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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天後事-1월1일] 2017년 ‘백지’에 어떤 미중 관계를
[今天後事-1월1일] 2017년 ‘백지(白紙)’에 어떤 미중관계 그려질까
한국일보는 2000년 1월 1일자 첫 면을 아무런 기사도 싣지 않고 완전 백지(白紙)로 냈다.
제호와 하단 광고가 신문의 1면임을 알려줄 뿐 단 한줄의 기사도 사진도 없는 하얀 백지였다.
한 세기가 가고 다른 한 세기가 시작하는, 아니 새 밀레니엄 즉 새로운 천년이 첫발을 딛는 경계점을 막 넘어선 뒤 첫호 첫 면의 이 파격적인 편집을 두고 편집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백화제방 의미 부여가 쏟아졌다.
아이디어를 낸 1면 편집자도 편집국장에서부터 초년병 기자까지 각자의 '꽃'을 피워냈다.
편집국에 막 배달된 잉크 냄새 풀풀한 따끈따끈한 그 신문의 백지 표지를 처음 보고 나도 모르게 "억" 하는 찬탄을 터뜨린뒤 "우리는 한 치 앞의 미래를 미리 알 수 없다"는 고백(告白)이라고 '내 자신의 꽃'을 피웠다.
2017년 첫 날이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밝았다. 우리는 또 우리가 '백지'에 직면하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러한 때에 문득 떠오르는 것은 사마천의 경구다.
"옛일을 잊지말라. 다가올 미래의 스승이 될터이니(前事不忘 後事之師)."
사마천의 이 말은 '백지' 위에 아주 굵직한 흔적을 남기는 위치있는 제왕들 요즘으로 말하자면 정치 지도자들에게 역사를 살피라는 충고다. 이런 충고에 귀 기울리고 철저히 실천한 중국의 대표적 정치 지도자는 마오쩌둥이고 덩샤오핑이었다.
그러나 사마천의 이 경구는 새뉴스를 전하고 분석 평가하는 한편 '백지 후사'를 이리저리 그려보지 않을 수 없는 숙명을 감수해야 하는 기자들도 새겨야 할 말이다.
사마천의 경구를 의식하면서 2017년 미중 관계의 한 굵직한 아우트라인을 살펴보자.
도널드 트럼프는 20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다.
트럼프는 선거전 와중에서 중국 수입제품에 대해 일괄적으로 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말도 했다.
취임을 앞두고 발표한 트럼프 행정부의 첫 진용 인사들은 대중 강경파 일색이었다. 화장실 들어 갈때와 들어 간 이후가 크게 변했다는 인상은 아직은 없다.
그러나 당선 이후 트럼프가 당선 이전보다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트럼프가 지난달 2일 ' 투차이나' 카드를 던진 사실이다.
트럼프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10분 통화는 1979년 미국과 대만이 미중 수교에 따른 단교 이후 첫 전화 접촉이었다.
트럼프는 이른바 트위터 메시지 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얽매이지는 않겠다고 덧붙여 중국 지도부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다가 곧바로 뒤집어 놓는 식으로 들었다 놓았다 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이달 중순 중남미 수교국을 순방하러 가고 오가는 도중에 미국을 경유한다.
대만 당국은 첫 '투 차이나' 포퍼먼스 직후에는 뉴욕을 경유지로 하지 않겠다고 '2차 투 차이나 업그레이드 퍼포먼스'의 가능성을 일단 배제하는 모양새였으나 트럼프가 이와 관련 고도의 전략적 모호성을 보이자 뉴욕 경유 여부에 NCMD의 자세로 돌아섰다.
이에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항공모함 전단이 '제1 열도선'을 돌파하여 서태평양에서 훈련을 실시한 뒤 대만 섬을 근접 항진하여 남 중국해로 갔다
시진핑은 신년들어 영토 주권과 해상 권익 절대 수호를 천명했다. 아울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라는 내용의 축전을 주고 받았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시진핑의 '러시아 카드' 응수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은 새해 들어서자마자 같은 레일 위를 마주 달릴 기세다.
하지만 16년 전 '전사(前事)'를 살필 필요가 있다.
이해 1월 콜린 파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첫 국무장관 지명자는 이임하는 리자오싱(李肇星) 주미 중국 대사와 접견한 자리에서 중국의 인권문제를 거론했으며 다음 달 청문회에서는 중국이 '동반자'가 아닌 '라이벌'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해 4월 1일 미국 정보기가 중국 전투기와 충돌하고서 하이난다오 불시착 문제가 터지면서 양국 대립구도가 삐끗거리기 시작했다.
부시 행정부는 승무원과 기체 송환을 위해 주고받기 식 협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전환의 결정적인 계기는 이해 9월 11일의 뉴욕 쌍둥이 빌딩을 녹아 내리게 한 알카에다의 테러였다.
미국 측은 테러 직후 있은 중국과의 회담 테이블에서 "문명국 들로서 상호 협력"을 호소했다.
'라이벌 관계'가 '문명 동반자 관계'로 전환한 순간이었다.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지 채 10개월도 지나지 않은 때였다.
1950년 1월로 돌아가 보자.
이달 1월 12일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은 대만 섬과 한반도를 미국 방위선에서 제외한 이른 바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다.
이는 공산 중국의 대만 접수를 미국이 방해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추파였다. 공산 중국과 손을 잡아 서유럽을 위협하는 소련을 묶어두기 위한 '하나의 중국' 카드였다.
그렇지만 이해 말 미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은 한반도에서 제로섬의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연초와 연말이 극과 극으로 달라진 미중의 전략 상황 이었다. 이해 2월 14일 소련은 공산 중국에 만주를 확실하게 넘겨주었고 6월에북한에 남침하도록 하였다.
6월 25일 북한이 남침하자 미국 제7함대가 대만해협으로 즉각 출동했고 미군은 애치슨 라인을 넘어서 한국전에 개입했다.
10월 초 한국군과 미군이 38선을 돌파하여 압록강 한만 국경선으로 다가가자 같은 달 19일 중공군의 한국전 개입이 이루어졌다.
미군은 두달 뒤 12월 영광의 철수이기는 하나 군사적으로는 참담한 패배인 흥남 철수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다시 한반도 중앙의 수 도 서울을 공산군에 내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역시 1950년의 중미전략적 관계는 연초와 연말이 극과 극의 대척점 위치에 놓였다.
2001년이 냉탕에서 시작했다가 온탕으로 갔다면 1950년에는 훈풍이 불다가 삭풍으로 급변했다.
그러니 2017년 미중관계는 '백지'다.
'전사불망 후사지사(前事不忘 後事之師).'
<盲瞰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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