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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天動向-29일] 홍콩 철낭자 3인 ‘정반합’ 사이
26일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캐리 람(林鄭月娥 59) 전 정무사장이 당선됐다.
람 전 정무사장은 지명과 직능대표 선출 그리고 주민투표에 의한 선거 등의 절차를 통해 구성한 정원 1200명 선거위원 가운데 777표를 얻었다.
람 전 정무사장은 선거위원회에서 4분3을 차지하는 친중파 진영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결선투표로 가지 않아도 되는 과반수를 훨씬 넘는 표를 획득했다.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려온 존 창(曾俊華 65) 전 재정사장은 선전했지만 365표에 그쳤고, 우쿽힝(胡國興 71) 전 고등법원 판사 경우 21표에 머물렀다.
람 당선자는 홍콩 주권 중국 귀속 20 주년 기념일인 오는 7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 제4대 행정장관에 취임하여 5년 임기를 시작한다.
행정장관은 도시국가 규모인 홍콩의 최고 지도자로서 같은 규모의 다른 독립 도시국가라면 국가 원수와 행정수반인 대통령에 해당한다.
람이 역임한 정무사장은 대통령제하 총리격이다. 행정장관과 정무사장 관계는 우리나라보다는 충리 쪽에 상당한 권한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프랑스 쪽에 더 가깝다.
그러나 홍콩특별구는 1997년 이전에는 영국의 식민지로서 국가 원수는 영국의 왕이었고 1997년 이후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국가주석이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같은 규모의 도시국가인 싱가포르와는 달리' 대통령과 총리라는 명칭 대신 다운그레이드한 행정장관과 정무사장이라는 명칭이 붙여진 것이다.
람 당선자는 홍콩특별행정구의 첫 여성 행정장관이다. 아편전쟁 주이던 1841년 홍콩 섬이 영국에 의해 식민지가 된 뒤 역대 영국인 총독이 모두 남자였으니 람 당선자는 홍콩 역사의 한 신기원을 이룩한 것이다.
그는 한국의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국회의 탄핵 소추와 헌법재판소의 파면 판결로 임기 만료 11개월 13일을 앞두고 대통령직에서 불명에 퇴진한 16일 뒤에 홍콩의 첫 여성최고 지도자가 되었다.
지난해는 세계의 많지 않은 여성 최고 지도자가 유독 다른 해 보다는 많이 영광과 시련 및 수난을 겪었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은 12월 9일 측근 최순실의 비리와 국정농단 의혹으로 국회의 탄핵 소추를 당했고 그 바로 한 달 전에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마지막 '유리 천장'을 뚫지 못하고 미국 사상 첫 부부 대통령 기록을 세우는데 실패했다.
앞서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이며 재선에도 성공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금융 비리 문제로 상원의 탄핵 의결로 불명예 퇴진했다.
그러나 같은 해 1월 대만에서는 야당 민진당 총통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이 대만 사상 첫 여성 총통으로 선출됐다.
그런가 하면 영국에서는 전혀 예상치 않게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이른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찬성 가결되면서 7월 총리가 데이비드 캐머런에서 여성인 테레사 메이로 바뀌었다.
메이 총리는 영국에서 마거릿 대처 이후 두 번째 여성 총리다.
람 당선자는 클린턴의 낙선과 박근혜의 탄핵 파면으로 세계 여성 정치가의 시련 도미노를 일단 끊고 신기원 수립이라는 영광의 계보를 이은 것이다.
람 당선자는 1957년 정유년 생으로 올해 회갑을 맞는다. 그로서는 인생의 절정을 맞은 셈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울고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울어야 한다.'
한 송이 '자형화(紫荊花)가 활짝 피기까지 소쩍새 울고 천둥이 으르렁거리는 속에서 필동말동하다가 결국 피지 못하고 오늘을 예비했던 두 송이의 자형화 꽃봉오리가있었다.
그 하명은 1993년부터 2001년까지 홍콩 정무사장을 지낸 앤슨 찬(陳方安生)이고 다른 한 명은 레지나 입(葉劉淑儀) 전 보안국장이다.
앤슨 찬은 77세, 레지나 입은 67세로 람 당선자에게는 이모뻘과 큰언니 뻘의 나이 차가 있다.'세 여인 모두 공통적으로 '철낭자(鐵娘子)라는 별명을 들었다.
모두 '철의 여인‘(Iron Lady)으로 불렸던 영국 사상 첫 여성 총리 대처의 계보를 이었다.그러나 앤슨 찬과 레지나 입은 정치 성향이 정반대였다.
앤슨 찬은 민주파이고 레지나입은 친중파다. 앤슨 찬이 일국양제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이를 떠받치는 자유주의와 민주절차 제도를 중시했다면 레지나 입은 '하나의 중국'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진했다.
둘 다 정치적 시소게임에서 평형을 유지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명확하게 하는 바람에 중도 낙마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앤슨 찬은 영국 식민지 홍콩과 중화인민공화국 특별행정구 홍콩이라는 얼음과 숯처럼 이질적인 체제 하에서 모두 2인자 지위를 지키며 행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어려운 과제를 능란하게 수행했다.
하지만 찬은 2001년 1월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 놓고 중도 사임해야 했다. 중국 당국이 사교로 규정한 파룬궁 수련자의 시위를 강력하게 단속하지 못한 것이 빌미가 됐다.
앤슨 찬은 1997년 중국 귀속 이후에도 중국 정부와 마찰을 피하면서도 홍콩이 누려온 자유와 인권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를 수호하는데 전력을 기울여 홍콩 시민에서 '홍콩의 양심'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는 '영국의 오디세이'인 마지막 홍콩 식민총독 크리스 패튼이 남겨 놓고간 '트로이 목마' 속에 숨어있는 '그리스군의 총대장'이 아닐까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결국 파룬궁 시위 사태는 '예수의 초상화'가 되었고 앤슨 찬은 끝내 그것을 밟고 지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후 앤슨 찬은 민주파로 커밍아웃했고 민주 세력의 거리 시위에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
앤슨찬이 그러게 떠난 뒤 홍콩 시민의 아쉬움을 바로 채운 여성 정치인이 레지나 입이었다. 앤슨 찬이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면 레지나 입은 '당찬 여자'였다.
앤슨 찬이 '기록의 여자'라면 레지나 입도 못지않은 '기록의 여자'다.
앤슨 찬은 1993년 패튼 총독에 의해 홍콩 관료 조직의 최고 우두머리 '포정사장(布政司長: 현 정무사장)에 임명됐는데 식민지 홍콩 152년 역사상 중국인이 그 자리를 맡기는 처음이었다.
레지나 입은 홍콩에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기율부대(입경사무처 관할)의 수장이 되었으며 홍콩주권 귀속 후인 1998년 여성으로서는 처음 보안국장에 임명됐으며 2002년 연임되면서 홍콩특구 정부의 내각 격인 행정회의의 구성원이 되었다.
당시 보안국장의 관할 하에 있는 공무원 수는 전 공무원 3분의 1에 가까운 6만3000명 이상이었으며 지원 인력 역시 1만명이 넘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행정자치부와 경찰청으로 분리되기 전 과거 내무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서로 보면 된다.
레지나 입은 치안 문제에 대한 강력한 대처로 2002년 둥젠화(董建華) 초대 행정장관 2기 출범 첫해에 각료 중 최고 인기를 기록했다.
다만 불과 1년 뒤 국가안전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다가 홍콩 시민 50만명의 시위를 부른 끝에 인기가 각료 중 최하위로 곤두박질한 와중에서 사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안전법은 홍콩 특구의 헌법 격인 기본법 규정에 따라 국가 안전을 수호한다는 명목 아래 중국 중앙 정부의 압력 아래 추진됐는데 홍콩이 누려온 인권과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홍콩 주권 귀속 6 주년을 맞아 50만명의 사상최대 시위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태가 악화한데는 민주파의 비난에 맞서 좌고우면하지 않게 대응한 레지나 입의 강경자세도 한 몫을 하였다.
사태 수습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사임하였으나 레지나 입은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한 감사 광고를 신문에 게재했다.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자세를 당당하게 견지한 것이다.중앙 정부는 레지나 입을 베이징으로 불러 올려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했었다.
앤슨 찬이 이상주의자라면 레지나 입은 현실주의자다. 앤슨 찬의 인기도 높지만 레지나 입의 지지 역시 상당하다.
둘은 10년 전인2007년 12월 홍콩의 의회격인 입법회 보궐 선거에서 맞붙었다. 앤슨 찬과 레지나 입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찬 후보는 민주파가 지원했고 입후보는 친중파가 추천했다.
8명의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앤슨 찬이 17만5000여 표를 얻어 당선됐으나 입후보가 얻은 두득표 수는 찬 후보에 3만8000표 뒤졌을 뿐이었다.
찬 후보의 득표율은 54% 정도에 그쳐 민주파가 입법회 의원 직접선거에서 전통적으로 받아온 60%대를 밑돌았다.
이는 앤슨 찬에게 충격적 결과였다. 앤슨 찬이 바로 다음 번 입법회 선거에 나서지 않은 것은 레지나 입의 거센 도전 때문으로 보인다.
앤슨 찬은 이후 행정장관 직선제 실현 추진과 우산 혁명을 통해 새롭게 등장한 젊은 민주 세력의 후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상주의적인 앤슨 찬이 간선제 하의 행정장관에 당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레지나 입 역시 그의 너무나 친중적인 칼러도 행정장관 되기에는 결정적인 2%가 부족하다.
이상주의와 현실주의 양 극단에서 나름 행정장관을 노리며 직간접으로 경쟁해온 두 여걸 사이에서 양자를 뒤섞은 제3의 철낭자가 쑥쑥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람 당선자는 두각 초기에는 앤슨 찬 칼라의 정치 성향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레지나 입의 현실주의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좋게 표현하면 '정반합(正反合)'의 구현이다. 반면 부정적으로 비유하면 카멜레온 식 표변이다.
앤슨 찬은 행정장관 투표를 앞두고 캐리 람의 당선을 전망하면서도 람의 카멜레온 행태를 지적하며 젊은 민주세력의 확산으로 인해 정국이 더욱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의 친중 세력은 대만 차이잉원 정권 탄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 정권의 '타이완 카드'흔들기로 인한 위기감에서 '몰빵'으로 람 당선자에게 확실하고 손쉬운 승리를 안겼다.
어부지리로 개화한 '홍콩의 철낭자가 목적지에 안착할지 중도 좌초하는 시련에 봉착할 지 끝까지 지켜 볼 일이다.
<盲瞰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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