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핵심’ 인정한 리커창은 전인대 위원장으로 가나 지난 5일 중국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5차 전체회의가 개막해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정부공작(활동) 보고를 했다. 작년에는 개막 직전 '시진핑(習近平) 사임 요구'의 괴문서가 관영 사이트에 유포되고 단상에선 리 총리와 시 국가주석이 시선을 피하는 모습을 연출해 지도부 내 불화를 드러냈다. 하지만 올해는 리 총리가 공작보고에서 시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를 '핵심'으로 불러 오는 가을 제1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주도의 당내 질서가 확고해진 인상을 주었다. 2017년 경제성장 목표는 작년 6.7%보다 낮은 6.5%로 설정했다. 구조개혁과 내수확대 정책에서 시 주석이 제창한 '공급 측면 개혁'을 통한 국유기업 구제정책으로 중심이 옮기면서 리 총리의 경제정책 '리코노믹스'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대만과 홍콩에 대해서도 "대만 독립을 저지한다', '홍콩 독립에는 미래가 없다"는 등 강경한 표현으로 시진핑 색채를 강하게 반영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외의 관심을 리커창의 공작보고를 듣는 시진핑의 제2기 지도부 구상에 모아졌다. 리커창이 보고를 마치고 자리에 돌아오자 시진핑은 여유의 웃는 얼굴로 퇴장했으며 리커창이 그 뒤를 따랐다. 이런 장면에서 리커창이 총리에서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이동하고 그 후임으로는 왕양(汪洋) 부총리가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한층 힘을 얻게 됐다. 리커창은 "우리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을 중심으로 긴밀히 단결해야 한다"고 공작보고에서 강조했다. 이런 표현은 지난해 가을 열린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승인된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공산당 내에선 "시 총서기를 '핵심'으로 부르자"는 시진핑 지지 세력과 "시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으로 한다"는 반대세력으로 갈라졌다. 반대세력의 좌장인 리커창이 전인대 자리에서 '시 핵심'을 공개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핵심인지 총서기인지'라는 다툼은 결착을 보게 됐다. 그렇기는 하나 '핵심'이라는 지위는 중국공산당 당장(당규)에는 없어 어떤 권한을 지녔는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총서기'가 집단지도체제, '핵심'은 1인 독재체제를 지칭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6중전회 커뮤니케를 잘 살펴보면 '시진핑 핵심'으로 '단결한다'는 것이 아니라 '당 중앙'으로 단결한다고 돼있다. 1인 독재와 집단지도의 절충안으로 읽혀진다. '시 핵심'에 담겨진 정치적 함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68세 정년 상향, 총서기의 3선 금지라는 2가지 관행의 폐지라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과거 '핵심'이던 장쩌민(江澤民) 전 총서기가 71세 나이에 3기째 총서기에 취임한 전례가 있다. 올해 63세인 시진핑은 정년 연장이 없으며 2022년 당 대회에서 은퇴하지만 두 살 젊은 리커창은 그 5년 후인 2027년 당 대회 때까지 남아 사실상 시진핑 후임의 총서기에 오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런 리커창이 전인대에서 시진핑을 3기 연속 재임 가능한 '핵심'으로 인정한 것은 '리커창 총서기' 가능성이 사라진 현실을 스스로 받아들인 것과 다름없다. 장쩌민은 2기 시절인 1998년 정치 라이벌 리펑(李鵬) 전 총리를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보냈다. 이런 선례를 따르면 리커창은 시진핑 2기에선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밀려나고 시진핑은 경쟁자 없는 독주 태세에 들어간다. '시 핵심' 체제란 '시 독재'라기 보다는 '시 독주'라고 보아야 한다. 리커창 후임 총리는 현직 정치국원 가운데서 뽑는데 대미무역 협상을 맡아온 왕양 부총리가 지금으로선 가장 유력하다. 전인대 회의장을 떠나는 리커창은 단상에 있던 한정(韓正) 상하이시 당서기 겸 정치국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한 당서기는 한때 차기 총리 후보 중 하나로 물망에 오르내렸지만, 이제는 리커창 밑에서 전인대 부위원장으로 함께 손발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 2017/03/26 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