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凸透镜]시진핑과 리커창의 ‘가면 무도회’ "눈짓 몸짓 다정해도 믿을 수 없어요. 해가 가고 달이 가면 변할 줄 알았으니까. 만나면 하는 이야기 즐겁긴 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쑥스러운 속삭임 그러니까 당신을 믿을 수 없어요. ...... "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전설의 원로가수 윤복희가 1970년대 유행시킨 가요 가사의 한 대목이다. 동료 차이나워처와 전화 통화하면서 전인대 개막식인 5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정부공작 보고를 발표 한 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옆 좌석으로 가면서 서로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았다는 기사를 화제로 삼았다. "양자의 권력 투쟁이 터지고 말았군. "하니 "그렇긴 한데 오늘 전송된 사진을 보니 둘이 서로 웃으며 이야기한단 말이야......" 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5세대 최고 지도자의 위치를 놓고 일찌감치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리커창이 크게 앞서 나가다가 시진핑이 2006년 3월 중국의 경제수도로 3세대 '핵심' 장쩌민 (江澤民) 전 총서기가 거친 상하이 서기에 오르면서 추월했다. 그리고 결국 2012년 말 5세대의 최고 지도자가 된 인물은 시진핑이였다. 그리고 리커창은 총리가 되었고 권력 서열 2위의 위상을 확보했다. 처음에는 둘이 장쩌민 체제 3기 때의 장쩌민-주룽지( 朱鎔基) 관계, 제4세대의 후진타오(胡錦濤)-원자바오(溫家寶) 관계처럼 정치, 외교와 군을 총서기 겸 국가 주석이 맡고 경제를 총리가 전담하는 역할 분담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95도 허리 굽혔던 황태자' 시진핑은 후진타오도 아니었고 장쩌민과도 달랐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을 넘어 마오쩌둥(毛澤東)을 지향했다. 그는 '반부패'라는 사정 칼날을 조자룡 헌칼 쓰듯 휘두르며 보시라이(薄熙來), 저우융캉(周永康)과 링지화(令計劃) 등 잠재적 정적이거나 반골을 차례차례 베었다. 이렇게 되자 중화권 언론에서는 시진핑에게 '시황제(習皇帝)'라는 별칭을 붙여주기에 이르렀다. 2016년 10월28일 18기 6중전회는 시진핑에게 '핵심'이라는 칭호를 만장일치로 수여했다. '핵심'이란 용어는 덩샤오핑이 천안문 사태 후 장쩌민을 총서기에 선출한 1989년 6월 13기 4중전회에서 "1세대의 핵심은 마오쩌둥이었고 2세대의 핵심은 나였다. 3세대의 핵심은 장쩌민이 되어야 한다"라고 한 말에서 비롯됐다. 장쩌민은 덩샤오핑이 '태상황'으로 군림하고 리펑(李鵬)이 총리로 있는데다가 또 차오스(喬石)가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버티던 1997년까지는 '핵심'에 걸맞은 정치적 위상을 갖지 못했다. 덩샤오핑이 1997년 2월 사망하고 리펑을 총리에서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밀어낸 1998년부터 군사위 주석직을 후진타오에게 인계한 2004년 9월까지 비로소 '핵심' 지위를 누렸다. 장쩌민은 '핵심'이 되고서도 “경제는 총리 주룽지 자네가 '핵심'이야”라고 말했을 성 싶던 것처럼 경제 문제에 관해선 거의 전권을 주룽지 총리에게 부여했다. 그러나 '5세대 핵심'은 경제 문제에 있어서도 '핵심'의 역할을 확대했다. 5세대 체제가 출범한 이후 해가 갈수록 위상이 약화한 리커창은 시진핑이 '핵심'에 등극한 이후 더욱 작아지기만 했다. 올해 1월 시진핑이 총리가 참석하던 관행을 깨고 국가주석으로서는 처음 다보스 포럼에 참석함으로써 이를 국제 사회에 확실히 보여줬다. 주룽지가 총리로 있을 때 '경제 짜르'로 불렸지만 이제 리커창을 두고 어느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물론 리커창은 경제 최고 결정권자로서의 기존의 위치를 확보하려고 나름 필사적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판단된다. 이번 전인대 정부 공작 보고에서 리커창은 올해 성장 목표를 6.5 %로 설정한다고 발표했다. 시진핑의 경제 브레인은 구조 조정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 목표를 하한을 6.0%로 한 6.0 ~ 6.5% 대로 잡아야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는 지난해 전인대에서 목표치로 내세웠던 6.5~ 7.0 % 대에서 상한과 하한 모두가 0.5%포인트 낮춘 것이다. 이는 성장 보다는 구조 조정, 개혁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리커창은 성장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에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성장 목표를 단수가 아닌 하한선과 상한의 범위로 설정하기로 하였는데 올해 전인대 공작 보고에서는 다시 단수 목표치로 돌아간 것이다. 시진핑과 리커창의 타협에 따라 이렇게 된 것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리커창이 내수 진작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인민대회당을 메운 전인대 대표는 박수갈채로 호응했으나 시진핑의 표정은 떨떠름하였다고 한다. 이런 배경 때문에 리커창이 공작보고 발표를 마치고서 시진핑과 연출한 서로 데면데면한 장면을 예사롭게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순간 두 사람은 서로 웃는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연출했던 것이다. 리커창은 공작보고에서 시진핑을 여러 차례 '핵심'으로 호칭했다. 이는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가 마오쩌둥 앞에서 심지어 무릎 꿇는 자세를 취했을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핵심'으로 받들었던 것과는 결코 같지 않다. 관측통은 올해 말 치르는 19차 전당대회(19대)를 통해 출범할 시진핑 집권 2기에서 리커창이 장쩌민 3기처럼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저우언라이'와 같은 총리로는 왕양(汪洋) 부총리가 거론되기도 하고 좀 더 확실한 '저우언라이'로 만들기 위해 연령 상한제 조항을 고쳐 1기에서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를 맡아 '조자룡 헌칼' 노릇을 충실히 수행한 왕치산(王岐山)을 총리로 삼는 안까지 모색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력 투쟁은 가면을 썼다 벗다하는 '가면무도회'이다. 같은 날 데면데면한 모습과 서로 웃는 모습이' 민낯'이고 '가면'일까. "눈짓 몸짓 다정해도 믿을 수 없어요." <盲瞰圖子>

▶ 2017/03/11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