 인선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채 척결과 군부 숙정 등으로 권력 기반을 다진 시 주석은 리 총리의 경제 권한까지 잠식하면서 생긴 자신감을 19차 당 대회에서 발휘, 정치국 상무위원 개편 때 자신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판을 짜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과 리 총리가 경제정책을 놓고 벌인 힘겨루기는 지난 9일 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실린 익명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인민일보는 '권위 있는 인사'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게재했는데 대부분이 리 총리가 이끄는 국무원의 견해와는 달랐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권위 있는 인사'는 시 주석의 경제 브레인으로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류허(劉鶴) 당중앙 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과 그 주변이라는 것이 중국에선 정설이다.
중국 경제의 현황에 대해 리 총리 측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이 3분기 연속 감속했지만 3월만 놓고 볼 때는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했다고 진단했다.
국무원 국가발전개혁위 자오천신(趙辰盺) 대변인은 "2016년이 기세 좋게 출발했다(開門紅)", 국가통계국 성라이윈(盛來運) 대변인도 "선행에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이 급등하는 U자와 V자형이 기대된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권위 있는 인사'는 "내재한 본연의 모순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세 좋은 출발'이라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국무원 입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더해 중국 경제 선행은 "U자와 V자는커녕 장기침체를 보이는 L자형이 이어질 것"이라고 '권위 있는 인사'는 정반대로 진단했다.
실제로 산업생산 등 4월 경제지표는 악화했으나 중국 정부는 공식 사이트를 통해 "4월이 작년보다 거래일이 하루 적기에 사실상 1~3월처럼 안정 기조에 있다고 재차 반박했다.
금리와 은행 예금준비율 정책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작년부터 올봄에 걸쳐 금리와 지준율을 여러 차례 인하했다.
이에 '권위 있는 인사'는 "채무를 팽창시키는 높은 레버리지(위험 수단)로 환율과 주식, 채권, 부동산과 은행대출 리스크가 올라가고 있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아울러 "통제 불능 상태가 되면 금융위기를 일으켜 마이너스 성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리 총리는 지난 16일 직접 나서 "채무 수준이 컨트럴할 수 있는 정도"라고 반박했다.
재정출동에서도 '권위 있는 인사'는 "선심성으로 경제에 임시방편의 부양책을 실시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9일 "지난 수년간 경제 하방압력에 직면했어도 지나친 경기부양책을 쓴 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양측의 엇갈린 시선은 과잉생산 능력을 감축하는 '공급측 구조 개혁'에서도 드러난다. '권위 있는 인사'는 "질 수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근본적인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무원 쪽은 구조 개혁을 착실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기에 영향을 주거나 고용 악화로 이어지는 것에도 최대한 신경을 써야한다는 입장이다.
시 주석의 경제 인식을 대변하는 '권위 있는 인사'의 인터뷰 후 중국인민은행이 13일 4월 기업과 가계의 자금조달액이 전달보다 대폭 감소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리 총리의 국무원 경제정책이 바뀌었다는 억측이 제기됐다.
인민은행은 다음날 "지방정부의 융자를 채권으로 차환하는 특별한 요인 때문"이라고 했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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