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 17/09/22 07:37



[걸리버記實-9월11일]‘비확산 신전’ 기둥들이 흔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전술 핵무기 한국 재배치와 한국과 일본의 독자 핵무장을 막지 않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오사마 빈 라덴을 우두머리로 한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에 의한 9.11 테러 16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다.

또한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대북 원유공급 금지를 핵심으로 한 초강력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표결 역시 24시간여 남겨둔 날이었다.

북한 정권 수립 기념일을 하루 앞둔 8일 백악관 인사가 미국 NBCTV를 통해 사전에 흘렸고 도발 대신 파티만 벌이고 넘어간 기념일 바로 다음날 트럼프가 직접 밝힌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행동 대 행동으로 대응했다. 6자 회담 때 북한 측이 자주 사용한 용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방식이다.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었으니 미국과 직접 안보이해 당사 동맹국들이 넘게 될 '레드 라인'을 일단 띄운 것이다.

냉전 종식 후 역대 미국 행정부가 신주 단지 모시듯 하였던 '핵 확산 방지' 패러다임을 뒤집어 버릴 수 있는 선택을 언급했다.

핵 비확산 패러다임은 미국 공화당 정권이건 민주당 정권이건 추호의 흔들림 없이 견지해왔다.

트럼프 전임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계'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핵 확산의 정점을 넘어 이제 내려간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가 선포한 '레드 라인' 너머의 세계는 '온누리에 핵 공포' 가득한 곳'이다. 고개를 넘어서 내려가던 내리막길에서 역주행이요 '핵 없는 세계'에서 핵 가득한 곳으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다.
북한 김정은은 어제까지만 해도 칼 손잡이 쥔 '핵 하룻강아지'였다. 두렵지만 몸통과 머리를 흔드는 쾌감과 우쭐감도 동반됐다. 지금부터는 '칼끝'을 잡게 되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10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축하 행사를 성대하게 벌였다. 이제 기습 도발을 통해 톡톡히 누렸던 승리감 만끽도 마지막이다. “즐길 때 즐겼는가”

'시황제 등극 개막행사'를 한 달 1주 남겨둔 시진핑은 9.11 쇼크에 비견하는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트럼프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동북아 핵무장 도미노의 한 패는 대만이라는 점을 '묵시적'으로 던졌다고 '이심전심'적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북한 방파제 유지'와 '하나의 중국 하나의 대만',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트럼프의 '묵시적 제안'에 '묵시적' 이건 가시적이건 답변을 해야 한다.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냉전 체제를 무너뜨리는 일련의 개혁 정책을 펼칠 때 그에 붙었던 별명이 '삼손 고르바초프'다.

세계가 김정은의 핵 질주에 트럼프가 선제 타격 혹은 참수 작전을 벌일까 조마조마하며 주시했다.

트럼프는 그런 우려와 불안을 해소했다. '전쟁 옵션'이 가장 먼저는 아니라고 운을 떼고서 선택지의 맨 뒤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옵션을 집어든 것이다.

트럼프는 고비용의 처방 대신 공포의 균형을 앞세웠다. 개구리를 잡기 위해 물을 팔팔 끓이는 요리 방식 대신 미지근한 물로 삶는 방식을 택했다.

'핵 비확산 체제 신전 기둥'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다. '삼손 트럼프'라는 별명이 수평선 너머에서 어른거리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공포가 더욱 짙어져 갈 트럼프 버전의 미래 세계에 대해 비난할 때를 대비한 ‘묵시록의 복음'도 준비해 놓고 있다.

그것은 김정은의 '쓸모 있는 악한' 뻘짓 도발로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동반 상승하는 미사일 방어 체재(MD)와 그 파생 상품인 사드(THAAD), 즉 '종말 단계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다.

미래의 핵 다극화 시대에서 핵공격 무기와 방어 체제, 즉 창과 방패를 모두 갖춘 곳은 미국뿐이 될 것이다. 이 역시 미국인에게 자부심을 안겨줄 '아메리카 퍼스트'다.

동북아와 중동의 핵 도미노로 핵 공포가 퍼지면 퍼질수록 미국에 MD와 사드 블루오션이 펼쳐질 것이고 미국 군산 복합체는 대박에 표정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 등 기존 핵 강국은 일찌감치 앞서 간 미국을 뒤쫓기 위해 돈과 물적 지적 국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비확산 패러다임 아래에서 독과점의 지위를 누리면서 미국과의 격차를 상당히 줄인 '굴기 중국'은 새로운 핵 확산 패러다임 세계가 도래하면 미국과의 까마득한 거리에 현기증을 우선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세계에 다음과 같이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레드 라인' 너머의 '핵이 가득한 세계'냐 아니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안에 그것을 저지할 것이냐는.

한국은 2개월 만이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은 결정과 동시에 핵 보유가 이루어질 것으로 평가되는 수준이라고 한다.게임의 판이 확 뒤집어졌다.
<스위프트-버크왈드><사족> '걸리버 기실'이라는 새로운 포맷 컷과 또 하나의 필자 크레디트 '스위프트-버크왈드'에 설명을 드립니다.

'걸리버 여행기'는 동화로 읽히고 있지만 작자인 조너선 스위프트는 당대의 영국 정치 현상과 행태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썼다.

걸리버가 거인국 왕에게 영국 정치 현실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면 거인국 왕이 한심하다는 입장에서 조목조목 훈계하는 식이었다.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영국인으로 태어난 스위프트는 영국 정계의 심층부에 들어갔으나 아웃사이더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웃사이더로서 객관적 시각을 지니게 된 그는 정계의 이면을 밝은 햇살 아래 낱낱이 드러내기 위해 '고삐' 풀린 상상력이 활보하도록 소인국, 거인국 등과 같은 지상 어느 곳에서도 없는 '유토피아'를 설정했다.

'기실(記實)'은 중국어의 '기실문학(記實文學)에서 따왔다. 우리나라의 '기록 문학'과 비슷하지만 우리 경우에는 사실에 중점을 두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소설에 가깝다.

한중 수교 직전 동아일보사가 펴낸 류야저우(劉亞洲)의 '천안문 광장'이 대표적이다.

국가주석 리셴녠(李先念)의 사위로 한중 수교 이전 그리고 리덩후이(李登輝) 대만 총통 시기 양안 간에 '공개된 밀사'로 활약했던 그는 자신의 기실문학 작품 ‘천안문 광장’에서 마오쩌둥과 류샤오치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류사오치는 류야저우의 기실문학 속에서 독백체로 자신이 마오쩌둥 사상을 만들었음에도 그에게 박해당하는 처지를 술회하고 있다.

마오쩌둥은 후난성 죽마고우의 입을 통해 '반란 기계'로 규정된다. 어린 시절 농사일밖에 모르는 아버지에게 논두렁에서 삼국연의와 수호지를 읽으면서 반란을 꾀했으며 청장년기에는 그가 속한 나라에 반란을 도모하고 성공했다.

그러나 말년에 가서는 자신이 세운 나라에까지 반란을 일으켰다고 적고 있다. 이 점이 기존의 왕조 창업자와 마오가 구별되는 점이다.

류야저우의 '천안문 광장'을 비롯하여 중국 기실문학 작품들은 팩트와 허구가 구분이 불가능하게 뒤섞인 팩선'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는 다른 어떠한 기록물보다도 더 강했다.

필명으로 스위프트와 함께 쓴 사용한 버크왈드는 미국의 저명한 퓰리처상 수상 칼럼리스트의 성이다.

아트 버크왈드는 2007년 81세로 작고했는데 미리 써둔 자신의 부고 기사를 통해 본인의 죽음을 독자에 알렸다.

첫 머리가 " 여러분 저는 오늘 죽었습니다"였다. 그의 부고를 접한 독자는 애도를 표하기에 앞서 웃음부터 짓지 않았을까. 죽어서까지도 유머를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워싱턴 정가를 소재로 한 유머러스하면서도 기지가 번득이는 칼럼을 통해 당대 정가의 이면을 풍자 비평했다.

필자는 대학 시절 코리아타임스에 전재된 그의 '워싱턴 메리고라운드'라는 칼럼을 처음 보았는데 넉넉한 콧수염과 치아가 가지런한 그의 얼굴 모습을 담은 사진 아래 첫 머리는 닉슨과 키신저가 대담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했다.

키신저가 파리 여인들의 새로운 패션에 감탄을 연발하며 장광설을 늘어놓자 닉슨이 본론으로 들어 갈 것을 재촉하며 말을 끊었다.

처음 그 글을 보면서 느낌은 "이게 뭐야"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접해 온 칼럼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들 시사 팩션니스트를 상기시킨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시사의 흐름을 살피다 보면 추측의 컴비네이션의 충동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정보가 부족하고 또한 맥을 잇기에 혼란스러울 때에는 스위프트와 버크왈드 그리고 류야저우가 사용했던 방식에서 힘을 빌리고 싶다.

<盲瞰圖子>

2017/09/1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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