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天動向-1월11일] 반도의 지정학적 Bat 외교 응웬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12일부터 15일까지 중국을 방문한다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9일 발표했다. 이 뉴스를 접하면서 중국의 '연형(連衡) 외교'와 베트남의 ' 박쥐 외교'의 절묘한 적기 합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미 지난해 12월 1월12일부터 16일까지 호주를 시작으로 베트남,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를 순방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중국 외교부가 응웬 베트남 서기장의 중국 방문을 공식 발표한 이틀 뒤인 11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아베의 순방 일정을 앞서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공표했다. 순방 기간이 12일에서 17일까지로 하루 늘었고 코스도 호주,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순에서 필리핀, 호주, 인도네시아 그리고 베트남 순으로 바뀐 것이다. 앞서 호주에서 시작해 인도네시아가 마지막 방문국이었고 베트남은 두 번째 방문국이었다. 하지만 스가 관방장관의 발표에는 베트남이 마지막 방문국이며 따라서 일정이 하루 더 는 마지막 날인 17일에 베트남을 떠나 순방 일정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으로 되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표 후 이틀간 일본이 외교력을 총동원 하여 일정을 재조정한 것이 분명하다. 관방장관이 방문 일정을 직접 발표한 것만 봐도 그렇다. 이전 보도된 대로 아베가 4개국을 순방했다면 베트남 최고 지도자는 만나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아베는 지난해 12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가졌다. 푸틴과는 고향인 야마구치 현과 수도인 도쿄에서, 오바마와는 하와이 진주만에서 만났다. 의미 있는 장소였고 여러 뜻을 담은 함축성이 있는 시기에 러시아와 미국의 정상과 잇달아 대면한 바로 그 다음 달인 1월 중국의 해양 굴기에 대단히 불편한 속내를 가진 중국 인접 4개국을 방문한 것은 대 중국 합종선을 긋는 순방이었다. 이전 알려진 대로 아베는 13일과 14일 베트남을 방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베트남의 권력 서열 1위인 응웬 푸 쫑 서기장과는 만날 수 없다. 아마 그는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 당 총서기 겸 국가 주석과 우호의 건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베는 대신 권역 서열 2위인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회담할 것이다. 베트남에서도 총리는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실권을 보유한 실세 행정 수반이지만 아무래도 모양새가 중시되는 외교에서 어쨌든 '꿩 대신 닭'임은 분명하니 조금 떨떠름한 기분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베트남은 아세안과 대양주 국가 가운데 중국과 가장 심각하고 격렬한 충돌을 벌이는 국가이다. 따라서 아베의 합종선 긋기 순방에서 가장 핵심적인 베트남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당서기장을 대면하지 않는 것은 옛 소련에서 코시킨 수상과 회담을 하고 브레즈네프 서기장과는 만나지 못한 것처럼 그 순방의 의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베트남에게 중국은 최대 교역국이다. 따라서 두 마리 토끼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베트남의 계산이 읽힌다. 중국은 미국의 노골적인 지원 아래 합종 전략을 구현하려는 아베에 대항, 베트남 응웬 푸 쫑을 앞세워 연형 전략으로 맞대응하려는 심산이었다. 일본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베트남은 아베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원래의 두 마리 토끼잡기는 이미 실현됐다. 여기에 이미 일본으로부터 '선불로' 추가적인 지원을 약속 받았을 수도 있다.중국도 베트남에게 더 많은 지원과 양보를 해야 할 처지다. 반도국가 베트남은 이솝 우화의 뭍 동물과 바다 동물간의 싸움 와중에서 박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화에서 박쥐는 비난받는 신세로 양자 모두에게 버림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에서는 이 경우처럼 양측 모두로부터 톡톡히 실리를 챙기는 경우가 없지 않다. 그러니 베트남 입장에서는 자신이 펼치는 외교가 어감이 거북살스런 '박쥐' 보다는 '배트맨(Bat Man)' 외교로 불리고 싶을 것이다.한반도 역시 반도이다. 1960년대 초 북한 김일성은 미소 냉전 못지않았던 아니 국경을 마주대하면서 군사충돌 가능성이 더 컸던 중소 이념 분쟁 당시 불과 1주일 사이에 소련과 중국을 넘나들며 양국 모두와 군사동맹조약을 체결했다. 한반도 남쪽 즉 대한민국에서도 갑의 입장에서 G2를 주도적으로 다루는 외교를 펼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9월 초 중국 베이징 중심 천안문 망루에 서서 시진핑과 함께 인민해방군을 사열했다. 미국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그렇지만 불과 10개월 뒤인 2016년 7월 초에는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여 저지하기 위해 외교력을 쏟아 부었던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했다. 북한 김정은의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중국이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자 '미키 마우스' 자세를 한순간에 버리고 날개를 펼치며 '배트 레이디'로 표변한 것이다. 중국 대륙과 바다를 면한 인천에서 시장을 역임한 송영길 의원 등 최근 더불어 민주당의 의원단이 중국을 방문, 왕이(王毅) 외교 부장 등 중국 측 외교 관계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의 김관진 안보실장은 미국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안보 실세들과 접촉했다. '배트 레이디'는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청와대 울안에 갇혀있으나 '배트 디플로머시'는 적과 수하 최측근에 의해 역할 분담 합작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보이지 않는 외교의 손'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륙의 혹'과 '미완성의 섬'으로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 모두로부터 폄하되기도 하는 반도는 스스로의 힘이 없는 경우에는 양 세력에게서 막심한 피해를 입어야 한다. 과거에는 그랬다.그러나 스스로의 힘을 갖고 있는 가운데 자신의 지정학적 위상을 적절히 잘 활용하면 양쪽에서 이익을 착실하게 취할 수도 있다. 현재 그런 도전이 베트남과 우리에게 던져졌다. <盲瞰圖子 >

▶ 2017/01/11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