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今天動向-3월6일] 2017년의 사드 1950년의 압록강 중국과 중국인을 두고는 상반된 시각이 있다. 좁쌀 안목이 아닌 거시적 시야로 사태를 바라보고 처리하는 대륙적이고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서도 느긋하다는 ‘만만디’라는 호의적 평가가 있는 반면 소아병적 갑질 근성의 오만한 대국과 ‘불난 호떡집’이란 부정적 평가도 더불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지난달 27일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부지가 국방부와 롯데그룹 간 합의로 결정이 이루어지자 중국에서는 거센 반발과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보복 조치 역시 잇달아 취했다. 사드 부지 확정으로 사드 배치가 올 상반기 중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중국은 '불이 난 호떡집'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는 당일 강력히 경고했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다음날 사설과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구태여 다시 확인하자면 사드는 공격용 미사일이 아니라 방어무기 체계다. 이런 방어 체계 배치를 두고 인민일보는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사드가 북한은 물론 중국까지 감시하여 중국의 전략적 이해를 손상한다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문제 제기를 하던 중국이었다. 그러던 중국이 사드를 파괴하겠다고 길길이 날뛰었던 북한의 적반하장식 위협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차기 정권 이후에도 한중 관계가 회복될 수 없다며 한국 정부가 멍텅구리 짓을 했다고 비평했다. 심지어 인민일보의 소셜 미디어 매체인 '협객도'에서는 사드 배치가 이루어지면 '준(準) 단교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협박성 주장까지 나왔다. 현재 중국 외교부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로 북한 핵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가 주한대사로 있을 때 "단교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 운운하여 한국 조야를 경악하게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티베트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한국 방문 허용 여부를 놓고 한중이 신경전을 벌일 때였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에서 "위안스카이를 연상시킨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위안스카이는 갑신정변(1884년) 이후부터 청일전쟁(1차 년도인 1894년)까지 마치 '총독'처럼 조선 내정에 간섭하며 국왕 고종에까지 오만방자하게 군림하던 인물이다. 중국대사의 몰 외교적 발언에 우리나라의 여론은 이처럼 들끓었으나 그 이후 달라이 라마의 방한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일본도 심지어 대만도 방문한 달라이 라마는 유독 한국을 아직까지도 찾지 못한다. 중국은 사드 사태가 그들 뜻대로 풀리지 않자 한국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일차 학습한 '단교 운운 협박'을 당 기관지의 소셜 미디어 매체를 통해 일단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말에만 그치지 않았다. 한국 여행 티켓 판매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는가 하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제품에 대한 통관을 거부하기도 했다. 언론 매체를 통해 “롯데는 중국에서 떠나라”하면서도 당국자는 중국 소비자가 결정할 문제라고 짐짓 섬나라가 아닌 대륙의 큰 나라의 티를 내 보이고 있지만 소아병적 갑질 행태다. 중국 외교부 수뇌부는 최근 사드 문제와 관련 '만만디'가 아닌 '콰이콰이디(快快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노골적으로 사전 추파를 보냈던 힐러리 클린턴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역시 노골적으로 보였던 숨 가쁜 '체인징 파트너' 스텝을 연상시킨다.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은 1일 워싱턴으로 날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수뇌부와 두루 접촉했다. 백악관에서 트럼프와도 잠간 대면했다. 미중 정상회담과 남중국해 문제, 환율조작 갈등 등 양국 현안이 논의 됐겠지만 미국 방문 핵 심 목적은 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트럼프 행정부의 속내 떠보기였을 것이다. 갓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 문제에 관해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양제츠는 '아들 부시'가 2000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주미 대사에 발탁된 인물이다. 중국에서는 서열을 몇 단계 뛰어 넘는 발탁을 두고 '직승기(直昇機) 인사', 즉 '헬리콥터 인사'로 부른다. 직승기 인사를 뛰어넘는 초파격적인 발탁을 두고는 '화전(火箭) 상승' , 즉 '로켓 상승'으로 부르는데 당시 양제츠가 여기에 해당됐다. 그의 전임자 리자오싱은 양제츠보다 무려 10살 연상이다. 양제츠는 부시 가문을 비롯하여 미국 지도층과의 스킨십이 가장 깊고 넓은 현 중국 최고의 미국통이다. 왕이 외교부장이 앞서 G20 외무장관 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졌음에도 양제츠가 워싱턴으로 직접 날아간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속내를 파악할 필요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왕이는 주일 대사 경력의 일본통이고 틸러슨은 엑손모빌 회장 출신으로 외교에 관해서는 아직 견습 단계다 사드 배치가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중국은 느긋한 자세를 취할 수 없었다. 트럼프 당선 얼마 안 되어 '타이완 카드'로 혼쭐이 난 중국 지도부로서는 양제츠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외교 전략 이너서클과 스킨십이 필요했던 것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양제츠가 워싱턴에 도착한 날 북한 외무성 부상과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중국의 초청에 북한이 호응한 형식이다. 북중 외교 고위 접촉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북한의 주요 외화 가득원인 북한산 석탄 수입을 올해 말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한 것은 지난달 19일이었다. 북한이 중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한지 1주일 만의 보복 조치였다. 전례 없는 중국의 '콰이콰이디' 보복 조치는 중국이 후견해온 김정남의 암살사건이 미사일 발사 바로 하루 뒤에 벌어졌기 때문이다. 김정남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이다.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수도에 위치한 쿠알라룸푸르 공항 구내에서 북한이 고용한 베트남 국적과 인도네시아 국적의 2명의 여성에 의해 화학무기 VX로 살해당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대사관 외교관과 북한 국영 고려항공사 직원, 북한에서 파견한 4명의 공작원이 암살을 배후 조종한 것으로 발표했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허를 찔려 '소중하게 보호하던 '기화(奇貨)'를 파괴당한 셈이다. 중국의 신속한 대북 보복 조치와 북한이 중국의 석탄 수입 중단 조치에 적반하장식 반발이 교차하여 북중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에서 북중 외교수뇌가 만난 것은 이해관계가 합치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부상으로 격을 낮추면서 가까스로 자존심을 지키며 베이징으로 달려가지 않을 수 없던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외화가득 파이프 라인 중 가장 큰 것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다름 아닌 사드 배치 문제다. 왕이는 G20 회담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사드 배치를 늦추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사드 부지 결정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함으로써 우회적인 거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에 자신의 대응수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북한 외무성 부상을 베이징으로 불러 올린 것이다. 중국도 다급하고 북한도 역시 체면불구 처지였다. '북중동주(北中同舟)'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회담 뒤 발표에서 석탄 교역 문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숨통을 열어 줄 다른 방안에 대한 약속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왕이는 북중 우호를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메커니즘의 정착을 위한 양국 간 소통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이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회담하기 하루 전인 2월28일 중러 외무 차관 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렸다.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와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한반도 관련 당사국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자제를 촉구하고 북한 핵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면서 회담 재개 요구 등 스테레오 타이프적인 말을 늘어놓았지만 핵심은 사드 배치 반대였다. 중러 양국은 사드 배치가 양국의 전략적 이해를 해치며 지역 안정을 무너뜨린다고 확인했다. 하루 사이에 중러, 북중 외교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렸고 그 연결 고리는 카운트 단계에 접어든 사드 한반도 배치다. 북중러 삼각축이 베이징에서 사드 고리로 연결되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는 사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지난해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을 고리로 한일 간 불화로 느슨해졌던 한미일 3각 동맹 체제가 조여진 상황에 대응하는 안티테제로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사태 진전은 1950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정세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가. 북한군의 남침이 발생하자 미국 트루먼 행정부는 소련과 갓 출범한 공산 중국이 북한을 고리로 3각 동맹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했다. 미국은 한국전에 참전하면서 한미일을 연계시켜 북중소 3각 동맹 체제의 안티테제로서 한미일 3각 동맹 체제의 틀을 가설했다. 그 이전까지 트루먼 행정부는 서양 국가인 산업국가 소련과 동양의 농업 가 중국이 동일한 이데올로기를 추구하지만 '동과 서는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는 키플링의 말처럼 강한 동맹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런 인식 틀을 갖고 있었기에 한국은 방위선 밖에 두었고 일본에는 군대 보유를 허용하지 않았다. 미군이 인천 상륙작전 성공 이후 38 선을 돌파할 때까지도 중국은 북중소 3각 동맹의 작동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을 침략했던 일본에서 '군복 입은 텐노(天皇))'로 군림해 온 맥아더가 지휘하는 유엔군이 압록강을 향해 진군하자 중국은 중소북 3각 동맹의 주역을 자임, 압록강을 건너 한국전에 개입했다. 마오쩌둥에게 있어 압록강은 모든 다른 동료의 반대를 물리칠 수 있게 하는 '레드라인'이었다. 무엇보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 트루먼이 통제하지 못하는 공화당의 맥아더란 존재가 마오쩌둥으로 하여금 동료의 강한 반대를 물리치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트루먼 행정부의 중국 정책을 비판한 맥아더는 마오 자신이 국공내전 과정에서 소련의 은근한 바람을 묵살하고 양쯔강을 건넜듯이 압록강을 건너 트루먼 행정부의 중국 정책을 뒤엎으려는 야심을 펼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로부터 67년 뒤인 2017년 오늘을 살펴보자. 중국 지도부에게 '사드'는 '압록강'으로 인식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있어 사드는 북한 핵 위협을 방어하려는 방어체계 이상의 의미를 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화당 트럼프 행정부에게 있어 사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한국에 핵무기 보유를 인정할 수 있다고도 말한 바 있다. 북한 핵 정책 검토과정에서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로 올라와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VX를 사용한 문제로 인해 북미 반관반민 접촉이 무산됨으로써 북한 핵 보유 인정 카드는 일단 쓰레기통 안으로 던져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한 번 보였다가 슬쩍 치운 '타이완 카드'의 가공할 위력 이상으로 '북한 핵 보유 인정 카드'가 더욱 두렵다. 북한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반대급부로 한국에 사드 배치를 확대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는 탓이다. 아울러 남한 지역에 25년 전 완전 철거한 핵무기를 재배치할 수도 있다. 북한 핵 인정으로 한국 내에서 핵무기 보유 주장이 강하게 일겠지만 미국의 강한 압박과 핵우산 강화로 한국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다. 일본은 핵에 대한 국민의 강력한 거부감으로 대신 사드 배치를 촘촘히 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중국의 핵 공격 능력은 엄청나게 저하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 인정 카드는 독립 지향의 민진당 정권에 핵 개발 의욕에 불을 댕길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이 북한 핵 보유 인정과 사드 배치확산을 교환함으로써 옛 소련이 로널드 레이건의 스타워즈 전략에 빨려 들어간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중국 경제는 옛소련과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느라 파탄까지는 가지 않겠으나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없다, 대국 굴기의 시간표를 다시 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에 처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사정으로 인해 중국은 그 단초인 사드 한반도 배치에 민감하다. 또한 트럼프의 북한정책이 어떤 것인가에 철저하게 탐색하고 있는 것이다. 마오쩌둥이 맥아더를 경계했듯이 시진핑은 트럼프를 '맥아더'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의 북한 카드패의 한 끝 편에는 '북한 핵 인정'이 있고 그 정반대 편에는 '참수 작전' 실행이 도사리고 있다. 1950년에는 서로의 소통 통로가 없었다. 따라서 서로 치명적인 오해를 범했다. 그렇지만 2017년에는 소통 통로가 많고 더욱이 두 나라는 1950년과는 달리 샴쌍둥이처럼 함께 살고 함께 죽을 가능성이 높게 서로 경제적으로 얽혀져 있는 상태다. 중국은 '사드난제'를 푸는 과정에서 '압록강 도하'의 고민과 유혹에 직면할 것이다. <盲瞰圖子>

▶ 2017/03/06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