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인물]‘굴기중국의 시황제’ 시진핑(習近平)<4> 시진핑, 후진타오에 편지보내 스스로 1년을 늦추다 “저는 중앙에서 일한 지가 얼마 안 됐습니다. 잘 모르는 일이 수 없이 많습니다. 내부의 일을 잘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잘 모르는 업무가 헤아일 수 없이 많습니다. 내부의 일을 잘 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새 업무를 맡을 능력과 조건이 준비되지 않습니다.” - 2009년 9월 시진핑이 후진타오에게 보낸 편지 “작년 (1971년) 11월 저는 주석(마오쩌둥)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시 일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제가 과오를 범한 후 완전히 업무에서 이탈되었고 사회와의 접촉으로부터 유리된 지 이미 5년이 넘었으며 곧 6년이 됩니다. 저는 항상 일을 하면서 저 자신의 과오를 교정하고 주석의 무산계급혁명노선으로 되돌아 갈 기회가 한 번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저의 건강이 아직 좋아서 비록 이미 68세가 되었으나 조사연구 업무 같은 기술적인 일은 할 수 있으며 또 당과 인민을 위하여 7년 내지 8년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과오를 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밖에 다른 특별한 요구는 없습니다. 저는 주석과 중앙의 지시를 조용히 기다리겠습니다.” - 1972년 8월 1일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에게 보낸 편지 명보 17기 4중전회 폐막 당일 보도서 오보 홍콩 명보(明報)는 중국 관련 정보뿐만 아니라 유비통신도 넘쳐나는 홍콩에서 가장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신문이다. ‘카더라 뉴스’가 실리는 경우가 드물며 양안 사이에서 또 중국과 서방 사이에서 비교적 중립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최다의 부수의 신문도 아니고 속보성에서 앞서지도 않지만 객관적이며 무엇보다도 정확한 신문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명보가 2009년 9월 중국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7기 4중전회) 폐막 당일 결정적 오보를 했다. 명보는 17기 4중전회가 나흘간 일정을 마치고 폐막하는 당일인 9월18일자에 4중전회가 시진핑을 군사위 부주석에 ‘사실상’ 선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베이징 발로 소식통을 인용, 군사위 부주석 직 늘여 이에 시진핑 국가부주석을 임명하는 안건을 원칙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17기 4중전회의는 전과 마찬가지로 징시빈관에서 열렸으며 회의 내용은 예전대로 비밀이었다.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중전회 폐막되기 이전까지 장소는 물론 심지어 일정까지도 비밀에 붙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일 뿐이다. 이제 중화권의 모든 언론들은 사전에 중전회가 징시빈관에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열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장소는 징시빈관이 세워진 이래 예외 없이 그곳에서 열렸기 때문이고 일정은 개막일 2,3일 전 홍콩의 친 중국계 신문인 문회보(文匯報) 또는 대공보(大公報)에 보도되기 때문이다. 형식은 보도이나 비공식 고지와 다름 없다. 이들 홍콩의 친중국계 신문이 보도한 중전회 일정이 틀린 적은 한 번도 없다. 눈가리고 아옹식이다. 비밀을 퇴색되고 비밀주의 관행만이 남은 셈이다. 17기 4중전회를 앞두고 또 진행되는 동안 중화권의 언론은 이에 관한 기사들을 쏟아내었다. 이번 중전회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시진핑의 군사위 부주석 선출 여부였다. 중화권 대부분 언론은 시진핑이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후진타오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는 1992년 14대(중국공산당 제14차 전국대표대회, 14차 전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었으며 15대 다음해인 1998년 3월 전인대(全人大: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부주석에 선출되었고 그 다음해인 1999년 15기 4중전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됐다. 군사위 부주석 선출은 후가 총서기에 선출된 2002년 16대 개최를 3년 앞두고 이루어졌다. 2007년 17대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되고 다음해인 2008년 3월 국가부주석에 오른 시진핑이 18대를 3년 앞두고 열리는 17기4중전회에서 군사위부주석에 선출되는 것이 순리라고 보았던 것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시진핑 군사위 부주석 선출 불발설 떠돌아 그러나 17기 4중전회를 앞두고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번 중전회에서 시진핑의 군사위 부주석 선출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돌았다. 이유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경제적 어려움이 완전히 극복되지 않았고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의 구도(區都) 우루무치에서 이해 7월 5일 발생한 민족폭동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보름여를 앞으로 박두한 10월1일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무엇보다도 당의 단합을 도모해야 할 시기에 후계 구도에 관한 인사 문제로 혹 있을 지도 모를 분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전한 소식통은 시진핑이 비록 이번에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다음 기회를 보아 선출되게 된다며 그의 후계자로서의 위상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부연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의 군사위 부주석 선출 불발은 차기 후계구도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또한 이 무렵 후진타오가 시진핑에 대해 미더워하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다. 이해 7월 5일 우루무치에서 유혈폭동이 일어났을 때 후진타오는 유럽을 순방 중이었다. 그는 주요 8개국(G8) 확대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다. 이는 사회불안 특별대책 소조의 조장을 겸하고 있는 시진핑에 대한 불신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이 같은 배경 탓에 시진핑의 군사위 부주석 선출 연기를 단순한 연기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다시 명보의 보도로 돌아가 보자. 명보는 이날 저녁 회의 폐막과 함께 발표될 공보(公報 : 회의 보고서)에서 시진핑에 관한 인사 내용은 들어있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대신 10월 1일 건국 60주년 기념일 열병행사를 마친 뒤 군사위 확대회가 소집되어 여기서 공표될 것이라는 것이다. 명보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시진핑이 17기 4중전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될 것이라는 중화권 언론의 일반적 관측과 베이징 외교가 떠돌던 불발 전망을 절충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저녁 공표된 공보에서 군사위 부주석 선출에 관한 내용은 들어 있지 않았다. 공보는 중전회가 '새로운 정세 하에서 당의 건설을 강화하고 개혁하며 전진시키는데 대한 약간 중대문제에 관한 당 중앙의 결정(中共中央關于加强和改進新形勢下黨的建設若干重大問題的決定)'을 채택했다고 발표했다. 둘 다 명보가 전한대로이니 특종한 셈이 됐다. 중화권 언론은 대체로 명보의 기조를 뒤쫓았지만 로이터 등 서방 언론은 그렇지 않았다. 로이터는 4중전회에서 시진핑의 군사위 부주석직 선출에 관한 어떠한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으며 이는 아직 시진핑의 권력승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일부 반중적인 홍콩 언론은 시진핑 군사위 부주석 선출 불발은 놓고 권력투쟁설을 보도하기도 했다. 후진타오 측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가까운 시진핑이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되는 것을 저지, 그가 후계자로 확정되는 것을 막았다고 분석한 것이다. 이처럼 시진핑 인사에 관한 보도가 엇갈리는 가운데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중전회 폐막 나흘 뒤인 22일 베이징에 주재하는 일부 외국 특파원을 초청, 중전회에 관한 브리핑을 가졌다. 대외연락부는 당의 외교 부문을 관장하는 부서로 당 우위의 원칙에 따라 중국 외교를 지도하는 곳이나 소련 해체와 동구권 몰락 이후 북한, 베트남, 쿠바 등 얼마 남지 않은 공산국가와의 외교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기능이 축소됐다. 때문에 대외연락부가 언론 발표회를 갖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대외연락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중전회에서 인사변동 문제에 관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시 부주석의 인사문제는 이후에 다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10월1일 건국기념 군사 퍼레이드 후 군사위 확대회의를 열고 공표할 것이라는 보도마저 우회적으로 부인한 것이다. 건국기념일을 이틀 앞둔 9월29일 배포된 홍콩 친중 시사월간 '경보(鏡報)' 11월호는 당초 4중전회에서 시진핑의 군사위 부주석 선출 문제를 다룰 방침이었으나 중전회 개막 직전에 취소됐다고 전했다. 잡지는 그러나 무슨 이유 때문에 갑작스레 취소됐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10월1일 군사위 확대회의는 없었고 당연히 시진핑이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됐다고 공표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두말할 필요 없이 명보는 오보를 한 셈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반대파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것일까. 시진핑이 후계자로서 확정되지 못했다는 것은 3년 뒤로 다가온 권력승계가 불투명한 상황으로 빠져들었다는 것일까. 다만 시진핑의 이후 행보는 이러한 해석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활발한 그의 외교활동이었다. 시진핑 군사위 부주석 선출 불발 이후 오히려 활발한 대외 외교활동 벌여 시진핑은 건국기념일 6일 뒤인 10월7일부터 21일까지 2주 동안 유럽 5개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순방국은 벨기에, 독일, 불가리아, 헝가리와 루마니아였다. 벨기에 국왕 알베르 2세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벨기에 방문에서 시진핑은 유로팔리아(Eurolalia) 축제의 중국 예술절에 참석했다. 유로팔리아 예술축제는 유럽의 대표적인 예술축제로 올해 40주년을 맞아 건국 60주년을 맞은 중국의 예술을 메인 주제로 삼았다. 독일 방문 때에는 중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행사에도 참석했다. 이 같은 외교행보는 차기 최도자의 위상에 걸맞는 것으로 후진타오가 총서기로 선출되기 전 미국을 방문, 미래의 중국 최고지도자로서 존재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과시한 것을 연상시키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방문이전까지 후진타오는 ‘Who is Hu?'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외부세계에 생소한 인물이었다. 차기 최고지도자로서 외교 행보는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이해 11월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하기 위해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 트랩 아래서 그를 영접한 인물은 시진핑이었다. 다음달인 12월14일부터 22일까지 한국, 일본,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동북아 2개국과 동남아 2개국을 순방했으며 한국 방문시 이명박 대통령과 일본 방문에서는 아키히토 일본 국왕과 회담을 가졌다. 해가 바뀐 이해 3월 말에는 러시아, 벨로루시, 핀란드와 스웨덴을 순방했는데 러시아에서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면담했으며 국빈급 의전 예우를 받았다. 17기 4중전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에 뽑히지 않으면서 시진핑의 후계자 승계과정에 큰 암초에 부딪힌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그의 외교 행보는 그가 분명하게 로열로드를 걷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결국 그는 2010년 10월 17기 5중전회에서 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됐다. 여기서 무엇이 그의 군사위 부주석 선출을 1년 1개월 늦추게 했을까라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답변은 그가 4중전회를 앞두고 후진타오에게 보냈다는 편지가 설명해준다. 글머리에 소개해한대로 시진핑은 스스로 사양해서 군사위 부주성에 오르는 시기를 한해 늦춘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외부의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러한 겸양을 보인 것일까. 권력세계에서 겸양은 치명적인 독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겸양 편지로 단파의 공격을 사전차단하는 정치적 효과 거둬 사실 후진타오를 비롯한 공청단 간부 출신의 단파(團派)에게 시진핑은 마지못한 선택이었다. 후진타오가 염두에 둔 리커창 대신 시진핑을 강하게 밀어붙인 세력은 단파에 권력을 넘겨준 장쩌민 중심의 상하이파(上海派)이었다. 군사위 주석 직을 계속 유지 수렴청정하려는 장쩌민과 전략적 후퇴 차원에서 군사위 주석을 넘겨줄 것을 설득한 장쩌민의 책사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이 상하이파와는 거리가 있고 후진타오 자신이 상하이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쩌민으로 권력을 승계받았기 때문에 단파 출신 인물인 리커창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구상에 대한 당내의 반발을 거스를 수 없었다. 때문에 ‘시진핑 총서기-리커창 총리’라는 후계구도의 틀을 받아들이긴 하였지만 선뜻 내켜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리더십의 측면에서 보면 리커창이 앞선 듯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리커창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을 수 없다. 4중전회의 시점에서 후진타오 측은 아직 ‘차기 지도자 시진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시진핑은 이러한 후진타오와 단파의 복잡한 속내를 읽고 편지를 보낸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인에게 겸양은 정치적이며 계산적인 경우가 많다. 단파에게 있어 후계자 확정을 1년 뒤로 연기하는 소득을 얻었으나 이는 정치공학적인 차원에서 볼 때는 시진핑에 대해 타격을 가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었다. 시진핑은 우루무치 사태에서 과거 후진타오가 1989년 3월 티베트 서기로 있을 당시의 과단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루무치 사태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시진핑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호기였다. 안건의 통과 여부와 관계 없이 이는 시진핑에게는 심각한 정치적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리커창 대안론이 대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시진핑은 지극히 겸양스런 편지를 통해 그러한 장이 펼쳐지는 것을 막은 것이다. 정치적 손익계산에서 시진핑이 얻은 바가 더 크다는 이야기다. 시진핑의 편지는 문혁 기간 중이던 1972년 덩샤오핑이 마오쩌둥에게 보낸 편지를 연상시킨다. 글 머리에 소개한 덩샤오핑의 편지는 그가 문혁으로 실각하여 장시(江西)성의 트랙터 수리제조공장에서 공원으로 있을 때 마오쩌둥에게 보낸 것이다. 문화대혁명 초기 류샤오치 다음의 ‘제2호 주자파(走資派)'로 불렸던 덩샤오핑은 린뱌오가 축출된 사실이 공표된 다음날에 그 편지를 썼다. 마오가 발동한 문화대혁명은 받아들이려 했던 류사오치와는 달리 덩샤오핑은 처음부터 이에 강하게 반발했다. 류샤오치는 마오 함께 천안문 망루에서 홍위병의 대규모 퍼레이드를 참관했지만 덩샤오핑은 홍위병의 자아비판 요구에 대해 귀가 잘 안들려 못 알아듣겠다고 쏘아 붙였다. 그런 덩샤오핑은 마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극히 낮은 자세를 취했다. 덩은 이 편지를 보낸 뒤 복권되었고 군내의 린바오 세력을 숙청하는 중책을 수행했으며 부총리에 오를 수 있었다. 마오의 사망 직전 또 한 차례 실각했지만 마오의 사후 또다시 오뚜기처럼 복권할 수 있었다. 그 단초는 1972년의 편지다. 그 편지에 보여준 겸손은 정치적 겸손이었고 계산된 것이었음을 알려준다. 마오 역시 정치적 겸양을 몰랐을 리 없다. 마오 역시 정치적 계산 아래 그의 겸양을 수용했던 것이다. 후진타오 역시 시진핑의 편지를 정치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닐까. 중국정치에서 편지가 전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 온 적도 있었다. 펑더화이(彭德懷)는 1959년 루산(廬山) 회의에서 마오쩌둥에게 대약진운동의 철회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다가 자신은 물론 자신과 가까운 이들의 대거 숙청을 가져 왔다. 펑더화이는 마오와 같은 후난(湖南)성 출신이다. 또한 린뱌오가 병을 핑계로 한국전에 개입한 해방군의 지휘를 맡기를 거부하였을 때 대신 그 직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펑더화이는 마오에게 항상 충직했고 비밀리에 보낸 그 편지도 마오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충언이자 고언이었다. 정치적 계산이 담겨 있지 않은 이 편지는 그가 전혀 예상치 않았던 역효과를 가져왔다. 마오는 펑더화이가 죽을 때까지 그를 용서하지 않았다. 덩샤오핑의 편지에서 또 시진핑의 편지에서 볼 수 있는 역린을 피하기 위해 지극히 낮은 자세를 취한 정치적 겸양이 없었기에 그간의 적공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시진핑은 4중전회와 5중전회 사이 활방한 외교활동을 벌이며 국제 무대에서 차기 지도자로서 그의 위상은 강화하였다. 단파측에게 시간을 주었지만 그 시간에 시진핑은 자신의 위상을 강화하는데 활용한 것이다. 시진핑에서 덩샤오핑식의 정치적 굴신(屈身)을 엿볼 수 있다. 더 큰 도약을 도모하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처신이다.

▶ 2017/10/02 17:25