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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廣角鏡] 일대일로 중국몽과 가위눌림 한걸음, 첫 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출발은 화려하다.
지난 14, 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를 주제로 한 국제 협력 정상포럼( 일대일로 정상 포럼)'은 유라시아 대륙을 뭍길과 바닷길 더 나아가 공중 수송로와 정보 고속도로 그물망처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과 남중국해의 섬까지 연결한다는 그 거창한 꿈을 향한 첫 걸음의 결실과 장밋빛 미래를 알렸다.
2013년 이 '21세기 수륙 비단길(실크로드)' 구축을 주창하고 이를 주도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 계획을 14일 개막식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 정리해 소개했다.
- (남중국해 인도네시아 자바 섬) 자카르타-반둥 간 고속철, 중국-라오스 철도,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지부티 철도, 헝가리-세르비아 철도, 파키스탄 과다르 항과 그리스 피레우스 항 확충
-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 중국-몽골-러시아 경제 회랑, 뉴 유라시아 대륙 브리지 등 확장으로 다차원적인 인프라 네트워크가 형성 중
- 송유관 부문에서 많은 프로젝트 진행 중
- 일대일로의 인프라 네트워크가 육상과 바다, 공중 수송로와 정보 고속도로로 이뤄지며 주요 간선 철도와 항만, 송유관 사업이 이를 떠받치고 있음
- 중국이 일대일로 국가에 지금까지 500억 달러(56조4500억원) 이상을 투자해 18만명의 새로운 고용을 창출
- 중국이 400억 달러(45조1600억원)의 실크로드 기금에 1000억 위안(16조3600억원)을 증자하고 융자자금 3800억 위안을 지원할 계획
국제 사회의 호응도 뜨거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알렉시스 치프라스그리스 총리 등 29개국 정상을 포함 130여 개국 대표 1500여명이 참석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일대일로 참여국 65개국의 꼭 두 배나 되는 국가가 참가했다.
'중국의 꿈(中國夢)' 성취 '천릿길'를 향한 화려한 한 걸음이었다.
시진핑과 중국인은 물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의 머리(龍頭)'로 여기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꿈에는 가위눌림을 동반하기도 한다. 일대일로 정상 포럼 개막일인 14일 새벽 북한은 탄도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이번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한반도의 남북은 정상이 모두 참석하지 못하거나 않고 전 국회 부의장과 장관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을 보냈다.
북한은 중국의 혈맹국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연합(EU)에 이은 중국의 제4대 교역국이다. 꼭 와야만 하는 그리고 반드시 오지 않을 수 없는 정상 두 명이 빠진 것이다.
14일 새벽 북한 미사일 발사 도발은 일대일로의 한반도 콤플렉스를 확실하게 상기시켜주었다. 북한 핵 위기 지속과 이에 더불어 사태 악화의 점입가경으로 한반도는 영락없는 일대일로의 '보틀넥(bottle neck)'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은 일대일로 잔칫날 병목의 '코르크 마개'를 '무쇠 마개'로 바꾸었음을 선언한 셈이다.
일본 제국주의 시대 일본은 시모노세키 항을 기점으로 하고 프랑스 파리를 종착점으로 하는 여객과 화물 노선을 운용했다.
시모노세키에서 배를 타 부산에 도착 기차 편으로 한반도를 종단하고서 만주와 시베리아 그리고 소련 평원 지대와 유럽 대륙을 횡단하였다. 13일이 걸렸다고 한다.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아무런 걸림돌 없이 진행된다면 일본 도쿄에서 영국 런던까지를 양쪽 종점으로 한 노선이 운용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일본 열도의 최북단 홋카이도의 삿포로에서 아일랜드 서단 해변 또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북단까지를 항공편을 이용하지 않고 바닷길과 뭍길만을 이용하여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시간도 대폭 줄어들 것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 일대일로의 기점은 동북 즉 과거 만주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북한 보틀넥 때문이다. 세계 13위와 3위 경제국이 빠진 다는 이야기로 오른쪽 어금니 두 개가 빠진 이빨 형국이다.
가위눌림은 계속된다. 인도는 결국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중국 주도의 유라시아 실크로드 프로젝트 경계감을 드러낸 미국, 일본은 정상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표단을 파견했다.
포럼을 통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가운데 중국의 군비 확충과 군사 대국화를 경계하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의 목소리다.
일본은 인프라 건설에서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내보였다. 독일 브리기테 시프리스 경제에너지장관은 프로젝트 투자에 관한 자유입찰을 촉구하면서 "차별이 없도록" 투명성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공동성명에 사인하지 않겠다고 노골적인 딴죽을 걸었다.
중국 주도에 배가 아픈 그러나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던 속 쓰림을 참고 웃는 낯빛의 일본 등 참가국 들을 위해 총대를 멘 것이다.
인도는 보다 직설적이었다. 불참을 통해 인도 경우 중국 북서부와 아라비아 해를 연결하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경제회랑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중국은 이 파키스탄 회랑과 미얀마 송유관 루트와 스리랑카를 징검다리로 하여 인도 대륙의 남단 해역을 우회하는 경로 등 2개의 코스를 아라비아 해를 와 서인도양을 통해 중동 유전지대와 아프리카 대륙으로 이어지는 '2개의 검은 진주 목걸이'로 삼고자 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남과 북 이 두 코스는 일대일로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두 가닥 레일인 셈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적극적인 자세로 참석하였으나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아예 획 소리를 내며 등을 돌려 버렸다.
인도는 방글라데시와 미얀마로 이어지는 육상 루트를 개발 , 중국의 일대일로의 시장성을 약화하는 대항마를 구축하겠다고 언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의 미사일 도발 못지않게 가위눌림을 불러일으킨 곳은 인도 대륙이 아니라 인도차이나 반도였다.
일대일로 정상 포럼 폐막 닷새 후인 20일 미국과 일본의 군함이 베트남의 깜라인 만에 동시 기항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깜라인 만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도서인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西沙>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 베트남명 쯔엉사 군도)를 마주 보고 있다.
깜라인 만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 기지가 있던 '캄란'만을 지칭한다. 중국이 소련에 대해 관계 정상화의 선결 요구 중 하나가 소련 해군 함대의 깜라인 만 철수이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함께 이 조건을 들어줌으로써 1989년 5월 베이징을 방문, 덩샤오핑과 회담을 하고 역사적인 중소화해를 성취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전략적으로 대단히 중요하고 지극히 민감하여 따라서 일대일로의 바닷길의 목젖에 해당하는 곳에 일대일로의 출범에 속 쓰린 표정이 역력한 미국과 일본의 '비수'가 찾은 것이다.
깜라인 만 국제 항구에 입항한 미군 수송함 '폴리버'와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 '사자나미'는 미국 주도의 다자 재난대응 및 의료지원을 위한 '퍼시픽 파트너십' 훈련 참가차 베트남을 찾았다.
베트남은 2016년 3월 깜라인 만에 국제항구 1단계 공사를 마치자마자 외국군의 함정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그리고 일대일로 정상포럼의 성대한 잔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때에 미국과 일본의 군함이 동맹을 과시하듯 함께 기항한 것이다.
베트남은 국제 항구 건설과 외국 군함 이용 허가 등에서 쫓기는 듯한 모습이었고 미국과 일본도 첫 번째의 동시 기항 시점을 일대일로 포럼 직후로 정한 것을 보면 역시 서두르는 듯한 자세다.
물론 미국과 일본의 군함 모두 군사 전략적 방문이 아님을 표방하고 있다.
일대일로에서도 시진핑이 평화와 협력, 개방과 포용, 상호 학습과 호혜 구현을 말했다. 교역을 통한 공동 발전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각자의 계산은 치밀하게 군사전략적이다.
‘중국몽'의 출발은 한반도와 인도차이나 반도가 제공한 가위눌림과 함께 시작한 셈이다.
문득 스친 사자성어는 '용두사미(龍頭蛇尾)'다.
살짝 비튼 우리 속담은 '첫술에 배부르랴, 되레 이가 시리다.‘
<盲瞰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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