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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天動向-8월24일]한중수교 25돌 성장통인가‘근공원교’변곡점인가
24일로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지 25돌을 맞았다.
남자라면 우리 나이로 스물여섯이면 대체로 군복무를 마치고 직업을 찾고 직장을 선택해야만 할 시점이다. 군에 갈 의무가 없는 여자의 경우 독신주의자가 아니라면 평생의 반려를 선택하거나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남녀 모두 자신의 일생을 규정할 수도 있는 장기적 미래를 설계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25년의 시간을 서양에서는 1century(한 세기)의 1 quarter(4분의 1)로 의미 있는 기간으로 여긴다. 결혼 25주년을 은혼식(銀婚式)으로 부르면서 뜻 깊게 기억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25년의 기간을 우리는 가끔 '4반세기'라는 용어로 대치하여 사용하는데 용어는 아마도 서양 문물이 밀려온 뒤에서야 쓰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과 중국은 5년 단위로 수교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러왔다. 다섯 돌이 다섯 번 겹친 25돌은 동양의 시각에서나 서양의 관점에서나 의미 있다.
인생에 굳이 비유하지 않더라도 올해의 한중수교 기념일은 과거를 반추함과 동시에 보다 긴 미래를 찬찬히 내다보는 의미 있는 행사가 되기에 충분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한중 양국은 올해 공동 기념행사를 갖지 않았다.
23일 저녁에는 베이징에서 중국 측 중한우호협회 주관으로 연회를 가졌고 24일 저녁때는 서울에서도 기념식이 열렸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부위원장이 주빈인 베이징 리셉션에는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참석하지 않았다. 우리의 경우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베이징 리셉션은 1시간30분 만에 모든 일정이 끝났다고 한다. '만만디'가 아닌 ''콰이콰이디‘이었다.
은혼식에 부부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잔치를 벌인 격이다. 마지못해 남편과 부인이 별도로 기념행사를 치루면서도 정작 당사자는 참석하지 않은 셈이다.
양국 정상이 24일 축전을 교환 했다고는 하나 이는 대단히 불편한 사이의 부부가 은혼식에 의례적인 각서를 교환함으로써 혼인 유지만을 확인한 셈이다.
이처럼 '썰렁' 분위기에 바로 앞서 '더욱 썰렁하게 하는' 한국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22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에 유엔 총회에 참석, 기조연설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에 앞서 러시아 극동지역 포럼에 맞추어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연다고 발표했다.
한중수교 이래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가장 먼저 동맹국인 미국을 방문하고 그 다음 차례로 중국을 방문해온 것이 관례였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 자신이 대통령에 선출되면 가장 먼저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전임 대통령과는 다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공약(空約)'이 되었다. 실제로는 문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을 첫 방문했다.
첫 번째 단추가 전례대로 끼워졌으니 두 번째도 전과 같아야 했다.
중국은 이제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전체 수출액의 25%를 차지, 미국과 일본을 합친 것과 같다.
마침 올해가 수교 25주년이어서 현재 최대 양국 현안인 북한 핵사태 논의 외에도 겸사겸사 중국을 방문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이 초청하지 않는 바람에 방중이 성사되지 않아 러시아를 먼저 찾게 된 것이다. 본의 아니게 전임 대통령과 다른 외교 행보를 하게 된 것이다.
한중 관계가 의미 있는 수교 기념일마저 썰렁 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 때문이다.
한중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해가 다르게 돈독해졌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수교 당시 3%에 불과하던 것이 앞서 살핀 대로 25%에 달했다.
한국이 한국전 이후 최대 국난 시기였던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절하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 한국이 강요당한 평가 절하한 원화 가치를 배경으로 수출을 대폭적으로 늘여 외환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를 했다.
한류의 중국 대륙에서 폭발적 인기와 유커의 한국행 러시 등도 지난 4반세기 동안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얻은 여러 가지 실리목록 중 눈길을 끄는 것이다.
이를 배경으로 한중 관계 밀월의 정점을 찍은 때는 2015년 9월 초였다.
중국의 대일 승전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 군사퍼레이드에 한국 대통령과 한국 출신 유엔 사무총장이 톈안먼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에 섰던 것이다.
미국 측은 이에 앞서 완곡하게 한국 대통령의 중국행을 반대했다. 그러나 방중이 성사되고 톈안먼 망루에서 인민해방군의 행진을 사열하는 장면이 연출되자 미국 정계 일각에서는 우리와 함께 동맹국으로서 싸웠던 군대에게 손을 흔들 수 있느냐고 격앙한 감정을 터뜨렸다고도 한다.
이런 미국의 분위기를 의식했는지 박근혜 정부는 국내 정치에서 상당한 부담을 예상하면서도 한일 양국의 골디우스 매듭이었던 '종군 위안부 문제'를 풀어줬다.
아베 신조의 일본 정부는 ‘억지 춘향식’ 사과와 보상을 약속하고 한국 측으로서는 진심이 담기지 않은 ‘옆구리 찔려서 하는 절 받기’에 만족하는 태도를 보여야 했다. 불편하고 떨떠름한 이런 화해의 연출자는 미국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과 한일 수교 50주년이 겹친 이해에 중국과 일본 아니 그 너머의 미국이 각각 만족할 선물을 안겨주면서 미중 사이에서 '박근혜 표' 등거리 외교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불안한 등거리도 잠시였다.
해가 바뀌자마자 북한이 실시한 4차 핵실험과 뒤따른 일련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등으로 상황은 일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회심의 외교 승부수를 던진다. 미국의 줄기찬 요구에 '전략적 모호성'으로 막아온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를 허용한 것이다. 2016년 8월 초로 북한 김정은 정권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지 8개월 뒤였다.
북한의 좌고우면하지 않는 핵 질주에 중국 시진핑 정권이 뜨뜻미지근한 행동을 넘어 한국 안보의 최대 위협 상황에 팔짱끼는 자세마저 드러내자 '등거리 프레임'에서 벗어나 '스윙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 보다 중국에 기대하는 자세를 확실하게 접고 미국 편으로 분명하게 말을 갈아탔다.
이는 한중수교 이래 전체적으로 다소 중국에 눈치 보는 듯한 한국의 대중 밀월시대의 종언을 의미했다.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은 당면한 북한 핵위협을 막는데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세계 전략적 구도에서 중국 아닌 미국 편에 들어감으로써 중국에 북한 핵과 관련 어정쩡한 자세에서 벗어나라는 압력이었다.
'골리앗'은 '다윗'의 돌 물매'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킬레스'는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겨누는 '파리스의 화살'에 섬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이승만의 반공포로 석방과 박정희의 핵무기 개발 추진 등과 충분히 비견될 강대국을 흔든 외교적 승부수로 평가할 수 있다.
두 지도자가 그랬듯이 빅브라더들의 세계 권력지형 판짜기 게임에 박근혜는 캐스팅 보트를 쥐는 '주제 넘는' 행동을 하였으니 어떤 형태로든 권자에서 쫓겨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탄핵 사태로 밀려난 뒤 등장한, 집권 이전부터 사드 설치에 반대 입장을 보였던 문재인 정부이지만 '역(逆) 스윙 전략'을 펼 수 없었다.
북한에 대한 화해 제의에 모욕에 가까운 아니 모욕적인 무응대와 무시가 돌아오는 가운데 북한 핵 위기는 날로 악화, 제2의 한국전쟁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베트남 전쟁 당시 캄보디아 시아누크 식의 모두를 만족시키는 양손 접시돌리기 곡예 외교를 펼치고 있다.
접시가 떨어지지 않으면 위험한 쇼는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양쪽 관객은 모두 불안과 불만의 시선으로 접시돌리기를 지켜보고 있다. 어느 쪽 접시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수교 25주년에 봉착한 이 같은 한중 관계의 심각한 갈등은 양국 관계가 심화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과성의 시련인가. 이번 성장통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비온 뒤 땅이 굳듯이 한중관계는 더욱 진전을 이룩할까.
하지만 한국과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로 수천 년의 양국 관계사에서 대립과 긴장 관계가 더 많았다. 같은 중국 대륙에 붙어있는 반도국가인 베트남처럼 좋았던 시기보다 불편했던 시기가 더욱 길었다.
'근공원교(近功遠交)'가 우리의 숙명인지 모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난 25년 동안 한중 관계는 특별한 상황에서 기이한 밀월 시대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필자는 25년 전 한중 수교가 이루어지던 날 대만 타이베이에 있었다.
우리 국민 거의 대부분의 시선이 베이징에 쏠려 있는 가운데 ‘중화민국’ 타이베이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의 현판이 떼어지는 역사적 장면을 취재하고 기록하였다.
대사관 현판 철거 행사가 끝난 뒤 대만 교민 한 사람은 우리나라와 ‘중화민국’ 간 각별한 역사적 인연을 말한 뒤 1948년 대한민국이 세워진 뒤 가장 먼저 해외에 설치된 대사관이 ‘중화민국’ 주재 대사관이라고 역사적 사실을 환기하였다.
그 다음날 서울에서 보내온 신문 1면에 실린, 베이징에서 대한민국 정부 대표와 중화인민공화국 대표가 환하게 웃으며 수교문서에 서명하는 장면을 보면서 44년 전 ‘중화민국’ 수도 난징의 대한민국 대사관 개설이 어땠을지를 떠올리며 착잡한 상념 빠져들었다.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수교 이래 최악의 기념일을 맞은 지금 문득 떠오르는 생각은 '이 또한 지나가리다.'라는 솔로몬의 경구다. <盲瞰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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