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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인물]‘굴기중국의 시황제’ 시진핑(習近平)<3>
후계자와 군사위 부주석
다음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진핑의 황태자 책봉 절차의 화룡점정이라고 하는 군사위 부주석 직이 중국 역학구도 상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살펴보자.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槍杆子裡面出政權).” “당이 총을 지휘하여야지 총이 당을 지휘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黨指揮槍 而決不容許槍指揮黨).”마오쩌둥의 말이다. 이 말은 중국 정치에서 여전히 확고부동한 원칙이다.
시진핑의 하고 많은 직책 중에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 군사위 부주석에 오른 뒤에야 그가 차기 최고 지도자에 오를 것이라는데 대해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두 원칙 때문이다.
중앙군사위는 중국의 군(인민해방군)과 무장 경찰(인민무장경찰) 등 중국의 모든 무장역량을 “지도”하는 중국의 군사관련 최고기관이다. 인민해방군은 226만 명으로 두말할 필요 없이 세계 최대 규모이다.
무경(武警)으로 약칭되는 인민무장경찰 병력도 100만명이다. 여기에 500만 명의 예비군이 있다.
총 826만의 중국의 무장 세력을 지도하는 중앙 군사위원회는 주석, 부주석, 위원 등 모두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2011년 2월 당시). 주석은 후진타오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었다. 부주석은 시진핑, 궈보슝(郭伯雄)과 쉬차이허우(徐才厚) 등 3명이었다.
궈보슝은 중국 7대군구 중의 하나인 란저우(蘭州)군구의 사령원, 인민해방군 총참모장을 지낸 군인으로서는 최고 계급 상장(上將)에 올랐다. 쉬차이허우는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주임을 지냈고 역시 상장까지 올랐다.
2011년 당시 8명의 군사위원은 국방부장 및 인민해방군 4총부의 최고 책임자와 각 병종(兵種)의 사령관으로 구성되었다. 당시 국방부장과 4총부 최고 책임자를 나열해 보면 양광례(梁光烈) 국방부장, 리지나이(李繼耐) 총정치부 주임, 천빙더(陳炳德) 총참모장, 랴오시룽(廖錫龍) 총후근부장, 그리고 창완취안(常萬全) 총장비부장이었다.
각 병종 최고 지휘관은 징즈위안(靖志遠) 제2포병대(미사일 부대) 사령원, 우성리(吳勝利) 해군사령원과 쉬치량(許其亮) 공군사령원이었다.
후진타오와 시진핑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장인 최고 계급의 현역 장성들이었다. 군출신이 아닌 후진타오를 정점에 둔 이러한 인적 구성은 바로 앞서 언급한 마오쩌둥의 두 개의 명제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국 상무위원과 국가부주석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이 군사위에 진입함으로써 그가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군사위 주석에 오를 것임이 분명해졌다.
마오의 말처럼 권력을 창출하는 총구의 통수권자에 가장 근접했다는 말이다. 군사위 부주석에 오른 것을 두고 후계자 결정 절차의 ‘화룡점정’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오의 두 명제 중 앞의 것이 현실이라면 뒤의 것은 당위이다. 중국공산당의 역사는 ‘총구가 권력을 창출하는’ 현실에서 출발, ’당이 총구를 통제하는‘ 당위를 제도화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중국 특색의 ‘시빌리언 컨트롤’ 즉 문민통제가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오 1935년 군권(軍權)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당 최고지도자가 돼 마오가 당의 지배권을 장악한 것은 앞에 언급한 바 있듯이 1935년 1월 15일에 있은 쭌이회의(정치국 홛대회의)에서이다.
하지만 그는 쭌이회의에서 곧바로 당의 최고 지도자(당시는 총서기 직책)에 오른 것이 아니라 군사부문을 관장하는 군사지휘 소조의 수장에 선출되었다. 마오는 1년 뒤인 1936년 정식으로 군사위 주석에 선출됐다.
마오가 중국 공산당의 최고 지도자된 시점을 그가 군사부문의 최고 책임자가 된 1935년 1월 쭌이회의 때로 잡는다. 때문에 마오 이후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당 대표(당 주석 혹은 당 총서기)이거나 국가주석을 맡은 인물이 아니라 군사위 주석을 맡은 사람으로 간주하였다.
마오쩌둥은 1935년 군 최고 책임자가 된 이래 1976년 9월 숨질 때까지 그 자리를 단 한 순간도 내놓지 않았다. 당 대표인 당 주석에 처음 오른 것은 군사위 주석에 선출된 지 8년 뒤인 1943년이다.
당주석 직도 군사위 주석 직과 마찬가지로 죽을 때까지 보유했다.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한 뒤 국가원수인 국가주석을 겸임했지만 이 직책은 1959년에 류사오치에 넘겨줬고 문화대혁명 기간 중에는 국가주석 직을 아예 폐지했다.
마오는 당 우위의 원칙 때문인지 국가주석 직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마오의 전례를 쫒아 중국의 최고지도자는 당 주석(혹은 총서기)도 국가주석도 아니고 군사위 주석직을 맡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미국에서 대통령이 되면 당연히 군 통수권자가 되지만 중국에서 반드시 이것이 일치하지는 않았다. 중국공산당은 창당한 지 6년 뒤인 1927년에 군대를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당수가 당의 무장역량의 통수권자가 된 때는 18년 뒤인 1945년이 돼서이다.
마오의 사후 최고지도자는 화궈펑이다. 그는 당 주석과 군사위 주석을 겸하였다. 화궈펑이 두 자리를 모두 내놓은 것은 1981년 6월이었다.
1978년 12월 징시빈관에서 있은 11기 3중전회에서 이미 권력을 잃은 화궈펑은 이때 와서 직책마저 내놓은 것이다. 당 주석은 후야오방에게 넘어갔고 화궈펑은 부주석으로 강등됐다. 군사위 주석 직은 덩샤오핑이 차지하였다.
당의 대표는 후야오방이었으나 실권자는 덩샤오핑이었다. 마오의 명제 중 첫 번째 명제만이 작동되었을 뿐이다.
후야오방은 1982년 12대에서 폐지된 당주석 대신 당의 새 대표 직책인 총서기직을 계속 맡았으나 실권자는 여전히 군사위 주석 직을 차지한 덩샤오핑이었다.
1987년 1월 후야오방의 실각은 최고실권자가 누구인가를 확인시켜 준 것이다.
후야오방의 뒤를 이어 총서기 직에 오른 인물이 자오쯔양(趙紫陽)이다. 한 번도 중앙군사위에 진입하지 못한 후야오방과는 달리 자오쯔양은 1987년 11월 13대에서 총서기에 재선출되면서 군사위 부주석에도 선출되었다. 이로써 당 대표가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아님이 분명해졌다.
덩샤오핑이 여전히 군사위 주석이었기 때문이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때에 또다시 현실적 권력과 당위적 권력이 충돌하였고 이번에도 승자는 총구를 장악한 덩샤오핑이었다.
자오쯔양의 뒤를 이어 총서기에 오른 이가 장쩌민이다. 덩샤오핑은 1989년 11월 군사위 주석 직을 장쩌민에게 넘겨준다. 죽을 때까지 군사위 주석 직을 보유한 마오쩌둥과는 달리 덩샤오핑은 생전에 권력의 핵인 군사위 주석 직을 내놓았지만 그는 1997년 2월 사망할 때까지 최고 지도자로 군림했다.
이 무렵 덩샤오핑은 아무런 직책이 없어도 최고지도자의 자리를 지킬 정도로 도전할 수 없는 권위를 가지고는 있었다.
하지만 덩은 군사위를 떠난 뒤에도 동향(同鄕)인 양상쿤(楊尙昆)과 양바이빙(楊白冰) 형제를 통해, 양씨 형제를 축출한 뒤에는 과거 심복이었던 장전(張震)과 류화칭(劉華淸)을 통해 군사위를 통제하였다.
덩이 최고 지도자였던 것은 그가 총구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었고 이는 군사위를 '원격 조정' 함으로써 과시하였다.
권력 메커니즘에서 군사위는 여전히 궈력의 핵임을 보여주었다.‘당이 총구를 관할하는’ 중국 특색의 문민통제는 덩샤오핑의 사후 실현되었다.
국공내전 당시 제2야전사의 정치위원을 지내고 총참모장을 역임한 덩샤오핑과 달리 장쩌민은 군 경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그렇지만 중앙 군사위의 현역 장성들은 쿠데타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이는 공산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전제가 확고하게 확립되었기 때문에 군사위 주석이라는 직책은 장쩌민이 최고 권력자가 되는데 밑받침이 되었다.
장쩌민이 그가 총서기에 선출될 때까지 항시 그를 앞질렀던 리펑(李鵬)과 차오스(喬石) 등과의 경쟁에서 최종 승리를 거둘 수 있던 데는 그가 경쟁자들과는 달리 군사위에 있으면서 총구를 통제하는 위치에 있은 탓이다.
후진타오가 최고실권자가 된 때는 군사위 주석직을 인계받은 2OO4년 9월 후진타오가 2002년 11월 총서기에 선출되고 그 다음해 3월 국가주석에 올랐지만 이로써 그가 실권자라고 볼 수는 없었다.
중앙 군사위에서는 여전히 장쩌민이 주석이었고 그는 부주석이었을 뿐이었다. 그가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가 된 것은 2004년 9월 16기 4중전회에서 군사위 주석 직을 장쩌민으로부터 인계받으면서였다.
군 경력이 없던 장쩌민은 1989년 6월 총서기에 선출되면서 군사위 부주석 직을 역임했다. 이해 11월에 덩샤오핑으로부터 군사의 주석 직을 인계받았다.
이즈음 덩샤오핑이 “1세대의 중은 마오쩌둥이고 2세대의 중심은 나 덩샤오핑이다. 이제 3세대의 중심은 장쩌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주석을 지낸 화궈펑, 총서기로 당 대표인 후야오방과 자오쯔양을 생략하고 있다.
후야오방과 자오쯔양은 군사위 주석에 오르지 못했고 화궈펑은 군사위 부주석을 지내며 군을 장악할 수 있는 수습기간을 갖지 못했다.
화궈펑은 군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군사위 주석이 되었기 때문에 권력투쟁에서 제대로 힘 함 번 써 보지도 못했다.
후진타오는 장쩌민이 군사위 부주석에 임명되어 군사위에 들어간 지 10년 뒤인 1989년 15기 4중전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됐다.
장과 후의 선례에 따라 차기 지도자는 군사위 부주석에 오르는 것이 관례처럼 인식되게 되었다.
이러한 전례 때문에 시진핑도 2009년 10월 17기 4중전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만일 선출되지 않는다면 이는 권력승계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런데 17기 4중전회에서 시진핑의 군사위 부주석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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