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nsées] 시작은 오키노토리시마에서
2016년 7월 12일 헤이그 상설 중중재판소(PCA)의 남중국해 판결로 부각된 중국의 남중국해국경선 '구단선(九段線)'을 필자가 처음 접한 때는 한중수교 다음해 특파원으로 베이징에 부임하면서였다.
사무실에 중국어로 지명이 표기된 대형 중국 전도를 구입하여 사무실 뒷벽에 붙여 놓았다. 첫눈부터 눈길을 잡아 끈 부분은 남중국해였다.
굵직한 단락이 끊어진 선인 남중국해 주변 섬 국가들, 필리핀, 말레이시아 그리고 인도네시아 등과 인도차이나 반도 베트남과의 해상 국경선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를 9개의 선으로 '구단선'으로 부른다는 사실은 그때는 몰랐다. 굵직한 분절선은 만삭 임산부의 불룩한 배처럼 또는 캥거루의 아기 주머니 같이 불룩 튀어나와 남중국해 거의 전역을 포함하고 있었다.
경계선을 사이로 색깔이 달랐다. 중국 대륙 쪽은 아주 진했고 그 바깥은 무척 엷었다. 그 선과 주변 도서 국가의 해안선은 조금 멀리 떨어져 보면 거의 붙어 있었다. 베트남 해안선 앞에 바다를 역시 인색하게 허용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세계 전도와 너무 다르고 기형적 인상의 그 중국 전도를 보고 문득 머리에 스친 생각은 아주 오래 전 우리나라 라디오 다큐멘터리 드라마에서 들은 마오쩌둥(毛澤東) 말이었다.
마오는 보좌관에게 한반도 전체를 집어넣은 중국 국경선을 그려 놓으라고 지시했다. 청조 말기 러시아 영토로 빼앗긴 연해주 일대 그리고 인도와의 접경 지역과 베트남을 포함한 인도차이나 반도 일대, 남중국해 전역을 중국 국경선 안쪽으로 집어넣으라는 말도 했다.
1993년 내가 본 중국어 지도에는 중국 국경선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지나고 있었으나 남중국해에서 국경선은 다큐멘터리 드라마처럼 마오의 '자존망대(自尊妄大)'를 견지하고 있었다.
'마오의 자존망대' 근거는 남중국해 산호초에서 발견되는 중국 도자기 파편들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의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자존망대하기로 따지면 마오에 결코 뒤지지 않는 프랑스 샤를 드골이 "대서양에서 우랄산맥까지"라며 프랑스의 영광을 외쳤을 때 그 근거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일 것이다. 마오의 시대착오적 몽유병 증상은 시대를 달리한 중화제국 최전성기의 영역을 짜깁기하고 있다.
드골이 역사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면서 '우랄산맥'도 함께 퇴장했다. 그러나 마오가 진시황부터 시작한 '황제의 명예 전당' 한 자리를 차지한 뒤에도 '구단선'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그런데 마오의 호언 배경이 도자기 조각이라면 너무 빈약하고 초라하다. 그랬음일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중국은 명나라 초기 ‘정화의 원정’을 역사의 묵은 창고에서 끄집어냈다.
역사적 근거 제시에 격은 맞추었으나 현재의 국제무대에서 그것으로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할 수는 없다.
그래서 '구단선'은 '중화주의 나르시시즘‘으로 치부됐다.
마오의 중화인민공화국 해상 국경선 '구단선'이 실상 장제스의 중화민국 해상 국경선 '11단 선'을 승계한 것에서 보듯 두 앙숙은 '하나의 중국' 개념과 마찬가지로 이 점에서도 의견이 일치했다.
미국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진지하게 문제 삼기 시작한 계기는 중국이 남중국해 내 산호초에 인공섬을 만들면서부터다. 인공섬을 유인도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국제 해양법 상의 섬으로 굳힌다면 중국의 '구단선 내해'는 지금까지 웃음거리로 여겼던 중화주의 나르시시즘의 차원을 넘어선다.
대양국가 미국의 급소를 겨냥한 대륙국가의 비수가 될 수밖에 없는 인공섬 아이디어를 제공한 쪽은 다름 아닌 일본이었다.
중국에게 일본 '오키노도리시마(沖ノ鳥島) 프로젝트'는 활로의 묘수였다. 아마 중국 전략가들은 무릎을 쳤을 것이다. 서양 버전으로 '유레카'이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심봤다'이다.
오키노토리시마는 북위 20도 25분, 동경 136도 05분). 북회귀선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서태평양 상 산호초로 대만섬과 홍콩보다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하와이 제도의 하와이 본섬 북부와 위도가 같다. 주변 100km 이내에 어떠한 섬도 없는 절해의 산호초다. 일본 수도 도쿄(東京)로부터 1,740km 떨어졌다.
그런데 일본은 이를 기선으로 하여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설정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EEZ 면적은 일본 국토 면적(38만㎢)보다 넓은 40만㎢(일부에서는 43만㎢)이다.
오키노토리시마는 타원형의 고리 모양 산호초로 간조 때 동서 약 4.5㎞, 남북 1.7㎞(섬 둘레 11km, 산호초 내 수심 3~5m)가 되지만, 만조 시에는 가로 2m, 세로 5m에 높이 70cm 정도로 2인용 침대 크기 두개의 바위만 남는다.
일본은 이를 '시마(島)'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상식적 시각에서 보면 순전히 억지다. ‘난징 대학살’과 종군 위안부 문제에서 보듯 국제무대에서 얼굴 두껍기로 유명한 일본이었지만 이를 의식했다
그래서 일본은 1987년 11월 26일부터 1989년 11월 4일까지 바위 주변에 철제블록을 이용, 지름 50m 원형벽을 쌓아올리고 그 내부에 콘크리트를 부어 파도에 깎이는 것을 막았다. 이 공사와 사후 관리를 위해 일본 정부는 300억엔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더 나아가 암초 주변을 매립하여 제트기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도 만들어 해양리조트를 건설할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한편 일본열도에서 이보다 더 떨어진 미나미토리시마(南鳥島)란 작은 암초에도 역시 보호 조치를 취하였다. 일본의 최남단에 위치해 있다.
 ◆오키노토리지마의 위치(일본해는 동해임).
◆오키노토리시마의 간조 시 전경.
◆오키노토리시마 구조물과 그 위치
중국은 이를 ‘섬’이 아닌 ‘바위(岩)’에 불과하다며 이를 기선으로 한 EEZ 설정을 인정하지 않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남중국해 산호초들을 인공섬으로 만들면서 되치기를 했다.
중국의 '인공섬 만들기'는 순식간에 일본을 추월했다. 일본의 '인공섬 프로젝트'가 '오키노토리시마 플러스 원 정도인데 중국은 9개를 넘어 12개라는 주장도 있다.
▶[凸透镜] 남중국해 인공섬...해상 만리장성 2006/07/08 05:32
등대, 활주로와 9층 높이 대형 건물을 세웠고 2014년부터는 박격 포대와 레이더망 설치 등군사시설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인공섬에 문제 제기하여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기초를 허물어뜨린 나라는 필리핀이다. 재판관 만장일치 판결의 재판장은 일본인이었다. 그 판결이 공정한 잣대로 적용된다면 일본이 공들여 구축해온 '오키노토리시마 프로젝트‘도 무너뜨린 셈이다.
그러나 일본의 답변은 준비돼 있다. “남중국해 구단선은 불륜이고 오키노토리시마는 로맨스”라는. < 盲瞰圖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