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 17/09/22 07:37



시진핑 ‘레드라인’은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이다

중국군이 한반도 특히 북한에 인접한 보하이(渤海)만 해역에서 지난 5일 미사일 요격 훈련을 펼쳤다.

국방부는 6일 훈련이 "특정 국가를 상정해 실시한 것은 아니다"고 굳이 해명했지만 지척의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연습이 분명하다.

아니 반복해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북한에 대한 군사적인 경고이다. 인민해방군 내부의 대북 '분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5일 오후 중국 푸젠성 샤먼 컨벤션센터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폐막한 신흥 5개국(BRICS) 정상회의 성과에 관해 "밝은 미래를 열었다"고 평가했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최대 정치행사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내달 18일로 앞둔 시 주석으로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을 초대한 BRICS 회의는 '대국 외교' 진면목을 과시하는 무대가 돼야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이 정상회의 개막 선언을 하기 4시간 전 북한이 6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전 세계 이목을 BRICS에서 북한으로 빼앗겼을 뿐만 아니라 시 주석의 '대북외교 실패'를 내외에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시 주석이 북한 때문에 '체면'을 구긴 것은 지난 1년 사이에 이번이 3번째였다.

작년 9월5일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 북한은 탄도 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지난 5월14일에는 시 주석이 제창한 현대판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 국제협의에 개막식에 맞춰 북한이 재차 탄도 미사일을 쏘았다.

중국에선 "북한이 시진핑 지도부가 중대 정치 이벤트를 할 때마다 도발을 저질렀다.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의 속셈은 중국에 터무니없게도 압력을 가하려는 것은 아닌가"는 당연한 의심을 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노틸러스 연구소 피터 헤이스 소장은 뉴욕 타임스에 "김정은은 시진핑이 미국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한과 미국 간 대화 중개를 맡아달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로 잇단 북한의 도발행위는 중국에 미북협상 실현을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시진핑의 얼굴에 먹칠을 계속하겠다는 위협이라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북한을 제재하라"고 강한 압력을 해오는 상황에서 시진핑 지도부는 미북 사이에 끼여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리고 시진핑을 몰아붙이는 것은 미국과 북한뿐만이 아니다.

북한이 6번째 핵실험을 실시한 다음날인 4일 중국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왜 3일 성명에 북핵 6자회담 문구가 빠진 것인가"는 질문이 나왔다.

중국은 이제까지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때마다 북한과 관련 당사국에 자제를 구하는 동시에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성명에는 6자회담이라는 대목이 없었다.

예상하지 않은 기습적인 질문에 겅솽(耿爽) 대변인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답했다. "성명을 자세히 읽은 것 같다. 그래도 6자회담에 관한 중국 측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중국의 공식 성명에서 핵심 용어가 이유도 없이 빠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중국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이 한반도 위기를 피하고자 물밑에서 모색하는 것은 미국과 북한에 중개역을 맡은 중국으로 짜인 새로운 대화 틀이라고 한다.

다만 아직 실현에 이르지 않은 단계에서 미국과 북한이 제각기 시진핑 지도부을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BRICS 정상회의 폐막 후 기자단에 이렇게 말했다.

"대북제재는 한계에 달해 이제 효과가 없다. 북한은 풀을 뽑아 먹더라도 체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한 핵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얼핏 미일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강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한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외교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방문지인 중국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북한에 대해 미일과 같은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중국을 견제할 목적이 있다"고 관측했다.

인민대학 북한 전문가 청샤오허(成曉河) 교수는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보다는 붕괴한 북한 쪽이 중국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 난민이 대량으로 중국에 밀려들고 친미 정권이 북한에 들어서는 사태이다.

북한 김정은 체제를 무너트릴 가능성이 큰 석유수출 금지에 반대하는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다.

여기에 시진핑은 10월 19차 당 대회에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할 때까지는 미국과 결정적인 대립을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때문에 푸틴 대통령의 견제에도 미국에 양보해 "석유 수출 제한에 응할 공산이 농후하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바라지 않은 시진핑에게 '레드라인'의 장본인은 북한이 아니다.

미국이 김정은 체제를 뒤엎기 위해 군사행동이 나서는 것이 레드라인를 넘어서는 사태라는 견해가 전문가 사이에선 퍼지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다음날인 4일자 인민해방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에는 장갑차가 도하하는 훈련 사진이 실렸다.

한반도 유사에 대응하겠다는 중국군의 의지이자 경고를 담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김정은 체제를 무너트리는 군사조치를 일으키면 중국군이 압록강을 넘어 북한으로 진격하는 선택을 시진핑이 과연 할 수 있을지. 트럼프가 지켜보고 싶은 일이다.

2017/09/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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