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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point]시진핑의 마오쩌둥 꿈(毛澤東 夢) 영글었나
중국 허베이성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지난 3일부터 열린 비공식 회의가 끝난 모양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를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동정이 다시 보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사이 홍콩 시사잡지 쟁명(爭鳴)이 7월14일 있은 정치국원 후보 예비선거 결과를 전했다. 뽑힌 35명의 후보 가운데 500표 이상 얻은 것은 시진핑, 왕후닝(王滬寧), 왕치산(王岐山)이었다고 한다.
기사가 사실이라면 왕치산의 유임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69세의 왕치산이 정치상무위원직을 유지하면 당의 정년 관행을 무너트리면서 시진핑 주석의 3기 연임 길이 열리게 된다.
시진핑 '1인체제'가 정말 시작하는 것인지. 베이다이허 회의 내용은 아직 확실하지 않기에 그간 나온 보도와 관측을 토대로 전망할 수밖에 없다.
쟁명이 전한 바로는 정치국원 후보 명단을 이렇다.
시진핑 직계가 15명이다. 시진핑 본인과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시진핑 정책이론 브레인), 왕천(王晨) 전인대 상무위 부위원장), 딩쉐샹(丁薛祥) 중앙총서기 판공실 주임(시진핑 연설문 적성), 리잔수(栗戰書) 중앙서기처 서기 겸 중앙판공청 주임(비서실장), 우잉제(吳英傑) 티베트 자치구 서기, 차이치(蔡奇) 베이징 서기, 잉융(應勇) 상하이 시장, 류자이(劉家義) 산둥성 서기, 마싱루이(馬興瑞) 광둥성 성장, 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 부부장, 천민얼(陳敏爾) 충칭시 서기,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 부장, 양제츠(楊潔篪) 외교 담당 국무위원, 리훙중(李鴻忠) 톈진 서기.
공청단과 후진타오(胡錦濤)파는 13명이다. 리커창(李克强) 총리, 왕융(王勇) 국무위원, 유취안(尤權) 푸젠성 서기, 왕양(汪洋) 부총리,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 부주석(공군 상장), 팡펑후이(房峰輝) 중앙군사위 연합참모보 참모장(상장), 장춘셴(張春賢) 전 신장 위구르 자치구 서기,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 천취안궈(陳全國) 신장 위구르 자치구 서기, 쑨춘란(孫春蘭) 전 톈진 서기, 한정(韓正) 상하이 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 국가부주석, 양징(楊晶) 국무원 비서장.
장쩌민(江澤民)파도 2명 있다. 궈성쿤(郭聲琨) 공안부장, 처쥔(車俊) 저장성 서기.
뚜렷한 파벌 색 없이 상황을 관망하는 인물이 4명이다. 저우창(周强) 최고인민법원 원장, 차오젠밍(曹建明) 최고인민검찰원 원장, 황수셴(黃樹賢) 민정부장, 장궈칭(張國淸) 충칭 시장.
여기에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있다. 왕치산이 시진핑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지만 종속 관계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국원 예비선거는 512명의 중앙위원, 중앙위원 후보, 각 성-시-자치구 서기 등이 '합격'와 '불합격' 표를 던지는 식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합격' 표를 받은 것은 508표의 시진핑이고 다름이 왕후닝의 504표, 왕치산이 501표였다.
500표 이상을 얻은 것은 35명 가운데 이들 3명뿐이었다.
90% 이상 합격표 획득자는 리커창, 딩쉐샹, 팡펑후이, 쉬치량, 자오러지, 리잔수, 양징이었다.
결과에서 시진핑에 못지않게 고득표를 기록한 왕치산이 인상적이다. 이대로라면 왕치산의 정치상무위원유임은 상당히 유력하다고 할 수 있다.
차기 정치국원을 현행처럼 25명 체제로 한다면 시진핑파와 반(反)시진핑파 간 판세가 거의 호각이다.
다만 파벌로서 단결 강도나 신뢰 관계의 깊이 측면에서 볼 때는 시진핑파에는 상당히 조급하게 내세운 인물이 많고 '해바라기성' 인사도 적지 않다.
가령 리잔수는 시진핑의 최측근 중 하나라는 평이나 양자 사이에 확실한 신뢰 관계가 구축됐는지에는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이 있다.
리잔수는 허베이성 당위 비서장 시절 당시 허베이성 서기이던 청웨이가오(程維高)에 밉보여 낙마할 위기에 처했는데 리젠궈(李建國) 전 산시(陝西)성 서기의 도움으로 축출을 면했다.
리젠궈는 리잔수가 처한 상황을 중앙에 보고하고 선처를 건의하면서 그가 산시성 상무위 비서장으로 오도록 했다. 이런 '구명'이 없었으면 오늘의 리잔수는 없었다.
공청단파인 리젠궈는 2015~2016년 시진핑에 의해 실각될 뻔 했지만 이번에는 리잔수가 나서 방패막이가 됐다.
이런 사정으로 리잔수는 의리와 인정이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시진핑 성격상 한번 자신에 반기를 든 적이 있는 부하와 신뢰관계를 유지할지는 미지수이다.
정치국원을 최소한 1기 이상 재임해야 만 정치상무위원에 진입할 수 있다는 관례에서 보면 시진핑, 리커창, 왕치산, 왕양, 후춘화, 리위안차오, 리잔수, 자오러지, 한정이 그 대상이 된다.
예비선거에서 왕후닝의 득표수만 생각할 때 그가 정치상무위원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왕후닝은 지방정부에서 일한 행정 경험이 없다. 행정경험 없이 정치상무위원이 된 전례는 아직 없다.
왕후닝을 한번 지방으로 보내는 문제가 시진핑 지도부에서 거론됐으나 본인이 지방에서 실무를 익히는 것을 고사했다는 얘기도 있다.
리커창, 왕양, 후진타오, 리위안차오 간 관계의 깊이와 비교하면 시진핑, 왕치산, 리잔수, 자오러지 사이의 관계는 확실히 떨어진다.
시진핑과 왕치산의 관계가 미묘한 것은 '10일 문혁(十日文革)' 사건과 궈원구이(郭文貴)의 폭로에서 추측이 가능하다.
자오러지도 리잔수도 지금은 시진핑 직계로 분류되지만 뿌리는 공청단파이다. 한정은 공청단파에 장쩌민과도 가까우며 여러 차례 시진핑의 반부패 척결 표적이 됐기 때문에 시진핑에 대한 경계심이 크다.
이 같은 정황이라면 정치상무위원에는 시진핑이 확실히 믿고 보낼 사람은 없는 셈이다.
결국 정치국 전체로는 시진핑파와 반시진핑파가 맞대결을 펼칠 수 있는 구도가 가능하지만,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선 공청단파가 우세를 점할 공산이 농후하다.
이렇게 상황이 돌아가자 시진핑으로선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영향력과 권한을 어떻게든 축소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당주석 제도 부활이라는 '정치적인 꼼수'가 제기됐다는 분석이다.
당주석은 공산중국의 '아버지' 마오쩌둥(毛澤東)이 1976년 세상을 뜰 때까지 쥐고 있던 직함이다. 마오쩌둥 사후 화궈펑(華國鋒)이 물려받고 그가 실각당한 뒤에는 후야오방(胡耀邦)이 승계했다가 1982년 폐지됐다.
이후 당중앙 총서기가 새로 최고 지도자의 직책이 됐다. 초대 총서기는 후야오방이 맡았다.
당주석과 총서기의 차이를 따지면 당주석은 마오쩌둥이 누린 절대적인 권력을 의미한다.
반면 총서기는 덩샤오핑(鄧小平)이 세운 집단지도체제에서 분산된 권력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건 때 양상쿤(楊尙昆)이 국가주석 권한으로 계엄령을 내린 이래 총서기의 권위는 하향세였다.
덩샤오핑이 확립한 공산당 질서에서 총서기는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일원 이상 권한은 없다.
바로 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전체 의견과 총서기 견해가 다르면 총서기라고 해도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따라야 한다.
당주석 제도 부활은 마오쩌둥 시대로 돌아가 집단지도체제를 무력화하고 1인체제의 권력을 휘두르겠다는 발상이다.
시진핑이 가을 제19차 당 대회에서 당주석 제도를 제안해 채택할지 여부는 베이다이허 회의의 주요 의제 중 하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당주석제를 소생시키려고 시진핑은 2015년 말부터 자신을 당의 '핵심'으로 옹립하도록 주도면밀하게 움직여 6중전회에서 어느 정도 성공했다.
또한 지난 6월30일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 20주년 기념 열병식, 7월30일 창군 90주년 군사퍼레이드에선 종전의 '수장(군 최고사령관)' 대신 '주석'이라고 호칭하게 해서 당주석의 부활 당위성을 각인시켰다.
아울러 8월1일 인민해방군 창건일에 맞춰 열병식을 처음 거행한 것도 시진핑이 군에서 자신의 특별한 존재라는 사실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속셈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하나 당주석의 권력이 절대적이었던 것은 마오쩌둥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실력과 자격이 따르지 않은 화궈펑은 당주석 자리에 있는 채로 실각했으며 마지막 당주석이자 첫 총서기인 후야오방도 내쫓겼다.
바로 직함이 얼마큼 대단해도 지도자로서 카리스마와 실력이 없으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공산중국의 생리이다.
중국공산당에서 카리스마를 뒷받침하는 것이 군 장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취임 이래 열병식을 벌써 3차례나 전개한 시진핑의 속내를 잃을 수 있지만 그가 군을 완전 장악했는지에는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
당주석 부활과 함께 시진핑은 당장에 자신의 사상을 명기하려고 애쓰고 있다.
'시진핑 사상'의 골자는 '샤오캉(小康) 사회의 전면적인 실현', 전면적인 법치', '전면적인 개혁 심화', '전면적이고 엄격히 당을 통제'라는 '4개의 전면'과 '경제와 정치, 문화, 사회, 환경을 일체화해서 추진하는 샤오캉 사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업 추진을 위한 전체적인 방침' 등의 '5위일체(五位一體)'이다.
가장 중시하는 것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통한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이다.
'중국의 꿈'은 중국이 역사상 제일 번영을 구가한 청나라 시절의 영토 판도, 국제사회 위상과 영향력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최고 지도자의 영도 사상을 당장에 삽입하는 것은 덩샤오핑 이래 관례이다. 다만 이는 2기 10년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재임 성과를 평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시진핑 경우는 첫 5년 임기가 끝나는 단계에서 열리는 당 대회에서 하려고 서두르고 있다.
더욱이 애초 시진핑 영도 사상은 '4개의 전면'이라는 표현을 쓰려다가 당 대회에 임박해서는 '시진핑 사상'이라고 이름을 얹힌 용어로 바꿔 밀어붙이고 있다.
현행 당장에는 '마르크스 레닌 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의 대표 이론, 과학적 발전관'으로 적혀 있다.
이름을 붙인 영도 사상과 이론은 마르크스와 레닌, 마오쩌둥, 덩샤오핑이고 장쩌민과 후진타오는 넣지 않았다.
덩샤오핑 이론은 자신이 명기한 것이 아니라 장쩌민이 했다.
공산당 안에서는 사상과 이론 중 사상을 더 치는 점에서 덩샤오핑 이론은 마오쩌둥 사상보다는 격이 낮은 셈이다.
만일 중국공산당 당장에 '시진핑 사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면 시진핑은 덩샤오핑을 뛰어넘어 마오쩌둥과 같은 반열의 지도자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
이는 일반 공산당원이 보아도 대단히 가당치 않은 행위로 정말 제정신으로 그렇게 하려는가고 생각할 일이다.
그러나 시진핑 주변에서는 분명히 '시진핑 사상'이라는 말이 흘러넘치는 것이 실상이기도 하다.
시진핑은 이번 당 대회에서 마오쩌둥과 비견할 만한 이미지와 위상을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관례로 정년을 맞은 왕치산의 정치상무위원 유임이 현실이 될 때는 연령 제한이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시진핑의 장기정권 길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그동안 시진핑 지도부는 인민해방군의 강군화(强軍化)와 군권 장악이 공산당 일당독재를 유지하는 유일한 방책이라고 판단하고 서방의 영향력 배제를 최우선해서 이념과 언론 통제 확대, 반부패를 구실로 당내 정적 숙정, 경제 규제 강화로 내달려왔다.
이 같은 시진핑 정권의 영도 사상은 30여년에 걸쳐 덩샤오핑 노선, 개혁개방의 길을 걸어온 중국 사회의 현실과는 크게 멀어지고 있다.
시진핑의 강압적인 '현실 괴리' 행보는 19차 당 대회에서는 어느 정도 통한다고 해도 내부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해 2번째 임기 내에 본인이 실각할지 아니면 노선을 전환하지 않을 수 없는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한 가지 걸리는 일은 과거 중국의 역사를 되돌아볼 때 강군화와 군권 장악의 과정에서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외국과의 전쟁이나 분쟁을 이용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중국과 인도 사이에 국경 대치의 장기화로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군사기지화와 도발을 반복하면서 충돌 리스크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뒤에서 방조하는 행태로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이 고조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내부의 모순을 바깥으로 돌리기 쉬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극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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