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 17/12/15 03:58



[걸리버記實-9월27일] 양아들 ‘아두’ 친아들 ‘아두’

15년 전 인 2002년 9월24일 북한은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 사업가 양빈(楊斌)을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에 임명했다.

화훼 사업으로 대박을 터뜨려 한 해 전 포브스에 의해 중국의 두 번째 갑부로 선정된 39세의 이 젊은 사업가는 그러나 뇌물과 분식 회계 등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에 휩싸여 있던 처지였다.

양빈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신의주 행정 장관에 임명되면서 몸이 땅바닥에 붙어 있는 '신토불이(身土不二)'의 '위기의 남자'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국제 정치경제계의 '신데렐라'로 하늘높이 솟아올랐다.

이해 1월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 이란, 이라크와 더불어 '악의 축'으로 지목된 북한의 최고지도자 김정일은 일련의 평화 이니셔티브로 미국을 헷갈리게 하고서 9월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평양으로 불러들여 북일 국교협상 재개와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 연장 등 북일 평양선언을 발표했다.

평양선언 불과 일주일 뒤 이루어진 양빈의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 임명은 김정일의 광폭 행보 평화 이니셔티브의 화룡점정이었다.

북한을 '악의 축' 트리오 중 하나로 지목한 '아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진의 파악을 위해 평양을 찾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0월 초 평양을 방문했다.

켈리에게 우라늄 농축 문제를 슬며시 흘려 북미 제네바 합의 시즌 1를 만들려던 북한은 도리어 미국으로 하여금 약속 위반의 확신을 굳히게 하였고 제네바합의 파기의 명분을 제공했다.

김정일의 광폭 행보 평화 이니셔티브가 승천 직전 벼락을 맞은 셈이다. 그러나 이에 앞서 발목을 잡아챈 쪽은 중국이었다.

양빈의 '신데렐라 마술'은 10일 만에 '황금마차'가 '호박'으로 변하듯이 극적으로 반전됐다.

중국은 평양에서 귀국한 양빈을 10월4일 뇌물과 각종 비리 혐의로 전격 체포한 것이다.

유럽 국가인 네덜란드 국적자라는 점도 소원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가장 친근한 국가인 북한이 막 선임한 고관이라는 점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다만 비리 중국 기업인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췄다.

'유리 구두의 공주'가 아니라 '잿투성이 천덕꾸러기'로 여긴 것이다.

중국의 이런 입장은 그에 대한 사법 절차가 최종 마무리될 때까지 확고하게 견지됐다. 양빈은 18년형을 선고 받았다.

2017년 현재 여전히 수감 중인 양빈은 3년 뒤인 2020년에 출소한다. 불혹(不惑)을 한 해 앞두고 감옥에 들어가 지천명(知天命)을 갇혀있은 채 보내고 이순(耳順)을 세 해 앞둔 나이에 햇빛을 보게 된다는 말이다,.

중국은 장쩌민, 후진타오 그리고 시진핑에 이르는 3대에 걸쳐 양빈에게 눈곱만큼의 선처를 왜 베풀지 않았을까.

그것은 양빈이 중국의 국익에 치명적 위협을 가하려는 의도에 자의반 타의반 앞잡이 노릇을 하려 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김정일 정권의 신의주 특구를 동토의 왕국에 빗장을 여는 관문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등 해양 세력이 만주 즉 동북 지역을 도모하게 하는 발판의 '트로이 목마'로 규정했다.

양빈은 21세기 버전의 한간(漢奸)'으로 간주됐다. 김정일의 신의주 특구 구상은 트로이처럼 그리고 카르타고처럼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양빈은 재판 과정에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조심성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하며 국제 정치 역학 관계에 주의하지 않은 자신의 경솔함을 몹시 후회했다고 한다.

양빈의 측근들은 올무를 피한다며 덫에 들어가는 그의 처신에 질려 '아두(阿斗)'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한다.

아두는 촉한 2대 황제 유선(劉禪)의 어릴 적 이름이다. 삼국연의의 주인공이기도 한 아버지 촉한 초대 황제 유비(劉備)가 갓 태어난 유선의 몸에 7개의 점이 있는 것을 보고 기뻐하며 '북두칠성이'라는 뜻의 이런 아명을 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그는 촉한을 지켜내지 못했다. 그 뒤 훌륭한 인물의 아들이면서도 제 아비를 먹칠하는 인물 또는 촉망과 기대를 받았고 운도 좋아 일단 성공을 하긴 했으나 이를 지켜낼 능력을 갖추지 못한 인물을 두고 중국에서는 '아두'라는 별명을 붙였다. 양빈은 후자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나는 김정일 위원장의 양아들이다"라고 말했던 양빈은 '중국의 아두'이자 '김정일의 아두'인 셈이다.

김정일의 셋째 아들로 첫째 아들 김정남을 제치고 김정일에 낙점을 받아 북한 김씨 왕조의 3대 왕이 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김정일 생전에 아버지를 흡족하게 한 '북두칠성이'였다. 이제 그는 중국에 의해 ' 또 다른 양빈'으로 간주되고 있다. 양아들에 이어 친아들도 '아두'가 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중국은 김정은이 말과 행동으로 중국의 이익을 위험에 빠뜨린데 대해 말과 행동으로 경고를 에스컬레이트하고 있다.

특히 김정은이 22일 자신이 직접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말의 핵전'을 치른 직후 중국 주요은행에 북한과의 신규 거래를 차단할 것을 하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발동에 앞선 중국의 대북 글로벌 금융망 선제 차단 조치였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의 거래냐, 글로벌 금융망에서 배제를 감수할 것이냐의 택일을 하라는 것이다. 우라늄 농축 문제로 인해 야기된 2차 북한 핵 위기 때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발동되어 2005년 6자회담 9. 19 합의를 가져왔고 그 10년 뒤에는 이란을 상대로 가해져 2015년 이란 핵합의를 이뤄냈다.

북한은 지킬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일단 기존 핵무기 폐기와 핵 프로그램의 중단을 약속했어야 했다. 이란도 핵무기 개발에 의심되는 우라늄 추출 프로그램의 감축을 약속하고서야 국제 금융망과 경제 교류 틀에 다시 들어올 수 있었다.

트럼프는 이란도 북한의 9.19 합의를 '네가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하지만 내가 약속한 것은 지키지 않겠다'는 생각이라며 이의 파기를 공언하고 있다. 이 문제는 일단 여기서 접자.

단 중국은 세컨더리 보이콧 선제 참여에서 더 나아가 ''레짐 체인지 이후'를 한미와 협의할 준비해야할 때가 됐다는 주장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중국 베이징 대학 국제학원 자칭궈(賈慶國) 원장은 24일 일본 아사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대북 정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시사하는 견해를 상세하게 밝혔다.

중국 외교부에 정책 제언을 하고 있는 자원장은 "한반도에서 전쟁 기운이 감돌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화낼 것을 우려해 거부해왔지만 긴급사태에 대비해 미국과 한국과 협의를 할 수밖에 없다. 먼저 해결해야 하는 건 북한 핵무기를 장래 누가 관리할지다. 미국은 핵비확산 입장에서 중국이 관리하는데 동의할 것이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북한 질서를 누가 유지할 것인가. 한국군, 유엔평화유지군인가. 하지만 중국은 미군이 38도선을 넘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라고 말하였다.

그는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북한 정책은 변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변했다며 미국은 (김정은 정권이 붕괴한 뒤) 중국에 북한 핵을 관리하도록맡겨야 하며 결코 미군이 38선을 넘는 1950년 의 과오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 대안으로 한국군과 평화유지군을 슬며시 제안하기까지 했다.

전국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이기도 한 자 원장은 "중북 국경 부근에서 핵실험은 중국에 큰 위협이다. 일본과 한국의 핵무기 개발도 재촉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국제 테러리스트에 핵을 판다면 어떻게 되는가"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 정권은 중국의 설득과 안전 보장 약속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밖에는 믿지 않는다며 더 이상 북한을 배려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6차 핵 실험 직후 북한을 버려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자 원장의 이 같은 인터뷰 후 북한 중앙통신과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 간의 '말의 전쟁'이 벌어졌다. 트럼프-김정은 간 핵전쟁 레벨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직은 포격전 수준이다 북한 중앙통신이 김정은의 나팔수라면 환구시보는 전두환 정권 시절 한 중앙지가 '청와대보'로 불렸던 것처럼 인민일보가 '당보'라면 환구시보는 '중난하이(中南海) 보'이다.

중앙통신이 "주권 국가의 자위권을 헐뜯으며 미국과 그 추종 세력에 빌붙고 있다"고 비난하자 환구시보는 "우리가 전쟁 방지에 노력하지 않았다면 벌써 미국에 여러 차례 얻어맞았을 것이다"라고 쏘아 붙였다.

베이징의 중난하이와 평양의 주석궁 간에 포격전이 시작됐다는 것은 북중 관계의 변곡점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중난하이와 주석궁 간 말의 포격전 시작 직후인 26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모스크바에 도착했다. 이날은 미국이 북한인의 입국금지 조치를 취한 날이다.

북한은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그리고 시리아 등 과격 이슬람 국가와 동급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영어 통역에서 출발해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중요한 북미 접촉을 도맡아온 최선히는 지난 9일 79세로 타계한 중국 왕하이룽(王海容) 전 외교 부부장을 연상시킨다.

왕하이룽은 마오쩌둥의 이종 사촌형의 손녀로 마오 말년에 가장 신임하던 측근이었다. 외교부에 들어가 영어 통역을 담당하던 왕하이룽은 미중 화해 당시 마오와 닉슨 그리고 저우언라이 사이의 통역을 맡으며 중요한 역할을 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잇다.

최선희는 북한 전 총리 최영림의 딸로 북미대화에서 '북한의 왕하이룽'으로 키워진 인물이다.

그런 최선희는 러시아 외교관을 매개로 하여 미국과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모스크바에 온 것이다. 최선희에 앞서 조셉 윤 미국 국무부대북 정책 특별 대표가 모스크바를 다녀갔다.

유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산파를 찾아간 격이다. 최선희는 1951년 소련이 한국전 휴전 중재에 나선 것처럼 러시아에 북한의 숨통을 열어 줄 것을 '구걸'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러시아의 푸틴은 1950년 소련의 스탈린처럼 미중 대립을 통한 어부지리를 얻기 위해 제2의 한국전을 가장 필요로 하는 국가이다.

'북한의 아두'' 는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잘 대처해나갈까. 다만 '아두'에게 할아버지의 권위도 없고 아버지의 교활한 능수능란도 보이지 않았다.

'아두'에게 남은 길은 원조 '아두‘ 가 한 외통수의 길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스위프트-버크왈드>

2017/09/2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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