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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天動向-2월1일]아베·두테르테 복잡한 對트럼프 응수
“냉전 시대가 외교하기 좋았다. 우리 쪽 진영이든 상대 진영이든 일사불란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 인터뷰에서 미국 국무부 고위 관리를 지낸 소넨펠트가 털어놓은 속내다.
헬무트 소넨펠트는 헨리 키신저가 리처드 닉슨 제2기 행정부 국무장관으로 지명됐을 때 국무부가 가장 먼저 키신저 곁으로 보낸 인물이었다. 그는 키신저와 마찬가지로 유대계이며 국무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닉슨 1기 행정부 기간 하버드대 교수 출신 키신저는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베트남전 파리협상, 중동 셔틀외교 그리고 미중화해 외교를 화려하게 펼치며 국무부를 '고무도장'으로 그 수장 로저스를 바람잡이 역으로 만든 인물이었다. 국무부로서는 '원수가 수장으로 오게 되자 그를 오리엔테이션하기 위해 가리고 가려 뽑은 '물건'이 소넨펠트이다.
존스 홉킨스대학을 나온 소넨펠트는 국무부에서 소련 및 동구(東歐) 연구분석실장을 지냈으며 국가안보회의(NSC ) 상임위원을 역임했고 브루킹스 연구소 초빙학자로 활약했다.
소넨펠트의 푸념이 나온 때는 소련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등장, 글라스노스트와 페레스트로이카를 앞세우며 '소련의 키신저'로서 미국 외교 대본영을 곤혹스럽게 만들던 시기였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2017년 세계 외교가는 소넨펠트처럼 푸념을 하고 있지 않을까.
도널드 트럼프라는 '아웃사이더'가 미국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키신저 쇼크'와 '고르비 충격'과 같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취임 보름도 되지 않아 '오바마 케어' 중단,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TPPA) 가입 철회, 북미 자유무역협정 (NAFTA ) 재협상 선언, 미-멕시코 장벽 설치 즉각 개시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 이슬람 7개국 입국 비자 잠정 중단 등 하나 하나 충격적인 조치를 쏟아냈다.
이들 조치는 행정명령을 통해 대단히 신속하게 실시됐는데 이는 박정희 대통령 유신 집권 시대의 '긴급 조치'를 연상시킨다.
"어어어 ......" 하던 미국과 세계는 트럼프가 테러방지 선제 조치란 명목으로 이슬람 7개국 입국비자 90일 간 잠정 중단 조치를 취하자 마침내 신음 소리를 넘어 분노와 증오의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세계는 복잡계 속으로 빠져 들었다. 소넨펠트의 30여년 전 푸념처럼 '옛날이 아니 3개월 전이 좋았어'라는 심정이겠으나 그렇다고 '못해 먹겠다'라고 할 수는 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대응은 방향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다.
아베는 지난달 30일 의회에 출석, 오는 10일 열리는 트럼프와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일동맹을 세계에 과시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일본 자동차 시장이 불공정하다고 말한 데는 이해를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문제에 관해서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도 세계를 들끓게 하는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 잠정 중단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 야당 측 반발을 샀다.
미국사회가 두 쪽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경제-인권 분리인지 아니면 트럼프식 인권관에 대한 묵시적 동조인지에 '전략적 모호성'을 택한 것이다.
아베는 트럼프 취임에 앞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호주 그리고 베트남을 순방하면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미국을 대신해 '스캐터 카퍼(Scatter copper)' 역할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을 경제적으로 견제하기 위해 어렵사리 구축한 TPP 탈퇴를 선언했다. 일본으로서는 뒤통수 맞은 격이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일 관계는 로널드 레이건과 나카소네 야스히로 간 ‘론-야스’ 밀월시대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도리어 리처드 닉슨과 사토 에이사꾸 말기의 일미 관계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닉슨은 동맹국 일본을 완전히 따돌리고, 직전까지 공동의 적 공산중국과 화해시대를 열어나갔다. 당시 이를 풍자하듯 닉슨과 사토가 낙조를 바라보는 시사만화 컷이 실렸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30일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무효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자정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엄포를 놓았는데 그 이유란 것이 서일필 태산명동(鼠一匹 泰山鳴動) 식이었다. 미국이 필리핀 동의없이 탄약을 저장하는 시설을 만들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미국과 필리핀은 한국전이 한창이던 1951년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다. 필리핀은 1950년 1월 일본 열도와 오키나와와 더불어 애치슨라인 안쪽에 들어 있었다.
한국 이승만 대통령이 반공포로 석방으로 휴전회담의 판을 깨뜨릴 수도 있는 초강수를 단행한 뒤에야 얻어낼 수 있었던 방위조약을 필리핀은 쉽게 얻어냈다. 그처럼 강력한 안전판을 아주 쉽게 얻어냈기에 이처럼 가볍게 웃음거리로 만드는 것일까.
트럼프와 날선 각을 세운 듯이 보였던 두테르테는 곧바로 손을 내밀었다. 바로 다음날 트럼프가 이슬람 7 개국 국민의 입국을 테러 위험을 이유로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자 세계 각국 지도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지지를 표명했다 .
대통령 당선 후 공약한 대로 마약사범에 대한 무관용 처단 조치로 오바마 행정부와 인권 갈등을 빚었던 두테르테로서는 당연한 입장 표명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스윙'의 속도가 광속처럼 빠르다. 두테르테의 입장은 도대체 뭐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헷갈리게 하고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것이 두테르테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인지도 모른다.
전략적 모호성을 극대화 하면서 중국의 연형전략과 미일의 합종전략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며 교묘한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도 아베도 그리고 두테르테도 또 다른 세계의 모든 지도
자들도 소넨펠트의 심정일 것이다. 아 옛날이여.
<盲瞰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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